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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 탄핵 보고서 "트럼프, 닉슨보다 나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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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 탄핵 보고서 "트럼프, 닉슨보다 나쁘다"

정보위, 300쪽 분량 탄핵조사 보고서 공개...백악관 '반발'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300쪽 분량의 탄핵조사 보고서를 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탄핵조사 청문회를 주도해온 정보위원회는 그동안의 조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가 미국의 국가 안보를 훼손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위법행위와 의회방해에 대한 증거가 "압도적"이라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원의 탄핵조사를 방해한 행위에 대해 "닉슨 대통령보다도 나쁘다(worse than Nixon)"고 주장했다.

미국 하원은 이날 의회 보고서 발표를 통해 미국 민주주의 역사상 세번째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발판을 마련했다. 탄핵소추안 초안을 준비할 법사위원회에서 오는 4일 청문회를 여는 등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의 탄핵조사 과정은 당분간 계속 된다. 하원은 탄핵조사 과정을 마치고 탄핵소추안을 마련해 성탄절(25일) 전에 전체 표결에 부칠 계획으로 알려졌다.

"닉슨조차도 의회의 탄핵조사 권한 받아들였는데...."


이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관련 의혹과 의회 방해 두 부분으로 나눠서 트럼프 대통령의 위법 행위에 대해 지적했다.

보고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이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의회의 탄핵 위기에 몰리자 사임한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보다도 나쁘다고 지적한 부분이다.

보고서는 "다른 어떤 대통령도 헌법과 의회의 권한을 이 정도까지 부정한 적이 없다. 탄핵 절차를 수행할 의회의 권한을 부정하고, 하원에 독점적으로 부여된 권력의 범위를 통제하며, 행정부의 협조를 거부할 권리를 스스로 주장한 대통령은 없다"며 "심지어 핵심 증거 제출을 거부함으로써 의회를 방해했던 닉슨 대통령조차도 의회의 권한을 받아들여 탄핵조사를 실시하고 그의 보좌관과 보좌관들이 문서를 제작하고 의회 위원회에 증언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고 강조했다.

이런 트럼프 대통령의 삼권분립을 무시하는 행태에 대해 보고서는 "대통령의 의회 돌팔매 능력이 억제되지 않을 경우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의 힘의 균형이 깨진 것에 대한 피해는 오래 지속될 것이며 잠재적으로 돌이킬 수 없다"며 "어떤 미래의 대통령도 자신의 부정행위, 부패에 대한 조사에 저항할 권한이 있다고 느낄 것이며 그 결과 큰 위험이 있는 국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우크라이나 사태의 적극적 행위자...젤렌스키와 전화 통화는 선거운동의 최정점"


보고서는 우크라이나 의혹과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적극적인 참여자"로 규정했으며, 지난 7월 25일 있었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가 "독립된 사건이 아니"라고 규정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간의 이 전화 통화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직무대행, 릭 페리 에너지장관 등이 개입해서 추진한 수개월간의 선거운동의 "극적인 최정점"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날 전화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민주당 대선주자 중 한명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 헌터 바이든에 대한 뒷조사를 요청했다.


보고서는 "대통령은 자신의 재선에 유리한 영향을 가져오려고 정치적 경쟁자의 선거 전망을 해치려는 이런 행동에 관여했다"며 "대통령은 자신의 개인적, 정치적 이익을 미국의 국익보다 우선시했고,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의 진실성을 훼손하려 했고,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태롭게 했다"고 썼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위법행위에 몰두함으로써, 그리고 7월 25일 통화가 완벽하다고 선언함으로써 본인 스스로 탄핵 조사의 입안자가 됐다"며 "외국 정부를 상대로 미 대선 개입을 지속적으로 종용해온 행위는 대통령이 개인적·정치적 이득을 위해 대통령직의 권한을 계속 남용할 것이라는 현존하는 명백한 위험"이라고 강조했다.

"사실에 대한 공격을 외치는 대통령, 민주주의를 위협한다"


보고서는 또 지난 두달간 수사 과정에서 발부된 수많은 소환장을 소개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탄핵조사를 비난하고 방해한 행위에 대해 "미증유의 선거 캠페인"이라면서 "탄핵조사가 시작된 이래로 대통령에 의해 입증된 것만큼 더 강력하거나 완벽한 의회 방해 사례를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탄핵조사 과정에서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의회가 요구한 국무부 소속의 증인들의 출석을 불허하기도 했고, 백악관 고문 변호사는 탄핵조사 과정을 문제 삼으며 "위법"이라고 주장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하루에도 수십건의 탄핵조사를 비난하는 내용의 트위터 게시물을 올렸다.

보고서는 특히 "사실에 대한 공격을 외치"는 대통령의 위험성에 대해 강조했다. 보고서는 "오늘 우리는 대통령의 부정행위를 막기 위한 치료법을 사용하려는 힘과 같은 당의 대통령에게는 치료법 사용을 막기로 결심한 파벌의 힘 사이에 충돌을 목격한다"면서 "대통령과 그의 동맹은 사실과 진실에 대한 포괄적인 공격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공동의 경험의 집합에 대한 수용 없이 민주주의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라고 극단적인 대립주의 정치의 위험성에 대해 우려했다.

백악관, "보고서 증거 내놓지 못해" 비난

이날 보고서 공개에 대해 백악관은 비난 성명을 내며 반박에 나섰다. 스테파니 그리샴 백악관 공보비서관은 "시프 정보위원장과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증거를 전혀 내놓지 못했다"며 "이 보고서는 그들의 좌절감을 반영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미 하원 정보위원회가 4일 공개한 300쪽 분량의 탄핵조사 보고서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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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홍기혜

프레시안 편집·발행인. 2001년 공채 1기로 입사한 뒤 편집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을 역임했습니다. <삼성왕국의 게릴라들>, <한국의 워킹푸어>, <안철수를 생각한다>, <아이들 파는 나라>, <아노크라시> 등 책을 썼습니다. 국제엠네스티 언론상(2017년), 인권보도상(2018년), 대통령표창(2018년) 등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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