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통일부 출입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진 김 장관은 북미 간 이렇다 할 접촉 기회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현 상황과 관련 "상황 악화를 막고, 협상 동력을 살리기 위해 최종합의로 가는 징검다리로 잠정 합의의 지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북미 양측은 지난 10월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실무협상 이후 공식적인 접촉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이후 북한은 군사적 행동을 보이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공언한 '새로운 길'에 접어들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다만 북한이 미국에 '크리스마스 선물'을 운운하며 군사적 행동을 할 수도 있다는 식의 경고성 발언을 하기도 했으나 실제 이같은 행동은 벌어지지 않아 향후 북한이 이달 말로 예정한 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어떤 카드를 들고 나올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전원회의에서) 결정될 수 있는 내용과 관련해서는 지금 진행돼 온 경과들을 참조하면 좋지 않을까"라며 "내각회의가 열렸고, 며칠 전에는 군사중앙위가 열렸다. 그 내용에는 조직개편 방향도 있고 군사 정책에 대한 원론적 정책도 있으니 그 연장선상에서 전원회의의 결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내놨다.
이 당국자는 "(10월) 스톡홀름 실무협상 이후 북한의 담화가 17번 나왔는데 담화내용도 두 가지 길(이전의 길과 새로운 길) 다 내포하고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크리스마스 선물도 마찬가지로 대화, 악화와 개선 두 가지 기대에 대해 예고한 것이다. 어떤 한쪽으로만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북미 관계가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올해 남북관계 역시 사실상 모두 정지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침체됐다. 이대로라면 남북 간 공식적인 접촉이 전무했던 한 해로 기록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김 장관은 "한반도 정세에 복잡성이 심화되고 있고 그 결과 대북정책 추진 공간이 좁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그러나 추가적 상황 막고, 지금의 하강 국면을 상승 국면으로 반전시키기 위한 세심한 전략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대북 제재 완화 결의안과 남북 철도 협력 사안을 언급했다. 해당 결의안에 남북 철도 문제도 제재 예외 사항으로 포함돼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정부가 남북 간 교류 협력의 재개를 위한 방편으로 '철도' 카드를 활용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김 장관은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제재 완화 결의안을 정부도 주목하고 있다. 다양한 창의적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며 "오늘(26일)은 남북이 함께 철도‧도로 착공식을 한 지 1년 된 날이다. 철도와 도로를 잇는 일이야말로 대륙과 해양을 잇는 교량 국가의 꿈을 실현하는 것으로 평화경제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김 장관은 "철도‧도로 연결 사업은 비상업적 공공 인프라 사업으로 사전에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물품 하나 하나별로 제재 면제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된다"며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철도 연결의 잠재력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고 말해 미국을 설득하는 것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정부의 설명대로 철도 연결이 남북 교류 협력을 진전시키는 주요한 기제임은 분명하다. 다만 금강산 관광지구에 있는 남한의 자산과 건물을 철거하라며 날을 세우고 있는 북한이 철도 연결 정도로 남한과 다시 교류 협력을 추진할 결심을 할지는 미지수다.
또 중국과 러시아가 유엔 결의안 초안을 통해 철도를 제재 예외 사업으로 포함하기는 했으나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다른 안보리 상임이사국들이 대북 제제 완화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남북 간 철도 연결에 국한해 대한 제재 면제를 받을 수 있을지도 장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를 의식하듯 통일부 고위당국자는 중러의 안보리 결의안 초안에 대해 "이 자체적으로 상황 관리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앞으로 협상에서 그 부분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있기 때문에 그 차이를 좁히는 노력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금강산 지구 내 남한 자산 문제와 관련 김 장관은 "남북 간 논의가 진행 중이지만 여전히 입장 차가 크다"며 "그러나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향후 금강산 관광을 넘어 북한이 관심을 가지는 관광 분야에서 남북 협력 범위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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