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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이 찍은 '낙동강 참사'…"책임을 물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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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율 스님이 찍은 '낙동강 참사'…"책임을 물으리라!"

지율 스님, 다섯 개 도시서 '낙동강 비포&애프터' 사진전

"이 무너짐이 가슴 에이는 것은 이 아름다운 풍경을 아직 눈에 다 담지 못했고,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는 수차례 낙동강을 집처럼 드나들었다. 안동에서 부산까지, 낙동강 전체를 완주한 것이 몇 번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지난해 11월에는 아예 경상북도 상주의 낙동강변에 터를 잡아 상주의 '지역 주민'이 됐다. 아직 "이 아름다운 풍경을 눈에 다 담지 못했고, 충분히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에서다. 매주 '1박 2일 낙동강 숨결 느끼기 순례'를 진행하는 그의 손에는 언제나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정부의 4대강 사업에 반대하며 지난해 봄부터 낙동강 순례를 하고 있는 지율 스님이 오랜만에 서울 도심으로 나왔다. 그간 낙동강을 오르내리며 찍은 사진들, 4대강 사업으로 망가지는 풍경을 모아 전시하기 위해서다. 30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 내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나무갤러리에서는 불교환경연대의 후원으로 '낙동강 비포&애프터 사진전'이 열렸다.

▲ 지율 스님이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에게 사진 설명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차마 이 풍경이 곧 사라진다는 생각을 못하겠다"

"이제 사람들은 이곳에 노래를 좋아하는 주모가 살았던 작은 주막이 있었다는 것을 생각이나 할까요? 낙동강 푸른 물줄기를 헤어져 갔던 작은 나룻배도…"

작은 오두막 한 채가 너른 강가에 서 있는 풍경과 처참한 공사장으로 변한 풍경이 나란히 이어졌다. 4대강 공사를 시작 전과 후, 낙동강 본포 나루터를 각각 찍은 사진 옆엔 파괴되는 강에 대한 지율 스님의 안타까움이 담긴 글도 함께 실렸다.

▲ 지율 스님이 찍은 낙동강 구담 습지의 '비포&애프터'. ⓒ불교환경연대
30일 오후, 전시장에서 만난 지율 스님은 관람객들에게 자신이 찍은 사진을 한 장 한 장 설명하고 있었다. 이날 전시되는 사진은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인 지난해 봄부터 올해까지 3월까지, 지율 스님이 수차례 낙동강을 오가며 온몸으로 담은 기록이다.

이 사진들엔 4대강 사업으로 인해 파괴되는 낙동강의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4대강 사업이 시작되기 전과 후, 같은 장소에서 각각 촬영한 사진들은 낙동강이 4대강 사업으로 어떻게 참혹하게 무너지고 있는지 생생하게 증언한다.

사진을 설명하는 지율 스님의 말에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강을 파괴하고 그 위에 세워진 '시멘트 지붕', 지율 스님은 "이것을 '신의 선물'로 부르는 사람들에 의해 4대강 사업이 계획되고 진행되고 있으며, 그것을 거부하지 않는 더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우리의 강은 원형을 잃고 파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 마침 불교환경연대 대표 수경 스님이 전시장을 찾았다. 수경 스님은 지난 11일부터 여주보 공사가 한창인 남한강 인근에서 '강처럼 사는 집'이라는 뜻의 '여강선원(如江禪院)'을 개원해 무기한 천막 정진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을 설명하던 지율 스님이 "사진을 정리하는 데 마음이 더 아팠다. 차마 이 풍경이 이제 사라진다는 생각을 못 하겠다"고 말하자, 수경 스님이 깊은 탄식을 내쉬었다.

▲ 전시장을 찾은 수경 스님에게 지율 스님이 사진 설명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선명수)

'낙동강 숨결 느끼기'라는 부제가 붙은 이 사진전은 29일 조계사를 시작으로 전국 5개 도시에서 연이어 열릴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명동성당 앞, 서울대학교 광장에서 진행되며, 내달부터는 부산·대구·광주·상주 일대에서 전시회를 이어나간다.

"천성산 싸움 때부터 사진을 찍는 일은 익숙하다"는 지율 스님은 사진전을 개최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 나는 한 마리의 자벌레처럼 강가를 걷고 있을 뿐이다. 비록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하더라도 나는 이 사업이 공론화되고 재검토될 때까지 걷고 절망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나는 내가 직접 지켜본 파괴의 현장들을 기록하고 정리해 우리의 국토가 어떤 힘에 의하여, 어떤 논리에 의하여 어떻게 파괴되고 변화되고 있는지, 침묵의 방조자인 동시대인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그리하여 조만간 올 뒷사람들에게 이 사업이 다시 평가받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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