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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는 국민의 '안전'을 위해 파업합니다

[기고] 출근했던 사람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오는 노동현장

결국 철도노조가 20일 오전 9시 파업에 돌입했다. 노조의 교섭 상대인 철도공사는 정부의 지침이 없어 실질적인 교섭 당사자로서의 역할을 못하고 있다. 정부는 자율적 노사 관계가 원칙인 만큼 노사가 합리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당위론을 앞세워 문제 해결에 나서지 않는다. 이런 현상은 공기업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공기업 노사관계에서 정부는 적극적 중재자 이거나 최소한 사측의 자율성을 어느 선 까지 보장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공기업은 노사정 협의라는 틀에서 벗어 날 수 없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런 인식 아래 공기업 노사관계에 접근 한다면 작은 노사정 협의 모델의 모범적인 사례를 쌓아갈 수 도 있다. 예산, 인력이라는 경영상에서의 가장 중요한 요소들은 정부가 손에 쥐고 있으면서 노사 관계는 해당 기관이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다. 문제는 존재하지만 해결 의지가 없는 사람들이 돌리기 하는 폭탄과 같다.

이렇게 방관 속에 방치되다 문제가 더 심각해지면 권력 순위의 높은 단계에서 '탑다운' 방식으로 해결된다. 또는 합의든 강압에 의해서든 회사나 노조의 양보 속에 눈에 보이는 문제들을 카펫 밑으로 일단 쓸어 넣는 미봉책으로 끝이 난다. 이미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많이 지출 된 후에 벌어지는 일이다.

철도는 지난해 12월 강릉선 KTX 탈선 사고로 시민들에게 큰 걱정을 안겼다. 국토부 항공철도사고 조사위원회는 아직도 사고 조사 중이지만 그동안 국토부가 전략적으로 추진해왔던 철도 정책이 탈선사고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정황은 충분히 드러나고 있다. 사고 이후 국토부와 철도 공사는 철도 안전대책이 최우선이라며 그동안 추진되던 철도 개혁을 위한 밑그림조차 만들지 못하게 했다. 그러나 철도 현장에서는 국토부가 주장하는 철도안전이 무색하게 사람이 죽어 나가고 있다.

철도에서는 외주업체 노동자나 정규직 노동자 가리지 않고 생명이 소진되고 있다. 지난 10월 22일에는 밀양역에서는 선로 작업중인 노동자가 달려오는 새마을호 열차에 치여 숨졌다. 열차가 수시로 운행되는 시간대에 선로 작업이 가능하도록 만든 안전체제도 문제였지만 사람이 부족해 선로 감시원을 제대로 배치하지 못한 것도 큰 문제였다.

인력충원을 비용의 문제로만 접근하는 기재부와 국토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다면 사람의 목숨은 끊임없이 건너편 저울 접시의 돈뭉치와 평행을 이룰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 노동존중이란 말은 정치인들이 가끔씩 사용하는 단어장에만 들어있는 죽은 용어에 불과하다. 아침 인사 후 출근했던 사람이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오는 일이 반복되는 노동현장을 그대로 놔두고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일상을 살아나가면 안 된다.

일부 언론에서는 강성철도노조가 4조 2교대 근무 체계 등 무리한 요구를 내놓고 파업을 벌인다고 비난하고 있다. 현행 주력 근무체제인 3조 2교대는 15년 동안 유지된 근무체계다. 현재는 '워라벨'이 회자되고 주52시간 근무체계가 도입 되고 있는 시기이다. 이 3조2교대 방식 근무 중에는 야간 밤샘 이후 아침에 퇴근 했다가 당일 저녁 다시 출근해 밤샘하는 근무가 이어진다. 연속 밤샘 근무에 투입되는 노동자는 피로도도 심하고 집중력도 떨어지게 마련이다. 더군다나 4조2교대 근무체제로의 이행은 철도노사가 도입하기로 합의한 사안이기도 하다. 안전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안전을 책임지는 노동자가 최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는 구조를 바꿔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 강성노조의 집단이기주이라면 한국 사회는 차라리 노조를 없애는 게 맞지 않는가?

이낙연 국무총리는 철도 파업사태에 대해 인력확충 등 파업 해결 방안을 마련하라고 국토부에 지시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국무총리의 지시에도 아랑곳 않고 철도 파업을 즐기는 게 아닐까 생각들 정도로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국토부의 뿌리 깊은 노조 불신이 사태를 더 꼬이게 만들고 있다.

철도노조가 20일 예정된 파업에 돌입함으로서 강대강 대립구도가 완성됐다. 노조가 더 가볍고 융통성이 있었다면 국무총리 지시 이행을 국토부에 압박하며 파업일정을 연기하는 대안도 마련해 볼 수 있었다. 국정을 책임지는 여당은 먼 총선에 벌써 몰입했는지 중재 역할도 안하고 있다. 정치도 관료도 노조도 일관된 행보다. 돌이켜 보면 시대에 적응 하지 못했던 모든 것들은 멸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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