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잠시 주춤하는 듯했던 보수 통합 행보에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황 대표 지지 성향 의원들이 다수인 초재선 의원들은 이날 '유승민 3원칙'에 대해 "수용하는 것을 뛰어넘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으고 지도부에 공천 관련 거취를 일임했다. 유승민계와의 통합에 부정적인 당내 친박계의 반발을 돌파하려는 모습으로 해석됐다.
황 대표는 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통합의 본질은 신뢰와 대의"라며 "마음의 빗장을 조금씩만 풀어 달라"고 말했다. 그는 "통합이 쉬울 거라고 생각해 본 적 없다. 힘겨운 도전이지만 절대 단념하거나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각자의 주관과 철학이 있고, 같은 당 안에서도 늘 경쟁하는 것이 정치이다. (하지만) 우리는 작은 차이를 극복하고 보듬으면서 위대한 역사를 함께 써왔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전날 발표한 2차 인재영입을 언급하며 "이렇게 한 분 한 분 설득하다 보면 국민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하고, 이에 앞서 "당이 어려울 때마다 주저하지 않고 나서 준 전임 지도자들과 중진들의 경험과 고언은 어느 때보다 당에 필요한 자산"이라며 "대표로서 언제든 이 분들을 만나 지혜를 구하겠다"고 했다. 황 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이 '구체적으로 누구를 만날 계획이냐'고 묻자 답을 하지 않았다.
이날 한국당 초재선 의원 71명은 공천 관련 거취를 지도부에 일임하겠다는 각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한국당 박덕흠 의원은 재선의원 42명의 대표로 이날 최고위원회의에 각서를 제출하며 "지도부에 힘을 실어주면서 개혁과 쇄신에 박차를 가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양수 의원 등 초선 29명도 "공천에 이의제기를 전혀 하지 않겠다는 결의"를 담은 각서를 냈다.
이들의 공천 관련 거취 일임 역시 보수통합을 앞두고 기득권을 내려놓는 차원, 나아가 통합에 대비한 자리를 마련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한국당 당협위원장 253명도 일괄 사퇴서를 냈다. 황 대표는 최고위 후 기자들과 만나 "초재선 의원들께서 모든 것을 지도부에게 맡기겠다는 말씀을 해 주셨다. 참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 "귀중한 결단이 큰 성과로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언급했다.
특히 이 의원에 따르면, 초선의원들은 거취 일임 각서 제출을 결의하는 자리에서 "(유승민 의원의) 3원칙을 수용하는 것을 뛰어넘어 더 큰 틀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앞서 황 대표가 '3원칙' 수용 입장을 밝히려다 당내 친박계의 반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황 대표의 당초 입장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이 의원은 "마치 (당 내에) 통합을 반대하는 세력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저희들은 그런 세력을 본 적 없다"며 "멈칫멈칫하지 말고 신속하게 통합 작업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3원칙' 프레임에 갇히지 말고 그보다 큰 틀에서 합쳐야 산다"며 "3원칙 수용뿐 아니라 더 큰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세밀한 것에 연연하지 말고, 웬만하면 다 받아주고 '통 큰 정치'를 하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주류 중진들의 통합 촉구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앞서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김영우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황 대표에게 제가 개인적으로도 말씀을 여러 차례 드렸다. 어제(8일)도 만나뵙고 드렸다"며 "(황 대표는) 통합에 대해서 의지는 확실히 있다. 그런데 여러 당내 문제도 있고, 여러가지 이런저런 많은 조언을 받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김 의원은 "제가 '너무 친박들 이야기만 들으시면 안 된다'고 말씀드렸다"고 말해 눈길을 모은 뒤 "제 나름대로는 강력하게 말씀드렸고, 황 대표도 전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했다"고 전했다.
유승민계와의 통합 추진 창구 중 하나인 주호영 의원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에 나와 "(유 의원과는) 통화만 하고 제가 직접 만나진 않았다"면서도 "여전히 대화는 하고 있고 의견을 좁혀가고 있는 과정"이라고 했다. 주 의원은 "대화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진척이) 많이 돼 있다. 한두 문제만 남아서, 통합된 이후의 당 지도체제를 어떻게 할 것이냐 하는 정도의 문제만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당은 또 이날 류성걸·조해진·엄호성 전 의원과 안상수 전 창원시장 등 복당 희망 인사에 대한 재입당을 승인했다고 박완수 사무총장이 기자들과 만나 밝혔다. 옛 바른정당(현 바른미래당)에 참여했거나 탈당 후 무소속 후보로 선거에 나섰던 정치인들을 다시 받아들인 것이 "보수 대통합의 시작"이라는 게 한국당의 주장이다. 다만 바른정당 출신 정치인의 복당 허용에 대해 오히려 유승민계는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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