가장 뜨거운 이슈가 돼버린 법무부의 검찰 고위급 인사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다소 이례적인 반응이 나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정부를 옹호한 것은 예상된 일이다. 반대로 자유한국당·새로운보수당 등 보수 야당이 이를 맹비난하고 나선 것도 전혀 놀랍지 않다. 실제로 민주당은 9일 "대통령의 검찰 인사를 환영한다"(이인영 원내대표)라고 했고, 한국당은 "사화에 가까운 숙청"(황교안 대표), "검찰대학살", "망나니"(심재철 원내대표)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중도진영 또는 범(汎)진보진영 정당에서도 법무부를 비판하는 반응이 대종을 이룬 것은 눈길을 끌었다. 민주당과 '4+1 협의체'를 통해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등 주요 국면에서 동맹관계를 맺어온 바른미래당, 대안신당, 민주평화당은 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나섰고, 정의당은 양면적 반응을 보이며 일면 검찰을 비판하면서도 법무부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유성엽 대안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이날 오전 창준위 회의에서 "참으로 창피하고 낯뜨거운 인사"라며 "대통령이 직접 '살아 있는 권력에도 엄정한 수사를 하라'고 지시했는데, 왜 밑에서는 막상 (그) 지시에 따라 수사하는 검사들을 좌천시키는지, 도대체 누구의 뜻인지 알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유 위원장은 "우리 대안신당은 비대한 권력을 분산시키고 공정한 수사를 하도록 검찰 개혁의 칼을 쥐어준 것이지, '내 편 수사'를 하면 잘라버리라고 한 것이 아니다"라며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 권력은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이라 했다. 이번 인사가 결국 자신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거 꼬집었다.
대안신당은 전날 최경환 대변인 논평을 통해서도 "법에 정해진 요건에 따라 충실한 절차를 밟았는지 의문"이라며 "만일 청와대와 권력의 '검찰 길들이기', '검찰 기강 세우기 의도'가 개입됐다면 큰일이다. 이번 인사로 선거개입이나 하명수사 등 청와대 관련 비리 의혹 수사에 차질이 발생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평화당 수석대변인인 박주현 의원도 전날 "인사권이 대통령에게 있다고 해도 검찰권의 독립은 중요한 가치"라며 "검찰의 현 정권 관련 수사에 대한 법적·여론적 판단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섣불리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 누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검찰개혁은 필요하지만, 검찰개혁이 살아있는 권력이 불편해하는 부분을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변질돼서는 안 된다"고 꼬집으며 "검찰에 대한 쇄신 의지를 보여주면서도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는 인사였어야 했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역시 강신업 대변인 논평을 통해 "청와대발(發)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배성범 서울중앙지검장,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 박찬호 공공수사 부장 등 소위 '윤석열 사단'을 멀리 부산·제주도 등 지방으로 발령내 승진·전보를 가장한 '윤석열 사단 해체', '찍어내기 인사'"라며 "앞으로 정권 비리를 수사하거나 정권의 심기를 건드리는 검사는 결코 가만두지 않겠다는 검찰 협박용 인사"라고 비판했다.
심싱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상무위에서 "이번 '파격적 인사'를 두고 검찰개혁을 위한 것이라는 입장과 '검찰 장악'을 위한 것이라는 우려가 서로 엇갈리고 있다"며 "이번 인사는 표적·과잉수사로 논란을 불러온 수사 책임자들에 대한 문책성 인사로 보인다. 검찰의 깊은 성찰과 검찰개혁을 위한 능동적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법무부의 입장을 일면 옹호했다. 하지만 심 대표는 곧이어 "또 한편, '현재 권력'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 지휘부에 대한 인사를 장관 취임 5일 만에 결행한 것에 대해서도 국민의 우려가 크다는 점을 정부는 유념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심 대표는 "갈등이 큰 개혁일수록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절차적 정당성이 강화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검찰의 의견수렴 절차를 두고 추 장관과 윤석열 총장 사이에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추 장관의 검찰개혁 의지는 이해하지만, 무리한 절차적 문제로 '검찰 장악' 의도로 읽힐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심 대표는 "이번 인사가 검찰개혁을 위한 인사인지 '검찰 장악'을 위한 인사인지는, '현재 권력' 관련 수사가 계속 공정하게 이어질 것인지 여부에 따라 판가름날 것"이라며 최종 판단을 유보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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