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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수령님께; 2020년, 기후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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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위대한 수령님께; 2020년, 기후는 정치다

[2020년 기후는 정치다] ①

위대한 수령님께

이 글은 지금 여기 대한민국 최고의 권력자, 위대한 수령님께 전하고자 하는 2020년 새해의 호소문이다. 동시에 국가의 근본이라는 뜻의 국본(國本)에게 올리는 상소이다.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의 결정권을 쥐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과 장관, 국회의원과 판검사, 경찰과 공무원까지 모든 공공의 비서이자 봉사자를 채용하고 해고할 수 있는 막강한 '원천 권력'이 있는 지존의 그 분 말이다.

주권자, 국민, 인민.

그렇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가 명시하고 있듯이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민 곧 인민이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자이다. 수령, 국본, 지존이다.

이 단순명쾌한 사실의 환기로부터 이 연재 글은 시작한다.

주권자인 인민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주인이고,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는 주체이다. 결코 대통령이나 장관, 시장과 군수, 국회의원, 검사, 판사들이 대한민국의 권력자나 주인이 아니다.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비롯한 입법, 사법, 행정부의 공무원들은 주권자인 인민이 잠시 권력을 위임한 인민의 대리인, 비서, 서기, 공복(公僕)에 지나지 않는다.

공산당이 당의 최고 지도자 명칭을 서기나 비서로 표현한 것은 인민이 주권자임을 충실하게 반영한 명칭이었다. 김일성과 모택동과 레닌, 스탈린 모두 직함은 서기, 비서였다.

그런데 현실 사회주의 국가에서 인민의 비서에 불과한 자들이 거꾸로 인민 위에 올라선 최고 권력자, 독재자로 변질되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새로운 민주공화국을 건국한 지 어언 1세기가 지났다. 일본제국주의와 싸워 독립을 쟁취하고 대한민국을 '재건'(1948년 제헌헌법 전문)한 지도 70여년이 지났다. 주권자의 비서인 대통령이 비서의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자 주권자들 스스로 우리가 주인이라고 소리치며 분연히 광장으로 뛰쳐나와 과감한 비폭력 평화 행동으로 비서를 해고한 지도 벌써 3년이 되어 간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는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인민이 위임한 '권한'의 헌 칼을 휘두르는 입법, 사법, 행정의 비서들을 인내심으로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재벌의 해악이 극에 달했는데도 인민이 아니라 재벌을 위해 봉사하는 고위 관피아들과 여의도 정치꾼들과 일부 언론의 패악질을 두 눈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언제 해고해야 하는지 그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집이 불타고 있다

2020년 지금 우리에게 가장 화급한 일은 인류 공동의 집인 기적의 행성 지구호 전체가 불타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의 집 안방 문은 이미 화염에 휩싸여 있다.

한반도의 평균 기온은 지난 1백년 동안 지구 평균보다 2배나 더 높게 이미 1.8도나 올랐다.(국립기상과학원, 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 2018. 8.)

이산화탄소 평균 농도도 전세계 평균보다 3년 앞선 2012년에 400ppm을 넘었다.

빙하기의 전세계 평균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200ppm, 지금과 같은 간빙기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1750년대 서구 산업화가 본격화되기 이전까지는 오랫동안 약 280ppm 안팎이었다.

기후위기, 기후 비상사태 얘기다.

지구 기후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임계점을 지나 인류 멸종까지 예상되는 새로운 이상 기후 체제로 들어가고 말았다.

2018년 인천 송도에서 채택된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의 1.5도 특별보고서 결론은 이렇다. 2030년까지 앞으로 10년 동안 지구 온도를 1.5도까지만 올라가게 하려면 전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을 2010년 대비 45% 줄여라.

매년 18%씩 줄여야 한다는 얘기다. 사실 이것도 안이한 권고라고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반도는 이미 1.8도나 올랐는데 말이다.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0년 약 6.6억 이산화탄소환산톤, 2018년 약 7.2억 환산톤이었다. 한국은 전세계에서 가장 가파르게 늘어나는 세계 7위 '기후악당 국가'이다.

IMF 당시 한국 경제가 급전직하로 축소되고 공장이 문닫고 수많은 노동자들이 직장을 잃었을 그 때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은 1997년 5억 환산톤에서 1998년 4.3억 환산톤으로 14% 줄었다.

아무런 준비없이 IMF 사태처럼 순전히 강제로 45%를 줄여야 한다면 우리는 10년 동안 매년 반복해서 IMF 사태같은 충격타를 맞을 수밖에 없다.

여기서 굳이 기후위기와 관련된 사실들을 나열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스마트폰으로 손가락만 살짝 움직여 검색해 보아도 뉴욕보다 높게 32도까지 오른 알래스카의 여름, 북극해와 시베리아 툰드라 지역의 기온 상승과 메탄가스 방출, 유럽과 인도의 폭염, 호주의 가뭄과 산불 등등 기후위기와 관련된 다급한 외침과 기사, 정보는 지금 이 순간에도 넘치고 넘치게 쏟아지고 있다.

오늘날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에는 매일 1억톤의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로 인해 매일 200종 안팎의 지구 생명체가 멸종되고 있다.

1분에 축구장 48개 크기의 숲이 사라져가고 있다.(세계자연기금) 매일 여의도 면적의 50배, 서울시 산림 전체 면적에 해당하는 숲이다.

매일 여의도 면적 65배 이상에 해당하는 토양이 사라지고 있다.

매일 2만 7천여 톤의 독성 화학물질이 배출되고 있다.

