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30일(현지시간)로 예정돼 있던 이라크 주권이양이 28일로 앞당겨졌다. 저항세력의 대규모 공세를 피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주권이양마저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라크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한편 주권이양을 앞두고 이라크 전쟁상태는 더욱 격렬해 지고 있어 ‘이라크 안정’까지는 얼마나 많은 날들이 필요할지 예측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이라크 주권이양 이틀 앞서 진행돼, 브레머 미 행정관 이라크 떠나 **
CNN 방송은 28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날 오전 10시 26분, 주권이양이 공식적으로 이루어져 이틀 앞당겨졌다”며 “조촐한 행사가 바그다드에 있는 이라크 주둔 미군 점령당국(CPA)안에서 치러졌다”고 보도했다.
이제는 전 이라크 주둔 미군 최고 행정관이 된 폴 브레머 최고 행정관은 이라크 대법원 수장에게 주권이양 관련 문서를 전달했으며 이 자리에는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와 부총리 등이 참석했다. 이 문서는 이후 세이크 가지 알 야와르 이라크 대통령에게 전달된다.
알 야와르 대통령은 이와 관련, “오늘은 이라크에 역사적이고 행복한 날”이라며 “모든 이라크인들이 갈망하던 날이고 우리가 국제사회 일원으로 다시 돌아간 날”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호시야르 지바리 이라크 외무장관은 터키 이스탄불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영국 토니 블레어 총리와 만나 회담을 가진 뒤 “이라크로의 주권이양은 당초 30일에서 월요일(28일)로 앞당겨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브레머 최고 행정관은 이에 대해 “이라크 주권을 이양하게 돼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14개월간의 업무를 마치고 이날 바로 이라크를 떠날 것으로 전해졌다.
***저항세력 공격 막기 위해 조기주권이양, 저항세력 공격 전쟁수준**
한편 이라크 주권이양이 이틀 앞당겨진데 대해 지바리 외무장관은 “이는 우리가 그 업무를 감당할 준비가 돼 있다는 징표”라며 “우리는 30일 이전에라도 우리의 책임을 다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조기 이양을 요청한 이야드 알라위 이라크 임시정부 총리 측도 그 이유에 대해 “매일 문제가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는 그러한 폭력을 다스릴 준비가 돼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즉 조기에 주권을 이양받아 게엄령 선포나 통행금지 실시 등 저항세력에 대한 대응책을 능동적으로 내놓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준비가 돼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이라크 주권이양이 이처럼 전격적으로 이틀 앞당겨진 배경으로는 주권이양을 앞두고 급증하고 있는 저항세력의 공세가 가장 큰 이유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등 저항세력 공격에 여전히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BBC 방송도 “주권이양과 함께 발생할 것으로 보이는 무장세력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날짜를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항세력은 주권이양을 앞둔 6월 대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이라크 주요 도시에서는 연일 대형 폭탄 공격과 요인 암살 등이 발생, 이라크는 다시 전쟁상태로 깊숙이 빠져들었었다. 또 미 해병 등 외국인 5명도 현재 저항세력에 피랍돼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주권이양이 있는 날에는 이보다도 더 격렬한 저항세력의 공격이 예상돼 왔는데 이틀 앞당김으로써 주권이양을 하자마자 행정이 마비되는 사태를 사전에 방지하자는 의도로 풀이되고 있다.
***‘완전한 주권이양’까지는 많은 시간 필요**
이에 따라 이라크 대통령과 외무장관 등의 호언에도 불구하고 이라크 주권이양이 “행복한 날”이 될지는 아직 장담하기 이른 모습이다. 또 이라크 주권이양이 ‘완전한 주권이양’이 되기에는 상당히 요원해 보인다.
우선 이라크 주권이양 내용을 담고 있는 유엔 결의안을 보면 이라크의 주권에는 상당한 제약요인이 있다. 이라크 임시정부는 장기적인 정책 결정을 내릴 수 없고 주권이양이후에도 이라크 국내에 주둔하게 될 16만명에 이르는 미군 등 다국적군에 대한 통제권한이 없다.
물론 임시정부는 주둔군에 이라크에서 떠나라고 요구할 권리가 있지만 현재로서는 임시정부가 그러한 요구를 할 의도는 전혀 없어 보인다.
이에 따라 이라크로 주권이양을 함으로써 전세계에 이라크 상황이 호전돼 점차 ‘정상국가’가 되고 있음을 보여주려 했던 미국으로서는 이러한 주권이양 시기가 상당히 불만족스러울 법하다.
대외적인 언론 홍보의 기회로 삼으려했지만 미 해병 한명이 오히려 피랍된 상황이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방문하고 있는 터키 국민 3명도 인질로 잡혀 있어 아무런 효과를 거두고 있지 못한 것이다.
***미 대선 앞두고 미국내 정치권, 주권이양 관련 불안감 터져나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내에서도 주권이양과 관련해 이라크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AP 통신에 따르면 민주당에서는 폭력 등 전쟁상태 점증, 불확실한 정치과정, 전력시설 등 사회 기간시설 복구 지연 등을 지적하며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또 이라크인들이 언제 스스로 방어할 능력을 갖추게 될지, 미군은 얼마나 오랫동안 이라크에 머물게 될지, 적절한 재정적 지원을 확보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해 강한 의문을 표하고 있는 상황이다.
공화당측은 물론 보다 낙관적이기는 하지만 일부 의원들은 “이라크 임시정부가 군사적인 문제에 너무 많은 발언권을 가지게 되면 미군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며 이라크 임시정부와는 다른 방향에서 주권이양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라크전 문제가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중심문제로 부상함에 따라 이라크 임시정부로 주권이양이 되고 나서도 당초 미국측 의도대로 아무런 진전상황이 보이지 않는다면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대선에서 치명적인 부담을 질 가능성이 높아 양당은 주의깊게 이라크 사태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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