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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피랍 은폐 의혹' 일파만파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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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피랍 은폐 의혹' 일파만파 증폭

동영상 입수한 APTN 6월초 김씨 피랍 문의, 외교부 "그런 일 없다"

미국 AP 통신사의 텔레비전 뉴스인 APTN이 고 김선일씨가 이라크 무장저항세력에 피랍돼 진술하는 비디오테이프를 지난 6월초 배달받고 김씨의 신원 및 사실 여부를 한국 외교통상부에 문의했으나, 외교부는 피랍보고를 받지 못했다는 답변을 한 것으로 전해져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정부가 단순 직무유기가 아니라, 당시 반대여론이 거세던 추가파병 강행을 위해 의도적으로 김씨 피랍을 은폐한 게 아니냐는 '은폐 의혹'에 한층 힘을 주는 새로운 증거이기 때문이다.

***APTN 6월초 김씨 납치 문의했으나 외교부 "납치 사실 없다"**

AP 통신은 23일(현지시간) 바그다드발 기사를 통해 "6월초 익명의 사람으로부터 바그다드 APTN 사무실로 김선일씨의 모습이 담겨 있는 비디오테이프를 전달받았다"며 "6월 첫째주에 김씨에 대해 한국 외교부에 문의를 했으나 외교부로부터 '한국인이 납치됐다는 보고를 듣지 못했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보도했다.

AP 통신의 이같은 보도는 한국 정부가 그동안 김선일씨 피랍 사실을 은폐해온 게 아니냐는 세간의 의혹을 한층 증폭시키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김선일씨는 이라크 교민 명단에 등록돼 있었다"고 누차 밝혀왔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김씨 피랍 사실은 김씨가 5월31일 납치이후 6월21일 새벽에 카타르 대사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서야 처음 인지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김씨 피랍 직후에 김씨 테이프를 입수한 외국 언론사로부터 사실 여부를 질의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은 '고의적 은폐 행위'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APTN이 김씨 피랍 사실여부를 확인한 6월초가 미군의 팔루자학살과 이라크포로 강간-학대로 전세계 반미여론이 급등하고 국내에서도 파병반대 여론이 고조되며 국회의원 상당수가 파병 재검토 입장을 밝힌 민감한 시점이었다는 대목이 한층 은폐 의혹을 증폭시키는 배경요인이 되고 있다.

만약 이같은 의혹이 사실로 들어날 경우 정부의 도덕성은 치명적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며, 이에 따라 앞으로 국회 등에서 청문회 또는 국정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미 야당 일각에서는 청문회 요구가 제기된 상황이며, 민변 등 사회시민단체들은 청문회 갖고는 안되며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외교통상부는 AP통신 보도와 관련, "처음 듣는 얘기"라며 "현재 사실관계를 확인중"이라고 구체적 답변을 회피하면서도 크게 당황해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외교통상부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이번 사태가 미증유의 파문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하며, 일각에서는 내달초 예상되는 개각때 외교통상부장관도 포함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까지 나도는 등 분위기가 자못 흉흉한 상황이다.

***김선일씨 "부시야말로 테러리스트"**

APTN은 한편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전 6시30분 김씨가 6월초 영어로 인터뷰한 동영상 화면을 전세계 방송사에 공급했다.

무늬가 없는 베이지색 벽 앞에서 촬영한 화면에서 김씨는 반 팔 티셔츠를 입은 초췌한 모습에 마른 얼굴을 하고 있었으며, 눈빛이 상당히 불안해 보였다. 그러나 김씨는 기자의 질문에 시종일관 자신의 입장을 또박또박 밝히는 등 끝까지 삶에 대한 의지를 놓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김씨는 국적과 생일을 묻는 질문에 "한국에서 왔다. 한국에서는 수학교사를 했다. 생일은 1970년 9월 13일이며, 출생지는 부산이며, 이라크에 온 지는 6개월이 됐고 아랍어를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이 답변 이후에 화면은 잠시 지워졌으나 바로 화면은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그는 "3일전에 미군 캠프에 베개와 선글라스 등의 물건을 배달하러 갔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가족들을 말하면서 "가족 중에는 자신만이 결혼안한 상태"라고 신변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어진 질문에 김씨는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려 노력했다. 그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을 "테러리스트"라고 언급하면서 "미국은 이라크인들을 죽이고 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나는 조지 부시가 이라크 석유 때문에 여기를 침공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나는 부시와 미국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나는 미군부대에 식료품을 납품하고 있지만 미국과 부시는 싫어한다. 진심이다"라며 "지금 미군은 팔루자 등에서 선량한 이라크인들을 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APTN, 한국정부 부인으로 테이프 방송으로 안 내보내**

김씨는 특히 일어서 돌아서서는 손을 벽에 짚어 몸수색을 받는 자세를 취하면서 미군이 이라크 내에서 저지르고 있는 각종 불심검문의 부당성 등을 몸으로 재현해 보이면서, 자신이 그동안 미군에 협력하지 않아 왔다는 점을 강조하려 애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이후 그는 "나는 이라크인들을 좋아한다. 이라크 사람들은 매우 친절하다"며 "나는 이라크인들이 전쟁 때문에 가난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AP통신은 "김씨는 혼자 있었으며 깨끗하게 면도한 상태였고 머리는 짧게 잘라져 있었다"며 "테이프 상에는 무장 세력은 보이지 않았고 어떠한 요구 사항도 나오지 않아 김씨가 억류돼 있다는 증거가 있지 않았다"고 통신은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APTN은 한국정부가 피랍사실을 강력히 부인하고, 화면상으로 볼 때 김씨가 의지에 반해서 억류돼 있는 것인지가 불분명해 비디오테이프를 방영하지 않았다.

다음은 6월초 김선일씨 녹화 테이프의 육성 전문이다.

***육성 전문**

질문 : 이름은?
김선일 : 김선일

질문 : 생년월일은?
김선일 : 1970년 9월 13일

질문 : 직업은?
김선일 : 한국에서 수학을 가르쳤다.

질문 : 언제 이라크에 왔나?
김선일 : 6개월 정도 됐다.

나는 이라크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싶다. 나는 결혼한 형제와 3명의 누이가 있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진짜 테러리스트다. 한국에 있을 때 이라크 전을 봤다. 이라크전은 석유 때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3일전 팔루자 근처에 있는 미군 캠프에 갔습니다. 미군들은 때때로 총을 겨누며 어디서 왔냐? 직업이 뭐냐? 등 질문을 했습니다. 온 몸을 뒤지기도 하고 나를 의심했습니다.

미국인들이 싫습니다. 미군 캠프에 물품을 대기는 했지만 나는 미국 사람들과 군인들 부시를 싫어합니다.

지금 현실은 불공평합니다. 미군들은 팔루자 등에서 이라크 사람들을 죽입니다.

나는 이라크 사람들이 좋습니다. 이라크 사람들은 친절합니다. 바그다드에서는 저에게 구걸하는 가난한 사람들에게 돈을 주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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