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건설족'과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건설족'과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데스크 칼럼] 한국의 명운을 건 부패-수탈-거품과의 전쟁

일본에 '건설족(建設族)'이라는 용어가 있다. 건설업계와 유착해 있는 의원 및 정부부처 관료들을 일컫는 말이다. 일본 정-재계를 쥐락펴락하는 '일본의 어둠속 실세', 즉 일본식 표현을 빌면 '암장군(暗將軍)'이 다름아닌 이들 건설족이라는 게 일본언론의 전언이다.

***미국의 반발 무시하면서 북-일 수교 추진하는 '일본 건설족'**

지난 2002년 9월17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가 북한을 전격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갖고, "연내 북-일수교"에 합의해 미국을 격노케 한 이른바 '평양선언'을 발표한 직후의 일이다. 일본 유수의 신문사 사장이 한국을 방문해 국내의 모방송사 사장과 만난 사석에서 평양선언의 성사 배경을 말한 적이 있다.

그는 고이즈미 총리가 그 무렵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뒤 철저한 봉쇄전략을 추구하던 미국에게 북-일 정상회담을 불과 사흘전에 통고해 분노를 사면서까지 극비리에 북-일 수교를 추진한 배경이 다름아닌 '건설족'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일본집권 자민당을 비롯한 일본정계와 대장성 등 일본 관료들의 최대 자금줄은 다름아닌 건설업계다. 80년대 아파트거품이 한창 부풀어오를 때 일본 정-관계는 말그대로 '절대호황'을 구가했다. 건설업계에서 무궁무진한 자금이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90년대 들어 아파트거품이 꺼지면서 정계와 재계에 돈줄이 말라 몇년간 생고생을 해야 했다. 그러다가 95년 1월17일 고베 대지진이 발발하면서 간신히 몇년간 숨통이 트였다. 진도 7.2의 강진으로 고베시가 초토화되면서 5천2백여명이 죽고 2만6천여명이 다치는 대참사가 발생했지만, 건설족에게는 더없는 '낭보'였다. 무려 14조1천억엔(우리돈 1백50조원대) 규모의 엄청난 물적손실이 발생했고, 이에 따라 긴급예산 등이 투입되면서 거대한 건설수요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베 특수' 또한 90년대 후반 들어 소멸했고, 그때부터 건설족은 새로운 건설수요를 찾아 국내외를 훑었으며 그 결과 '북-일수교를 통한 대규모 건설특수'를 일으키는 길밖에 결론에 도달했다. 이같은 결론에 도달한 건설족은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으로 한반도에 해빙무드가 무르익은 2000년 다음해인 2001년부터 극비리에 북한과 수교협상을 진행했고, 마침내 2002년 9월 고이즈미가 평양을 방문해 북-일 정상회담을 갖기에 이르른 것이다.

그의 전언에 따르면, 북-일 실무협상과정에 북한이 요구한 배상금은 직접배상과 유상원조 등을 포함해 3백억달러였다고 한다. 일본은 큰 틀에서 이 요구를 받아들이고, 원산은 일본 A은행과 B건설이 개발하고, 개성은 일본 C은행과 D건설이 맡아 개발하기로 하는 등 구체적 플랜까지 마련했다.

또한 남북화해시 예상되는, 한반도를 관통해 중국-러시아-일본까지 연결되는 철도-가스-통신망 등 거대 동북아개발 수요를 겨냥해 향후 10년간 1천2백억달러를 들어 한-일 해저터널을 건설하겠다는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등 건설족은 야심찬 그림을 그렸다 한다. 말 그대로 일본 건설족은 북-일 수교를 계기로 동북아에 거대한 개발수요를 일으켜 당면한 위기를 돌파하려 했고, 이에 미국의 반발을 예상하면서까지 고이즈미를 내세워 북-일 정상회담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일본 건설족의 야심찬 시도는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혀 좌절됐으나, 최근 미국대선에서 부시 대신 케리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높아지자 지난달 고이즈미 총리가 재차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갖고 수교협상을 재기하기로 하는 등 벌써부터 미묘한 행보를 시작한 상태다.

일본 건설족은 이처럼 단순히 일본국내정책뿐 아니라, 미국과의 갈등까지 감수하면서 외교정책의 흐름까지 바꿀 정도로 일본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그 동인은 다름아닌 '건설업계 호황을 통한 돈줄 확보'인 것이다.

***이라크전을 일으킨 '미국 건설족'**

건설족은 일본에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미국에서도 건설족의 위력은 대단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 대표적 예가 미국의 이라크 침공 전후에 드러난 건설족의 역할이다.

