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쿠르드족이 유엔의 이라크 결의안에 쿠르드족 자치를 보장했던 임시헌법에 대한 언급이 없자 임시정부와 총선 참여 보이콧을 주장하는 등 강력 반발, 쿠르드-시아파간 종족 갈등이 첨예화하고 있다. 갈등이 고조됨에 따라 쿠르드족 자치지역에 파병할 예정인 한국군이 자칫하다간 종족분쟁에 휘말려 어려움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다.
***쿠르드족, 결의안에 쿠르드 자치 보장한 임시헌법 언급없자 강력 반발**
지난 8일(현지시간) 유엔에서 통과된 이라크 임시정부를 인정하는 새 결의안에 쿠르드족은 강력 반발하고 시아파는 환영을 표하는 등 새로운 갈등양상을 빚고 있다. 새 결의안에 쿠르드족의 자치를 인정했던 이라크 임시헌법에 대한 언급이 없자 쿠르드족이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잘랄 탈라바니와 마수드 바르자니 등 쿠르드족 정치 거물들은 8일 “임시헌법을 바꾸려 든다면 모든 쿠르드족 출신 장관들을 임시정부에서 철수시키고 내년 총선에도 보이콧하겠다”는 강경입장을 밝혔다.
AFP 통신에 따르면 이들 지도자들은 또 “쿠르드족은 후세인 이후에는 또다시 2등 국민으로 대우받지 않을 것”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결의안이 통과되기 전에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이러한 요구사항을 담은 서한을 보내기도 해 더욱 상실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임시정부 내각 장관직에 임명된 쿠르드족 출신인 네스린 무스타파 사디크 베르와리는 “쿠르그족으로서 유엔 결의안이 임시헌법을 영구헌법의 기본으로 인정하지 않아 실망스럽다”며 “유엔이 임시헌법을 언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쿠르드족 지도자들이 요구한다면 내각에서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AFP 통신은 9일 보도했다.
과도정부 안보담당 부총리로 임명된 쿠르드족 출신 부총리인 바르함 살레도 “유엔 결의안에 쿠르드족의 역할과 지위에 합당한 권한이 명시되지 않으면 부총리직을 맞지 않겠다”고 말했다.
***쿠르드족, 자치권 보장 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팽배**
쿠르드족이 이처럼 강력 반발하고 나선데에는 시아파들이 임시헌법을 수정해 자신들에게 부여된 헌법 거부권을 박탈함으로써 자신들의 자치권이 보장받지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3월초 제정된 임시헌법에서는 2005년 영구헌법 제정 과정에서 3개 주 이상이 찬성하면 헌법 제정을 막을 수 있는 규정을 둬 3개주에 걸쳐 살고 있는 쿠르드족에 자치권을 부여한 것으로 해석돼 왔다. 후세인 체제에서 박해를 받아오던 이라크 인구의 15% 가량인 5백만명 가량의 쿠르드족은 사실 이 조항을 얻기 위해 미국의 대 이라크전에서 미국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왔다.
하지만 새로 통과된 유엔 이라크 결의안이 임시헌법 조항을 분명히 언급하지 않고 연방주의만을 언급하고 넘어가는 등 이라크 국민의 65%를 차지하고 있는 시아파의 손을 들어줘 이들은 임시헌법이 내년에 제정될 영구헌법에 반영될지 여부에 의심을 표하고 있는 실정이다.
***시아파, 결의안 환영. 쿠르드 지역 파병예정 한국군, 종족갈등 휘말릴 우려**
반면 이라크 국민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시아파 종교지도자들과 정치인들은 이번 유엔 결의안 통과를 보다 적극적으로 환영 의사를 표하고 있다. 시아파 성지인 나자프 관리인 라이드 알-무사위는 “유엔 안보리가 통과시킨 새로운 결의안이 임시헌법을 언급하지 않았다”며 환영의사를 밝혔다.
시아파들은 또 “우리는 유엔 결의안이 알리 시스타니의 요구와 이라크 국민의 의지를 존중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며 “임시헌법을 언급하지 않은 것은 긍정적인 것”이라고 결의안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동안 시아파는 임시헌법이 쿠르드족 등에 자치권을 부여함으로써 이라크를 분열시키려는 음모라고 강력 반발해 왔다. 시아파 최고 종교지도자인 그랜드 아야톨라 알리 알-시스타니도 결의안이 통과되기 전에 결의안은 임시헌법을 언급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렇게 종족간 갈등이 첨예화됨에 따라 임시정부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고 영구헌법 제정 시기가 다가올수록 그동안 잠복해 있던 쿠르드족과 시아파간 종족 갈등은 수면위로 본격적으로 부상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따라 쿠르드족 자치지역에 파병할 예정인 한국군도 매우 어려운 처지에 처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군이 쿠르드족을 지원한다는 모양새로 비쳐질 경우 이라크 종족 갈등의 한가운데 휘말릴 수 있고 저항세력의 공격 표적으로 부각될 위험성도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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