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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투입과 1교대가 대체 무슨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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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차 투입과 1교대가 대체 무슨 관계?

[오민규의 인사이드 경제] 산업은행과 GM은 기본 계약서 내용 공개해야

"창원공장 1교대 전환은 C-CUV 성공을 위한 약속이행이기에 노사협의가 즉시 개최되어야 합니다. 노사협의회가 긴급히 진행될 수 있도록 노동조합의 현명한 판단을 요청 드립니다."

한국GM 측이 노동조합에 보낸 공문 등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문구이다. 창원공장에 C-CUV 신차를 투입하기 위한 전제조건이 ‘1교대 전환’이라는 것이다. 완성차공장에 신차 투입은 생명수와도 같은 일인데, 이를 위해 1교대 전환을 약속했다는 말은 또 뭘까. 지난해 한국GM 창원공장 신차와 관련해 합의된 내용이 뭐길래?

1교대가 아니라 신차 투입이 노사합의 전제조건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발표부터 시작된 GM과의 숨가쁜 협상은 크게 2가지 방향에서 진행된다. 임단협이라는 형식으로 진행된 노사 교섭, 그리고 주로 산업은행이 진행한 자금 투입 관련 노정 교섭이다.

그 중 임단협의 경우 2월 초부터 시작된 교섭이 2개월 간 팽팽하게 진행되다가 한국GM 사쪽은 4월 23일 최종 제시안을 내놓게 된다. 회사 제시안의 ‘전문’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아래와 같이 노사합의 전제조건을 적시하고 있다.


간단히 말하자면 한국GM 노사 간 임단협 합의는 △산업은행의 추가 투자 △GM 본사의 신차 2개 배정을 전제로 효력을 갖는다는 얘기다. 모두가 알다시피 산업은행은 총 8100억의 추가 투자를 약속했고, 지난해 연말까지 2차례에 걸쳐 자금 투입을 이미 완료했다.

위 제시안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가결되었다. 그리고 가결 즉시 변경된 임단협에 명시된 임금 삭감과 복지 후퇴는 곧바로 효력을 발생했다. 그렇다면 당연히 임단협 효력발생의 전제조건으로 제시된 “두 가지 미래 제품”에 대한 GM 본사의 배정 역시 완료된 것으로 보아야 한다.

신차 배정의 전제 얘기는 눈을 씻고 봐도 없다. 1교대 전환과 관련해선 단어 하나 등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임단협 합의 효력 발생의 전제 조건이 신차 배정이라고 적시되어 있다. 만일 신차 배정이 안 된 것이라면 2018년에 합의한 임단협 내용은 당연 무효가 된다.

신차 투입은 전제조건 없는 GM의 약속


하지만 지금 이 순간까지도 임단협 합의내용은 멀쩡하게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렇다면 GM 본사 역시 창원공장에 투입할 신차 C-CUV 배정을 확정한 것이다. 부평과 창원공장에 각각 신차를 투입한다는 것은 전제조건 없는 약속이었다. 대체 1교대와 신차가 무슨 관계란 말인가?


임단협 합의서 각론에 해당하는 '각 공장별 발전전망’에서도 GM은 창원공장에 "신차 C-CUV 배정을 확정"했다고 표현하고 있다.(위 합의서 내용) GM의 차량개발절차를 감안하면 2022년 SORP(생산 개시)를 목표로 한다는 것도 명시했다. 앞에서 수차례 강조한 것처럼 창원공장 신차 배정과 생산은, 전제조건 없는 GM의 약속이었다.

다만 창원에 대규모 투자가 진행됨에 따라 △일시적 공장운영 계획 변경 △생산성 향상 목표 이행에 있어 “노사는 상호 협력”하기로 했다. 이 단서조항(전제조건이 아니다) 역시 지금까지 성실하게 이행되고 있다. 이를테면 생산량 변경에 따른 '일시적인 생산속도(JPH) 감소', 도장공장 신축에 따른 '일시적인 전환배치'에 대해 창원공장 노사 간 상호 협력이 이뤄져 왔다.

그런데 갑자기 GM 사측은 '일시적 공장운영 계획 변경'이 1교대 전환에 해당한다며 비정규직 560명 집단해고를 불러일으킬 1교대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 지금까지 일시적 공장운영 계획에 대해 노사 간 상호 협력 약속은 잘 이행되어 왔다. 합의서 어디에서도 문구를 찾을 수 없는 ‘1교대 전환’을 밀어붙이는 사측이야 말로 ‘상호 협력’ 약속을 파기하고 있는 꼴이다.

산업은행이 합의내용만 밝히면 된다


그렇다면 GM은 대체 뭘 믿고 창원공장 1교대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는 걸까? 노사 간 임단협 합의서에서는 아무런 근거를 찾을 수 없다. 적어도 노사 간에는 이면합의나 비공개 합의 따위는 없다. 노사 간에 체결된 모든 합의내용은 조합원들과 시민사회에 투명하게 공개되어 있다.

그럼 가능성은 한 가지밖에 없다. 앞서 얘기한 것처럼 지난해 노사 간 임단협만이 아니라 한국 정부를 대표해 산업은행도 GM과 별도의 교섭을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산업은행은 8100억이라는 거금을 투자하기로 했고, GM은 경영정상화 및 부평·창원공장 신차 투입을 약속했다.