미국 공화계의 최대대부로 일컬어지는 인물이 다름아닌 조지 프랫 슐츠 전 국무장관(84)이다. 레이건-부시정권시절인 1982~1989년까지 7년간 국무장관을 맡아 미국 외교를 쥐락펴락했던 그는 현재 미국최대 건설사인 벡텍사의 회장을 맡아, 부시정권의 주요 돈줄 역할을 맡고 있으며 이라크전후 이라크의 재건 건설사업을 싹쓸이하다시피 하고 있다.

유전개발사이자 건설사인 헬리버튼의 사장 출신인 딕 체니 미부통령이 이라크 침공직후 미육군을 통해 헬리버튼이 수십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유전개발사업을 독식하도록 했다는 사실은 이미 <타임>지 등을 통해 여러 차례 보도된 사실이다.

이들 '미국 건설족'은 석유자본-군수자본과 함께 이라크 침공의 3대 주역중 하나로 일컬어지며, 현재도 부시대통령의 국내외 정책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고, 이들은 '거대 건설수요'가 예상되는 한반도에서의 무력충돌도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 역시 건설족의 지배아래 있는 것이다.

***분양원가 공개에 필사적 저항중인 '한국 건설족'**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한국 역시 건설족의 절대적 지배아래 있기란 예외가 아니다. 그런 대표적 증거가 최근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둘러싼 건설족의 '필사적 저항'이다.

지난 3년간 한국의 건설족은 단군이래 최대호황을 구가했다. 여기에다가 행정수도 이전으로 인한 수십조원대 대규모 신규건설 수요도 대기하고 있는 상태다.

그동안 일부 공개된 분양원가를 통해 최소한 40%대, 많게는 60~70%대 폭리를 취한 사실이 드러난 건설업체들이 그러나 세무소에 신고한 수익률은 3%수준에 불과하며 많이 신고한 업체도 10%를 넘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청이나 재경부-건교부 등 그 어떤 유관 정부부처도 이를 문제삼지 않고 있으며, 국회 등 정치권 또한 이 문제에 관한 한 침묵하기란 마찬가지다.

이는 한국에도 일본이나 미국 못지않은 거대한 건설족이 존재한다는 분명한 증거다.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를 통해서도 재벌들이 주로 산하 건설계열사를 통해 재벌당 최소한 수천억대 비자금을 조성, 이를 무기로 정치권-관료집단-언론 등을 상대로 거대한 로비활동을 펴왔음이 드러났다. 이들 건설사는 주로 국민주택채권을 돈세탁 및 비자금 전달수단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검찰의 불법자금 수사는 "가뜩이나 안좋은 경제에 미칠 영향"을 이유로 중단됐고, 건설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의 명운을 건 '건설족과의 전면전'**

하지만 건설족의 우려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아파트 분양원가를 공개하라는 거대한 '범국민적 저항'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건설족의 횡포에 대한 국민의 분노는 이미 인내의 선을 넘어선 상태다. '건설족과의 전면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의 일촉즉발의 삼엄한 상황인 것이다.

건설족은 지금 언론등 동원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아파트 분양원가 공개를 저지하려 하고 있다. 또한 분양원가를 공개하면 아파트값이 폭락해 일본같은 장기복합불황에 빠지면서 한국경제가 완전 절단날 것이라는 협박도 서슴치 않고 있다. 여기에는 정부 경제관료들까지 적극 가세하고 있으며, 집권당 일부 수뇌들까지 동참하고 있다.

건설족이 이처럼 필사적인 것은 분양원가가 공개돼 '폭리-착취 구조'가 소멸될 경우 자신의 물적토대가 붕괴되는 동시에, 그동안 물밑에서 이뤄진 추악한 거래내역이 드러나고 유사시에는 천문학적 벌금 추징과 사법적 처벌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건설족은 지금 목숨을 건 치열한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한국사회와 한국경제, 그리고 한국정치의 운명을 결정할 '최후의 선택의 시간'이 왔다. 지금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한국의 명운이 갈릴 것이다. 구조적 부패가 계속 만연하고, 투기세력에 의해 양극화가 더욱 심화되면서 사회적 적개감이 팽창하고 노동의욕이 소멸하며, 궁극적으로 투기거품의 파열로 한국경제가 완전침몰하는 파멸의 길로 갈 것인가, 아니면 과도기적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정말 제대로 된 시민사회-한국경제'를 건설할 것인가라는 중대기로에 선 것이다.

'건설족과의 전면전'은 이미 시작됐다. 이제는 각자가 어느 진영에 설 것인가를 선택하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 전쟁이란 본디 그런 것이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