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시위 이후 열린 구의원 선거 투표율이 4년 전 구의원 선거 때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18개 선거구에서 구의원 452명을 새로 뽑는 이날 선거는 오전 7시 30분(현지시간)부터 시작됐다. 지난 2015년 369만 명보다 크게 늘어난 413만 명이 유권자로 등록한 가운데, 이른 오전부터 투표율이 지난 선거보다 크게 높았다.
주요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선거 2시간 만인 이날 오전 9시 30분 현재 전체 등록자의 10.4%인 43만 명 이상이 투표를 마쳤다. 2015년 선거 당시 같은 시간 투표율 3.85%보다 3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이번 선거 투표는 일반 투표소 610여 곳과 전용 투표소 23곳 등에서 밤 10시 30분까지 진행된다.
이번 선거로 당선된 452명의 구의원 중 117명은 홍콩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1200명의 선거인단에 포함된다. 홍콩 행정장관은 유권자 직접 선거가 아니라, 선거인단의 간접 선거로 선출된다.
홍콩의 정권 구도는 크게 친중파와 범민주연합으로 나뉜다. 지난 구의원 선거에서는 친중파가 승리했다. 이 때문에 2016년 12월 실시된 선거인단 선출 당시 117명의 선거인단은 친중파가 독식했다. 구의원 몫인 117명의 선거인단은 진영 비례가 아니라, 이긴 진영이 싹쓸이하기 때문이다. 친중파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이 선출된 이유다.
홍콩 민주화 시위가 이른바 '홍콩 사태'로 불릴 정도로 큰 사건이 된 가운데, 이번 선거가 정치적으로 큰 의미를 갖는 배경이다.
홍콩의 친중파 진영은 구의원 327석을 독식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압도적인 비율이다. 친중파 정당 중 최대 정당인 민주건항협진연맹이 115석을 차지하고 있다. 홍콩 전체 18개 구의회 전부에서 친중파가 우세하다.
범민주 진영은 118석을 보유하고 있다. 민주당이 가장 많은 37석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홍콩 정세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다. 만일 범민주파가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2021년 선출될 행정장관 선거인단 구성이 달라질 수 있다. 전체 선거인단 1200명 중 정치권이 갖는 300명에서 구의회 인원은 117명에 불과하지만, 이들 전부를 범민주표로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향후 추이에 따라서는 친중파 행정장관 선출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민주화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 이번 시위의 주역으로 꼽히는 조슈아 웡은 "홍콩인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웠음을 보여줄 시간이 됐다"며 시민의 관심을 호소했다.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민주 진영이 승리한 전례는 있다. 지난 2003년 홍콩 정부는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했는데, 이에 반발한 시민이 대규모 시위에 나섰다. 그 후 열린 구의원 선거에서 민주 진영은 압승을 거뒀다.
하지만 친중파가 이번 구의원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사실상 민주화 시위의 열기는 크게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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