기후는 정치다

유럽과 미국, 캐나다 등지의 청소년들이 학교로 가지 않고 거리로 뛰쳐나오고 있다. 집이 불타고 있고 미래가 사라지고 있는데 어떻게 학교에 갈 수 있느냐며 아예 금요일마다 등교 거부 시위를 벌인다.

영국의 기후행동 단체는 이름조차 '멸종 반란'이다. 이들은 약 6500만 년 전 멸종한 런던 자연사박물관의 공룡 화석 아래에 드러누워 다이인 포퍼먼스를 연출하기도 했다.

출근 길 다리와 거리를 막고 드러누워 교통을 마비시키는 기후행동 시위대의 상당수가 청소년들이다.

기후는 정치다.

그것도 지금까지의 정치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종류의 생존 정치다.

대한민국 국민이 멸종을 피하고 살아남기 위해 선택할 수밖에 없는 격렬한 신기후 체제 전환과 이행의 정치투쟁이다.

기후위기를 해결하거나 적응할 수 있는 방식을 채택하고 실천하는 것은 결국 사람들이다. 주권자들이다.

결코 숫자로 뒤범벅 된 최첨단 전문 과학기술이나 돈벌이 숫자 경제가 아니다. 지금의 기후위기를 초래한 주범들이 바로 이들 외눈박이 과학기술과 돈에 미친 숫자 경제였다.

오직 성장과 개발만을 외치는 국가와 기업이었다.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별에 출현한 이래 인류는 지금까지 안정된 기후체제 아래서 태어나 새끼를 낳고 죽는 기적같은 삶의 순환을 이어 왔다.

그러나 이제 그런 평탄한 기후의 삶은 끝났다.

기후정치는 민주주의 정치의 장점과 단점 모두를 그대로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급속히 재편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영국의 브렉시트를 비롯한 유럽의 대의정 자체를 뒤흔들고 있는 난민 문제는 사실 '기후난민' 문제이며, 엘리트 대의정의 무능과 무책임을 그대로 보여준다.

기후정치는 전시 체제와도 같은 전쟁 정치의 성격을 띄게 될 확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미국, 호주 등 근대 산업국가의 국방부와 정보기관들이 국가 안보 차원의 기후위기 대응책을 수립하면서 상수로 전제하는 것은 기후위기-식량위기로 인한 전쟁이다.

기후 파시즘의 등장은 점점 더 피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더욱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한국의 낡은 보수와 진보 문법은 정말로 시대를 역행하는 퇴행성 정치라고 할 수밖에 없다. 무슨 표창장인지 뭔지 위조했다 안했다를 두고 검찰과 언론과 여의도 정치꾼들이 패를 갈라 다툰다는 사실 자체가 타이타닉 5분 전의 슬픈 현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타이타닉은 한국에서는 1998년 2월 IMF 긴축과 구조조정의 한파가 한창 몰아닥치고 있던 때에 개봉되어 최고의 흥행 실적을 기록한 영화이다. 영화는 초호화 유람선인 타이타닉호가 1912년 빙하와 충돌해 침몰할 당시 영국의 계급 분열 시대상황, 특히 부자들이 탄 1등실과 하층 노동계급의 3등실 실상을 파노라마처럼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부자들이건 하층 노동자건 배 자체가 부서지자 죽는 건 마찬가지였다.

주권자들이 기후 정치의 주인이다

타이타닉의 주연 남배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2014년 유엔 기후정상회의에서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기후위기 해결을 촉구하면서, "세계 지도자 여러분, 저는 직업을 위해 연기하지만 여러분은 그래서는 안됩니다."라고 말한 바 있다.

디카프리오가 한 가지 간파하지 못한 사실이 있다. 오늘날 대의정치 정치인들은 정확히 극장정치의 배우들에 불과하다. 아니 오히려 훨씬 더 정교한 가면을 쓴 뻔뻔한 기후 범죄자들이다.

우리는 지금까지 국가의 정책결정자들에게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권한을 위임해 왔다.

그런데 이들이 한 일은 끊임없이 증가하는 온실가스 배출이었고, 기업과 결탁해 기후위기를 더욱 악화시키는 정책만 쏟아내는 일이었다.

"당신들은 내가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협상만 하고 있습니다."

2011년 11월 남아프리카 더반에서 열린 유엔 기후회의에서 비정부기구를 대표해서 당시 스무살이던 캐나다 대학생 안잘리 아파두라이가 한 말이다. 유엔 기후회의는 그녀가 태어나던 해인 1992년 브라질의 리우에서 처음 열렸다.

2019년 9월 23일 16살의 그레타 툰베리는 뉴욕의 유엔 기후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의 지도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헛된 말로 저의 꿈과 어린 시절을 빼앗았습니다."

서구 근대화 산업화는 인류에게 전대미문의 엄청나게 풍요로운 삶을 가능케 했다. 국가와 기업도 성장 중독증에 걸려 멈출 줄 모르고 성장을 계속해 왔다.

그러나 땅 속에 파묻혀 있던 화석연료를 끄집어내 불태워서 얻은 이같은 석유문명의 종말을 향한 폭주는 이제 전세계 청소년들에 의해 제동이 걸리고 있다. 청소년에 이어 기성세대도 적극 길거리 행동에 나서고 있다.

마침내 주권자 기후정치가 시작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국가와 기업의 성장 정치, 가면을 쓴 음습한 여의도 극장정치를 끝장내야만 하고 끝장낼 수 있는 힘이 있다.

주권자에 의한, 주권자를 위한, 주권자의 풀뿌리 민주주의 기후정치, 그것이 2020년 4.15 기후총선의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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