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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일가 비리' 다룬 무어감독 영화 탄압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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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일가 비리' 다룬 무어감독 영화 탄압 파문

디즈니 배급중지, 칸영화제는 초대, "디즈니 <킬 빌>은 배급"

미국언론의 잇따른 이라크포로 성고문 사진 폭로, 잇따른 부시 비판서 출간 등으로 곤욕을 치루고 있는 조지 W. 부시 미대통령이 이번에는 마이클 무어 감독의 폭로영화로 인해 궁지에 몰릴 전망이다.

유명한 반(反)부시론자인 마이클 무어 감독이 부시 가문과 사우디아라비아 왕가, 빈 라덴 일가의 유착관계를 적나라하게 파헤친 영화를 완성, 개봉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이 영화제작에 돈을 댄 디즈니사가 부시 일가의 분노를 의식해 영화 배급을 거부하고 나섰으나, 도리어 '표현의 자유' 탄압 논란을 일으키면서 무어감독의 영화는 세계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모아 흥행 성공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최고권위의 영화제로 이달 개막하는 칸 영화제는 이미 무어감독의 영화를 영화제 초청작으로 정해 개봉하기로 결정한 상태다.

***디즈니, 빈 라덴-부시 유착 다룬 무어감독 영화 배급 거부**

문제의 발단은 월트디즈니사가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인 마이클 무어 감독의 신작 영화 <화씨(Fahrenheit) 911>의 배급을 거부하고 나서면서 비롯됐다.

뉴욕타임스 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마이클 무어 감독 영화의 배급권을 쥐고 있는 월트디즈니사가 올 여름 개봉 예정인 이 영화의 배급을 거부한 표면적 이유는 “무어 감독의 영화가 디즈니사의 성향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적인 이유는 이 영화가 다루는 내용과 ‘부시 가문에 밉보여서는 안되는’ 디즈니사의 이해관계 때문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반(反)부시 운동가로 유명하고 지난해 미국 고등학교의 총기난사 사건을 다룬 <볼링 포 콜럼바인>으로 아카데미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마이클 무어 감독이 이번에 제작한 <화씨 911>는 부시 가문과 사우디 왕가, 그리고 알-카에다의 빈 라덴 가문 사이의 끈끈한 유착 관계를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한 예로 빈 라덴 가문 등 사우디아라비아의 여러 가문이 부시 일가의 회사와 체결한 투자 계약이 14억달러(약 1조6천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9.11 테러 직후인 2001년 9월13일에는 빈 라덴 친척 24명을 포함한 사우디인 1백40명이 미국을 안전하게 떠나도록 부시 행정부가 도왔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는 또 “이라크전에 참전한 미국 병사들의 전쟁에 환멸을 느끼는 발언도 포함하고 있다”고 무어 감독은 밝혔다.

***“디즈니사, 부시 가문에 밉보이지 않으려 배급 금지”**

이 영화가 개봉되면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는 부시 대통령으로서는 자신의 ‘유일한 업적'인 테러와의 전쟁 명분에 치명적 타격이 예상됨으로써 달가울 리 없다. 연내에 빈 라덴을 붙잡겠다고 공언해 왔는데, 부시 가문이 빈 라덴 가족을 빼돌렸다는 ‘당황스런 사실’이 밝혀지기 때문이다.

이에 백악관이 분노하고, 이에 따라 정부로부터 여러 사업적 도움을 받아야 하는 처지인 디즈니사가 알아서 영화의 배급을 막고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무어 감독의 에이전트인 아리 에마누엘는 NYT와의 인터뷰에서“지난해 봄 마이클 아이스너 디즈니 회장은 플로리다의 테마파크(디즈니랜드)와 호텔 등 다른 사업과 관련해 조세 감면을 받아야 하는 입장인 디즈니사가 이 영화 배급으로 곤란한 처지에 빠질 것을 우려했었다”고 공개했다. 플로리주는 부시 대통령의 동생인 젭 부시가 주지사로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그는 또 “이에 따라 아이스너 회장은 본인에게 미라맥스와의 계약을 포기할 것을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미라맥스는 마이클 무어 감독 영화의 제작사로 10년전 디즈니사의 자회사로 편입됐었다.

무어 감독도 이같은 디즈니사의 행태에 대해 ABC, CNN 등 방송에 출연해 “디즈니사는 부시 가문을 무서워 하고 있다”며 “이런 모습으로는 자유롭게 목소리를 내는 일도 할 수 없게 된다”며 디즈니사를 몰아세웠다.

***디즈니사, “우리는 비당파적 회사”**

이에 대해 디즈니사는 공식적으로는 미라맥스사와는 계약을 맺을 당시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들어가거나 17세 이하 관람불가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배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계약을 근거로, 무어 감독의 영화 배급을 중단한 사유는 정부와의 관계에서 자체 검열 결과로 나온 것이 아니라 자사 방침과 어긋나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디즈니사의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은 6일 CN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화씨 911’은 전체적으로 괜찮은 영화지만 우리는 정치일정(대선)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배급하고 싶지 않다”며 “우리는 비당파적 회사”라고 밝혀 무어 감독 영화의 배급 중단이 정치적 상황과 관련이 있음을 시인했다.

제작사측인 미라맥스 경영진도 “이번 영화가 디즈니사의 방침에 어긋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디즈니 결정에 반발하며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법적인 중재 절차를 신청할 수도 있다”는 강경방침을 밝혔다.

***“디즈니, 가장 폭력적 영화 <킬 빌>은 배급”**

이 문제는 당연히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의 정치문제가 되고 있다.

민주당의 프랭크 로텐바그 상원의원은 5일 “미국의 표현의 자유가 침범될 우려가 있다”는 내용의 문서를 상원 상업과학운수위원회에 보내 조사를 요청했다.

로텐바그 의원은 “디즈니사는 역사상 유례가 없을 정도로 가장 폭력적인 영화인 <킬 빌 2>는 배급하면서 부시 대통령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무어 감독의 영화 배급은 거부했다”고 꼬집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개봉한 <킬 빌 2>는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로 잔혹한 장면이 많아 일부 관객들로부터 비판을 받고 있는 대표적 폭력영화다.

로텐바그 의원은 이와 함께 미국 ABC 방송이 지난 달 30일 뉴스프로그램인 '나이트라인'을 통해 이라크에서 전사한 미국 병사 추모 프로그램을 내보냈으나 일부 지방국이 방송을 거부한 문제에 대해서도 “대기업 미디어가 외설 및 폭력 문제에 대해서는 눈감아 주면서도 정치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검열을 실시하고 있다”며 미국내 만연해 있는 검열 문제를 개탄했다.

텔레비전 방송국 62개를 포함해 여러 미디어 지분을 소유한 미디어 그룹인 싱클레어 그룹은 ABC방송의 추모 프로그램이 "이라크에서의 미국의 노력에 타격을 주려는 정치적인 의제에 의해 만들어진 것 같다"고 비난하며, ABC방송과 제휴관계에 있는 8개 자회사에 '나이트라인'을 다른 프로로 대체하라고 지시해 방송을 막은 바 있다.

언론자유의 천국임을 자부해온 미국의 허상이 이라크전을 계기로 속속 벗겨지고 있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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