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 6.15 공동선언 4주년을 앞두고 ‘변화하는 한반도 정세와 6.15 공동선언의 현재적 의의’를 주제로 11일 기념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미군 재배치 논란 등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와 한미동맹의 성격변화와 관련해 미군의 ‘구조조정’은 장단기적으로 한반도 안보상황을 불안하게 만들고 동아시아 군비경쟁을 부추겨 21세기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아울러 한미동맹 역할을 전세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명백히 위배하는 것이라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서재정 코넬대 교수, “한미동맹 성격변화, 90년대 초 이미 시작”**
서재정 미 코넬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날 통일연대 학술연구특별위원회, 학술단체협의회, 전국교수노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 등 4개 단체가 공동 주최한 기념토론회에서 “한미동맹의 목적이 ‘한국방어’에서 ‘지역방어’로 전이되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 아니라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미군재배치 논란을 통해 본 미국의 군사전략 변화와 한미동맹>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한미동맹의 성격변화는 미래가 아니라 과거부터 있던 일”이라고 지적하고 “90년대 초 미국의 전략이 ‘지역방위전략’으로 전환된 직후에 이에 걸맞는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다만 국민에게 공개가 안됐고 공론화가 되지 않았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1992년 한미 국방장관은 이미 세계적 냉전이 종식되었고 이어서 한반도에서도 긴장이 완화되는 경우 한미 동맹의 존재이유가 없어진다는 인식 아래 21세기의 한미동맹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기로 합의했으며 이에 따라 미국의 랜드 연구소와 한국국방연구원이 2년 이상에 걸친 공동연구 끝에 1995년 한미동맹은 장차 ‘지역방어’의 목적으로 변화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는 것이다.
한편 “한미 당국자간의 이러한 합의는 한미연레안보협의회의 공동성명에 반영되기 시작했으며 이 연구가 시작된 93년부터 한미 국방장관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전쟁억제와 동북아지역 안정유지에 크게 기여했다’며 주한미군의 역할에 ‘동북아지역’이 명시적으로 추가되기 시작했다”고 서 교수는 밝혔다.
서 교수는 이를 통해 볼 때 “한미 국방부 당국자들은 한미연합사의 작전반경을 지역적 내지 세계적으로 확장하고 한미동맹의 성격을 한국방어에서 세계분쟁 개입으로 전환하려는 논의를 1990년대 초부터 진행시켜왔다”고 밝혀 “주한미군은 앞으로 역내(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우발상황이 발발할 경우 이를 조정하기 위해 투입될 수 있을 것이며 역내가 아니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필요한 곳에는 언제든지 투입될 수 있다”는 지난 5월 25일 찰스 캠벨 미8군사령관 및 한미연합사 참모장의 발언이 최근의 상황이 아님을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토론자로 나선 박경순 진보운동연구소 소장은 한미동맹의 성격변화와 주한미군 감축문제가 최근 더욱 돌출되는 것과 관련해 “한국정부를 길들이는 한편 통일논쟁을 잠재우고 안보논쟁을 불러일으키려는 미국 부시 정부의 정치적 의도와 목적”을 지적하기도 했다.
***“한국군, 중-미 전쟁에 개입될 수도”**
서 교수는 또 “일부언론에서는 한미동맹의 성격 변화와 관련해 ‘한국군이 중-미 전쟁 등에 개입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는데 이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벌어지고 있는 현실의 문제”라며 “주한미군을 신속 기동군으로 재편하고 한미동맹을 전세계적인 군사소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은 미래의 청사진이 아니라 이미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한국군이 이미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에 파견되어 미군 지휘하에 있으며 2004년 8월이면 주한미군 일부가 이라크 전쟁에 바로 투입된다는 것은 바로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다.
