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주한미군 병력 3분의 1 감축 통보’와 관련 “주한미군 감축은 한국에 대한 미국 방위능력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해명하며 미국의 일방통보로 한국의 반미감정 확산을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해외 주요 언론들도 감축 통보를 보도하며 한국의 반응에 비상한 관심을 보였했다.
***미국, “주한미군 감축, 안보 공약 약화 의미하는 것 아니다”**
애덤 어럴리 미 국무부 부대변인은 7일(현지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주한미군 3분의 1 감축으로 미국의 대한 방위 능력이 약화되지는 않는가’라는 질문에 “감축이 미국의 대한 방위 능력 약화를 초래하지 않을 것”이며 “병력 감축이 우리의 조약이나 안보 공약의 약화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어럴리 부대변인은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사항에 대해 아직 어떤 결정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정 사항에 대해 추측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우리의 공약과 조약 의무 사항을 지킬 것이라는 약속, 그리고 이러한 공약들을 이행할 우리의 능력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고 강조했다.
어럴리 부대변인은 이어 “미국은 현재 전세계적인 병력 재배치를 하는 중”이라며 “미국은 동맹국과 우방국들과 충분한 대화와 논의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병력 재배치를 시행하고 있는 이유와 관련해 “21세기 위협에 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병력을 재배치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WP, “한미관계 시험대 오른 상태서 감축 통보”, GPR에 회의적인 반응 보여**
이날 해외 언론들도 주한미군 3분의 1 감축 통보에 관심을 보이며 한국 정부 반응과 감축 의미 등을 보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7일(현지시간) “이번 감축 결정은 미 국방부의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GPR) 전략에 따른 광범위한 이동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번 주한미군 감축 규모는 한국전쟁 이후 가장 큰 감축 결정이고 이로써 한국은 훨씬 많은 국방 부담을 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또 “미국의 제안은 한국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으로 한미 관계가 시험대에 올라 있는 시기에 나온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그러나 “일부 동맹국 관리들과 국방 전문가들은 미군 감축으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 것이며 기대한 것보다도 별로 이점이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전하며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의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신문은 또 지난달 나온 의회예산국 자료를 인용해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로 매년 10억 달러를 줄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 미군 재배치를 위한 비용은 70억 달러에 달할 것”이라며 “미군 재배치로 분쟁에 대처하는 미군 능력 향상은 별로 크지 않다”고 보도,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내보이기도 했다.
***NYT “태평양상 미군 재배치 일환”. LAT “한국 정부 당혹”**
뉴욕타임스 인터넷판도 “안보 여건 변화와 한국내 정치 환경 등이 주한미군 감축 요인”이라고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배경설명을 한 뒤 “미국의 감축 결정으로 한국인들은 상당히 당혹해 했다”고 한국내 반응을 전했다.
신문은 이어 “이러한 감축은 태평양상 미군의 폭넓은 재배치의 일환으로 보인다”고 분석하고 일본에서의 미군 재배치와 호주에 미군 훈련장 건설, 괌의 미 공군 및 해군 시설 확충 계획 등을 그러한 정책에 대한 예시로 들었다.
로스엔젤레스 타임스도 이날 “예상보다 훨씬 빠르고 큰 규모에 한국 정부는 당혹해 했다”며 “한국은 최근 주한미군 감축으로 국내 금융시장, 국가 경제에 미치는 심리적 충격과 북한의 지속적인 핵무기 개발로 불안해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어 “한국민 가운데 일부는 미군 감축이 노무현 대통령 중도좌파 출범으로 약화되고 있는 한-미 동맹의 증거로 보고 있다”고 보도하며 “퍼퓰리스트, 민족주의적 반미주의 등이 최근 급증했는데 지금 이들은 그 결과를 치르고 있다”는 연세대 이정민 교수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이 교수는 “한국인들은 미군 철수 이후 필리핀에서 발생하고 있는 경제약화를 두려워하고 있다”며 “외국 회사는 강력한 미국 동맹 때문에 한국에 투자하려 해왔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드저널, 한-미 동맹 성격 변화 주목**
한편 월스트리트저널은 주한미군 감축을 한미동맹 성격 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했다. 신문은 “주한미군 감축이 세계적인 미군 재배치 계획의 일환이지만 이런 방침이 통보된 시점이 ‘한미 관계의 민감한 시기’에 나왔다”고 지적하며 한국의 세대간 권력교체, 북핵문제를 둘러싼 한미간 시각차, 노무현 대통령의 `자주성' 강조, 남북 화해 무드 등 과거와 다른 양상들을 열거했다.
신문은 이어 전문가들을 인용해 “한국인들이 미국과의 동맹이 약화되고 있다고 믿을 경우 이는 남북 분쟁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북한과의 유대를 훨씬 더 강화하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 모든 것들은 서울과 워싱턴 사이의 심각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며 “양국은 북한의 핵무기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법으로 폐기돼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있으면서도 최우선 과제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은 구체적으로 “미국은 핵무기가 테러리스트들에게 이전되는 것을 막는데 주력하는 반면 한국은 북한과의 분쟁을 피하고 화해정책을 계속해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문은 “지금까지 양국의 협상은 주로 군대의 이동배치, 양국 군대의 임무 이전, 관련 비용 분담 등에 중점을 뒀지만 양측 외교관들과 전문가들은 이제는 양국 정부가 동맹관계의 공통된 비전을 명시하기 위한 협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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