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세월호와 같은 사회적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기업의 사고에 책임을 부과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26일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사회적 참사를 일으킨 기업의 형사법적 책임' 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결론을 냈다.
세월호 참사 가해기업 청해진해운은 해양관리법이 정한 기름유출 행위와 관련해 벌금 1000만 원을 선고받았을 뿐 사망한 304명에 관한 살인죄나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형법상의 범죄로는 처벌되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해서도 기업 대표들이 징역형을 선고받긴 했으나 기업 자체는 1억 5000만 원 벌금에 그쳤다.
이처럼 참사를 일으킨 기업에 대해 처벌이 미진한 것은 처벌근거가 법적으로 제대로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벌금으로만 규정된 양벌규정의 한계로 기업의 형사책임이 축소되거나 면탈됐다는 지적이다.
'양벌규정'은 범죄 행위자를 벌할 뿐만 아니라 행위자와 일정한 관계가 있는 법인에 대해서도 형을 과하도록 정한 규정을 말한다. 그러나 기업에 직접적인 형사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김성돈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동자·시민의 안전을 침해하는 기업에 처벌하는 법률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법률들이 기업처벌을 제대로 할 수 없게끔 만들어져 있다"며 "'양벌규정'으로 기업도 처벌 대상이 되지만 매우 미약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위험의 외주화'로 불리는 원하청 관계도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하청 비율이 70%가 넘어서는 현실에서 형사책임이 원청기업에까지 미치지 않는다"며 "기업처벌의 걸림돌이 곳곳에 가로놓여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 "기업은 헌법재판소 판결(90헌마56 결정)을 통해 '법인도 기본권의 주체'로 인정받고 있다"며 "정의와 형평의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는 형사 책임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한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현행 양벌규정은 기업처벌을 기업에 속한 개인 행위자의 형사책임에 종속된 것으로 볼 뿐 기업 자체의 '사회재난 유발 구조'에 대해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다"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과 대법원의 양형위원회가 형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업의 형사책임에 관한 입법은 양형으로 실현되는 것"이라며 "최종적으로 법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의 노동자 사망사건을 살펴보면 2016년 양형기준이 마련됐으나 기업이 합의를 통해 보상만 하면 사망자수가 아무리 많아도 처벌을 면해왔다는 것이 김 연구위원의 지적이다.
장동엽 가습기살균제참사 전국네트워크사무국장은 "한국사회가 시민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참사의 예방과 대응에 있어서는 전근대적 수준의 법제도에 머물러 있다"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일명 '기업살인법'도 고 노회찬 의원 대표발의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나, 국회에서 멈춰서 있다"고 지적했다.
박태현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가습기살균제의 안전성을 실증하지 않고 '인체에 무해하다'는 신문광고를 발주한 주체는 기업이고 소비자의 안전을 보호해야 할 의무 내지 생명·건강을 침해하지 말아야 할 의무의 주체도 기업"이라면서 "기업처벌법 도입을 통해 기업의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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