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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신년사 발표하지 않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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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신년사 발표하지 않은 이유는

통일연구원 "책임과 부담 분산시키기 위한 선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집권 이후 처음으로 신년사를 발표하지 않은 것을 두고, 정책 노선을 변경하는 데 따른 정치적 부담을 혼자 짊어지지 않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은 2일 발표한 '북한의 제7기 제5차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 분석 및 향후 정세 전망'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북한이 전원회의를 대규모로 치르고 김 위원장이 신년사를 생략한 것에는 "전환의 중대 결정이 갖는 책임과 부담의 분산"의 의도가 있다고 진단했다.

연구원은 "지난 2년여 동안 김정은 위원장은 국제사회에 비핵화를 약속하며 정세 전환을 주도해 왔지만,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이에 대한 '책임' 부담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런 가운데 내핍을 강조하는 새로운 길로의 '전환'을 다시금 얘기하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2012년 집권 첫해에는 다시는 인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을 했지만, 이번엔 다시 허리띠를 졸라맬 것을 주문해야 하는 상황을 신년사 연설을 통해 언급하기 힘든 측면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전원회의 결정으로 신년사를 대체한 것도 2019년 신년사를 통해 김정은 위원장이 제시했던 과업들의 성적이 좋지 않은 것을 의식해서일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미 간 대화가 교착 국면에 빠지면서 이렇다 할 출구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과 대화 기조에서 벗어나 '자력갱생'을 강조하며 이른바 '버티기' 모드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김 위원장이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면서 북한 주민들 앞에 나서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연구원은 지난해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나흘 동안 열린 전원회의에 대해 "이례적으로 당 대회에 버금가는 4일간의 긴 일정, 대내외 문제를 망라한 포괄적인 의제 논의, 당중앙위원회 및 대규모의 방청 동원 등을 통해 당의 총의를 모으는 형식을 취한 점이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새로운 길'의 전환적 결정을 당 전체의 총의를 통해 결정하는 모습을 연출하려는 의도로 읽을 수 있다. 소위 '전환'의 명분을 회의 규모와 시간을 통해 확보하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연구원은 "이전과 달리 주석단에 2열로 핵심 엘리트들을 배치한 구도, 휠체어를 탄 박봉주 당 부위원장이 마지막 기념사진 촬영에 등장해 함께하는 모습 등은 '당-국가'를 책임지는 최고 엘리트 집단의 공동결정, 이견이 없는 일체화된 모습을 연출하려는 의도"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원은 전원회의의 결정서를 통해 나타난 북한의 정책 변화와 관련 "김정은 위원장이 공언했던 '새로운 길'의 초기 윤곽이 드러났지만 직접적인 도발 예고나 핵실험·ICBM(대륙간 탄도 미사일) 모라토리엄(중단) 파기 선언, 북미 대화 중단 선언과 같은 우려했던 '레드라인'은 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연구원은 북한이 '충격적 실제 행동', '전략무기' 등의 언급을 하긴 했지만 "일정한 모호성을 유지해 압박 수위를 조절했다"면서 "정책적 운신의 공간을 확보하려는 신중함을 일단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북한은 향후 북미 관계를 '교착상태의 장기성'으로 표현하며, 이후 미국의 대북 입장에 따라 협상 재개의 문은 열어뒀다"며 "대미전략의 승부 카드로 크게 '시간(장기전)', 전략무기 개발, 선 적대시 정책 철회 요구 등을 내세웠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북한이 이른바 '레드라인'을 넘지는 않았지만 향후 적극적으로 정세를 관리하지 않는다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상원 탄핵 심판, 미 국무부 대북 협상팀 진용 정비, 미 재선 레이스 등의 불확실성이 일정 부분 걷혀야 대북 협상에 대한 집중력이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며 "1~2월에 한국과 미국이 북미 협상의 불씨를 살리는 적극적이고 과감한 '대북 메시지'와 '선언적 조치'를 내놓을 필요가 있다. 그 중 하나가 '한미연합훈련'의 조정"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김 위원장은 전원회의에서 "미국은 대통령이 직접 중지를 공약한 크고 작은 합동 군사 연습들을 수십 차례나 벌려놓고 첨단 전쟁 장비들을 남조선(남한)에 반입하여 우리를 군사적으로 위협"했다며 한미 연합 군사 훈련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일 보도한 바 있다.

연구원은 "과거 패턴으로 보면 북미, 남북은 공세적인 비난과 대치, 군사적 긴장 메커니즘으로 빠져들 수 있다. 한미 연합 훈련의 조정은 정세 관리의 핵심 사안이 될 수밖에 없다"며 "지난해 유엔 총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3원칙(공동번영, 전쟁 불가, 상호안보)을 보다 과감하게 재천명하고 한국이 주도적인 메시지 발신자가 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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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호

외교부·통일부를 출입하면서 주로 남북관계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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