그런데 엄청난 규모의 국민 혈세 투입 내용이 담긴 산업은행-GM 간 기본 계약서(Framework Agreement) 내용이 전혀 공개되어 있지 않다. 혹시 이 계약서 내용 중에 창원공장에 신차를 주는 대신 1교대 전환을 명시해 두었을 가능성은 없을까?

<인사이드 경제>는 그동안 산업은행의 행태를 비판해 왔지만, 이점에 대해서만큼은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본다. 그 이유는 산업은행의 무책임, 즉 책임지기를 극도로 꺼려하기 때문이다. 1교대 전환이라던지, 임금삭감이나 단체협약 후퇴 등 노사 간에 협의해야 할 문제에 대해서는 뒤에서 압박·협박하는 일은 했을지언정 산업은행이 공개적으로 나서서 문서로 정리했을 리가 없다.

게다가 만에 하나 산업은행이 그런 합의를 GM과 체결했다면, 이게 공개되는 순간 산업은행장이 날라가는 것은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 국정농단의 사례로 정치쟁점화 된다. 국정조사는 기본이고 검찰 수사와 정부 고위인사 체포·구속이 줄을 이을 사안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할 산업은행 고위 관료들이 그런 모험을 했을 가능성은 없다.

그렇다면 산업은행은 GM과 체결한 기본 계약서 내용만 공개하면 된다. 그렇지 않아도 8,100억 혈세를 투입해놓고 570명 비정규직 집단해고 사태에 손 놓고 있다는 비난이 들끓지 않는가. 억울한 혐의를 벗기 위해서라도 산업은행은 GM과의 합의내용을 공개하시라. 창원공장 신차 투입 관련 1교대 전환에 대해 합의서에 명시했는지 여부를 투명하게 밝히면 될 일 아닌가.

신차 투입 약속 어기면 모든 계약도 파기

추혜선 위원 : 알겠습니다. 또 다음 질문입니다. 12월에 투입되는 4000억 원, 아까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이렇게 말씀하셨지요, 추가 투입되는 금액
이동걸 회장 : 저희는 일단 원칙적으로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마는 그 부분에 대해서 국가적으로 반대를 하신다면 저는 국가의 결정을 따르겠다는 말씀입니다.
추혜선 위원 : 그러면 기본계약이 파기된다는 말씀이지요.
이동걸 회장 : 예, 기본계약은 파기됩니다.

지난해 10월 22일,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렇게 답변했다. 당시 기본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연구·개발 법인 분리를 GM이 강행하려 해, 산업은행이 이를 중단하라는 가처분소송을 법원에 제출하는 등 GM과의 갈등이 심화되던 시점이었다.

이동걸 회장은 GM이 신의를 버렸다는 비난이 일던 시점에서도, 8100억을 투입하기로 한 산업은행의 약속은 GM과의 기본 계약서 내용에 포함되어 있기에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작년 상반기 4000억에 이어 하반기에 추가 4000억을 투입하지 않으면 GM과의 기본 계약서 자체가 파기되며, GM은 계약서 파기의 책임을 한국 정부에게 떠넘기려 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동걸 회장 발언을 좋게 해석하자면 “우리가 약속을 지켜야 GM에게도 약속 이행을 강제할 수 있다”는 취지일 것이다. 그렇다면 1교대 전환은 창원공장 C-CUV 신차 투입을 위한 약속이라 주장하는 GM에 대해서 제대로 말해야 한다. 만에 하나 GM이 창원공장 신차 투입 약속을 이행하지 않으면 그 즉시 기본 계약서는 파기될 것이며 이 모든 책임은 GM에게 있다고 말이다.

GM에게 책임을 물을 방법도 다양하다. 기본 계약서 파기의 책임을 물어 한국 정부는 GM을 상대로 각종 국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메리 바라를 비롯한 GM의 최고 경영진들은 주가 하락으로 미국 주주들로부터 상당한 견제를 받고 있는 처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주식시장에 좋지 않은 신호로 작동할 한국 정부와의 소송전은 뼈아픈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하물며 1교대 전환이 몰고 올 결과가 비정규직 570명 집단해고라면 “가성비 있는 투자”를 주장해온 이동걸 회장 입장에서 무조건 반대해야 할 사안이 아닌가. 1교대 전환에 반대해 ‘정규직·비정규직 모두 함께 살자’고 주장하고 있는 창원공장 노동자들의 목소리야말로 8100억 국민 혈세를 가치 있게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 아닌가 말이다.

그러고 보니 21대 총선이 멀지 않았다. 지자체 선거를 앞두고 군산공장 폐쇄를 전격 발표하며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며 다양한 특혜를 요구했던 GM의 행태를 기억한다면 서둘러야 한다. 또 총선을 앞두고 무슨 카드를 들이밀지 모르니 말이다. 산업은행과 문재인 정부가 GM과의 합의내용과 사실관계만 제대로 밝혀도 문제는 쉽게 풀린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입을 다물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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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연구실장입니다. 2008년부터 <프레시안>에 글을 써 오고 있습니다. 주로 자동차산업의 정리해고와 비정규직 문제 등을 다뤘습니다. 지금은 [인사이드경제]로 정부 통계와 기업 회계자료의 숨은 디테일을 찾아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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