서 교수는 또 한국과 미국이 지난 2월 24일 ‘한미상호군수지원협정’을 개정하여 한반도와 북미지역에 한정된 한국과 미국의 상호 군수지원 대상지역이 전세계 모든 국가로 확대했다는 사실도 이를 반증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한미동맹 역할 변화, 한미상호방위조약 명백히 위배”**
그러나 서 교수에 따르면 이처럼 한미동맹의 역할을 전세계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명백하게 위배하는 것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3조는 대한민국이 외부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만 조약당사국이 행동하도록 되어 있고 1954년 1월 19일 미 상원이 한미방위조약을 비준하면서 추가한 양해사항도 “타방국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무력공격을 제외하고는 그를 원조할 의무를 지는 것이 아니다”고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적용조건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서 교수는 이에 따라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한국에 대한 외부로부터의 공격이 아닌 다른 사안으로 작전을 하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동 조약 제3조는 그 적용범위를 “각 당사국은 타당사국의 행정지배하에 있는 영토와 각 당사국이 타당사국의 행정지배하에 있는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로 엄격히 한정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서 교수는 “현 한미상호방위조약은 한국군이나 미군이 한국의 영역을 벗어나서 작전을 하는 것을 금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 교수는 따라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근거하여 한국의 방위를 위해 주둔하는 주한미군이 그 작전범위를 한국 이외의 동북아시아나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위배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 교수는 현재 이라크전 파병과 한미상호군수지원협정의 적용범위를 전세계로 확대한 것과 관련해 “이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그대로 두되 하위법을 수정하여 상위법이 규정하고 있는 한미동맹의 성격과 적용범위를 변경시키는 방식”이라고 비판하고 “기존 한미동맹조약을 위배하면서까지 진행되고 있는 현재의 한미동맹 변환작업은 즉시 중단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또 용산미군기지 이전과 관련해 “오늘날의 기준으로 규모를 추정하여 기지와 시설을 건설할 경우 정작 미군이 이전할 시점이나 그 이후에 ‘시설 과잉’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미군 재조정, 한반도 및 동북아 평화 저해”**
서 교수는 이어 “가장 중요한 본질적인 문제는 미군 재조정이 한국의 안보이익과 합치하는가, 오히려 한국의 안보를 저해할 수 있지 않은가”라는 부분이라며 “주한미군이 한반도 이외의 분쟁에 투입되고 한국은 이러한 미군의 후방기지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하리라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서 교수는 “이러한 미군의 ‘구조조정’은 단기적으로는 한국의 국방비 지출을 늘리고 북에 대한 미군의 공격력을 강화, 한반도 안보상황을 불안하게 만들고 군사적 긴장을 오히려 강화시킬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중국과 아시아, 태평양 일대에 대한 미군의 개입능력을 강화, 미국과 아시아 사이의 군사력 불균형을 가속화하고 군비경쟁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첨단과학기술을 이용한 압도적인 군사력으로 21세기 ‘팍스 아메리카나’(미국의 평화)를 이루려는 구상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미군 재배치는 단기적으로 보나 장기적으로 보나 21세기 한반도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며 “한미동맹의 이러한 변화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군축 및 동북아 평화를 위한 다자적 협력안보에 장애가 될 가능성도 높다”고 덧붙였다.
***강정구 동국대 교수, “이라크 차출 주한미군, 조약 위배 안하려면 미 갔다 가야”**
신한미군사동맹체제에 대한 헌법적 법률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이날 <참여정부의 평화통일정책과 6.15 공동선언>이라는 주제의 발제를 맡은 강정구 동국대 사회학과 교수도 의견을 같이했다.
강 교수는 “평택기지가 미국의 전력투사중추기지(PPH)와 주요작전기지(MOB)가 되면 주한미군기지가 대만이나 남사군도의 분쟁이나 전쟁의 사령부나 발진기지로 악용되는 것을 허용하는 셈이 된다”며 “이는 평화를 규정한 우리 헌법과 한미상호방위조약의 법리에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주한미군 1개 여단이 이라크로 차출되는 것과 관련해서도 “이는 주한미군이 침략전쟁인 이라크 전쟁에 직접 발진하는 것으로 한반도에 국한되어 있는 상호방위조약의 법리에 위배되는 것”이라며 “응당 미국으로 철수했다 다시 미국에서 이라크로 파병되는 형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이밖에 일부에서는 주장하는 ‘주한미군의 동북아 세력균형 역할과 평화조정자로서의 역할’과 관련해 “한-미-일 삼각군사동맹의 군사비는 총 4천7백억 달러이고 북-중-러 대륙세력의 군사비는 총 5백억달러에 불과해 전형적인 불균형”이라며 “미국의 동북아 신냉전패권전략과 일본의 군사대국화가 동북아의 군사적 긴장과 평화위협요소이므로 응당 주한미군은 동북아세력균형을 위해서도 철군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토론자로 나선 이장희 한국외국어대 법학과 교수는 “한미간 이해관계를 조절할 때 이제 군사동맹만이 아니라 평화관계도 얘기해야 한다”며 “한국은 이제 미국에게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어떤 계획이 있는지 질문해야 하며 주변국들에게도 6.15 공동선언의 실천에 주변국들이 협조적이냐로 평화의지를 가늠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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