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수출통제 품목에 대한 일부 완화 조치와 한일중 정상회의 계기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이 예정되는 등 한일 관계 개선의 움직임이 가시화된 가운데,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는 향후 한일 간 협력 강화의 뜻을 밝혔다.
지난 18일 '한일 기자 교류 프로그램'으로 도쿄를 방문한 한국 외교부 기자단과 간담회를 가진 남 대사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긍정적인 메시지가 나오길 기대한다며 "며칠 전 (16일 열린 한일 수출관리 정책대화)대화도 얼마 전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남 대사의 평가를 증명이라도 하듯 지난 20일 일본 정부는 지난 7월부터 시행했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를 일부 완화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완화한 품목은 반도체 소재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감광제)로, 수출 심사 및 승인 방식이 개별 허가에서 특정‧포괄 허가로 변경됐다.
다만 청와대는 "이번 조치는 일본 정부가 자발적으로 취한 것으로, 일부 진전이라고 볼 수 있으나 수출규제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방안으로는 미흡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일본의 수출 통제 완화 조치에 대해 아쉽다는 반응을 내놨지만, 일본이 한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같은 조치를 취하면서 정상회담에서 한일 간 협력과 관련한 보다 진전된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남 대사는 "지난 1년 반 동안 한일 간 과거사 때문에 할 수 있는 협력을 못했다. 한일 간 교역 규모가 계속 정체되다보니 (한국의) 교역 파트너 3위가 머지 않아 (일본이 아닌) 베트남이 된다"며 한일 간 정치적인 사안이 경제적인 부문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그는 "한일 간의 교역 여건은 좋다. 제일 좋은 교역 파트너가 될 수 있다"며 "앞으로 미래를 위해 해결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는데 (한일 간 교역이 위축되어) 상당히 아쉽고, 시간을 놓치면 안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남 대사는 "특히 한국과 일본은 미래 산업 분야에서 서로에게 도움이 된다"며 "일본은 기술이 굉장히 뛰어난 것이 많은데 규제가 심하다. 거기에 우리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한일이 팀을 만들어 (동남아 등에)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본이 경제적으로 힘든데 자동차 빼놓고 전부 어렵다. 그나마 강한 것이 금융인데 투자처가 없다. 안심하지 못하는 곳에 돈을 넣을 수는 없지 않나"라며 "일본 금융이 삼성, LG, SK 같은 한국 기업에 투자하면 서로에게 좋다"고 설명했다.
남 대사는 "지난 20년 동안 일본은 거의 변화가 없다. 6년 전 일본과 우리의 GDP(국내 총생산) 차이가 5배였는데 지난해는 3배였다. 일본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20~30년 동안 (한국과) 차이를 유지하고 있었는데 앞으로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인식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과 교역에서 한국이 열세인 것만은 아니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일 양국 국민들의 여론이 한일 관계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정치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며, 일본 사회 곳곳에 한국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할 수 있는 전방위적인 공공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남 대사는 일본 여론을 전하는 한국 미디어들의 왜곡된 시각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한국 내에서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오는 관광객 수가 안 줄어든다'는 식의 보도가 있는데 이는 일본 사회의 일반적인 흐름이 아니다"라며 "(일본을 향하는) 우리 관광객은 줄어드는데 한국에 오는 일본 관광객은 줄어들지 않는다는 식으로 미디어가 다루는 것이 실제 정확한 일본 여론과 다를 수 있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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