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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해야 할 것은 '성적지향'이 아닌 '혐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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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제해야 할 것은 '성적지향'이 아닌 '혐오'다"

인권위법 개정안 논란 이어져..."정치권 혐오의 확산 우려"

시민단체들이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추진 중인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을 비판했다. 지난 12일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발의한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은 이개호,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철회의사를 밝히며 무산됐으나 안 의원은 추진을 강행할 의사를 밝혔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등 5개 성소수자 인권 단체 및 시민단체는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에 동조한 국회의원들이 입법부의 대표이자 헌법기관이라고 부를 자격이 있는지 묻고싶다"며 "개악안 제정 시도를 중단하고 성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한 것에 진지하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안 의원 등이 발의한 개정안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차별금지 사유에서 '성적지향'을 삭제하고 '성별'을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생래적, 신체적 특징으로 남성 또는 여성 중의 하나'라고 정의한다. 이를 두고 성소수자 단체를 비롯한 인권단체 및 시민사회는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을 정당화하고 젠더 억압의 근거인 성별 이분법을 강화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이번 개악안이 참담한 이유는 20대 국회에서 같은 내용으로 두 번째 발의된 법안이자 여야를 막론하고 동참하는 의원이 늘었다는 것"이라며 "지난 3년 동안 배운 것도 혐오, 뿌린 것도 혐오인 20대 국회"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 의원에 앞서 2017년 같은 당 김태흠 의원도 '성적지향'을 차별금지의 사유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은 인권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안 의원은 여기에 나아가 '성별'을 새롭게 정의함으로써 인권 의식의 후퇴를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이들은 "2017년 개악안이 여전히 계류 중이고 2019년 개악안을 다시 발의하겠다는 국회의원이 있지만 개악안을 한 번 철회시킨 힘 역시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혐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누군가의 인권을 헌납하는 정치인은 이제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성소수자인권차별반대 무지개행동과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평등과 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 한국여성단체연합이 20일 오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해당 법을 놓고 "남자답게 여자답게 아니라 그저 '나답게' 살고 싶은 존재들을 부정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프레시안(조성은)

박한희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집행위원은 기자회견을 하는 날이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임을 지적하며 "이날에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부정하는 개악안을 마주하고 규탄집회를 해야 하는 현실이 가슴 아프다"며 "성소수자를 차별해도 되고, 성별이분법에서 벗어난 트랜스젠더·젠더퀴어·인터섹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해 헌법을 정면으로 반하는 이런 법이 국회에서 발의됐다는 사실 자체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박 집행위원은 개정안 제안 이유에 제시된 성별의 정의의 근거로 헌재의 병역의무 판결(2006헌마328)과 대법원의 성별정정결정(2004스42)을 든 것도 "판결 취지에 어긋난 잘못된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헌재의 병역의무 판결(2006헌마328)은 지난 2010년 11월 '남성에게만 병역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이유로 제기된 병역법 제3조 제1항 등 위헌확인 소송을 말한다. 헌재는 "성별은 개인이 자유로이 선택할 수 없고 변경하기 어려운 생래적인 특징"이라고 정의했다.

또 대법원의 성별정정결정(2004스42)은 2006년 6월 대법원은 트랜스젠더의 법적 성별정정허가 신청 사건에 대한 전원합의체 결정으로, 대법원은 성의 결정 기준을 "종래에는 생물학적 요소에 따라 결정해 왔으나 근래에 와서는 생물학적 요소뿐 아니라 개인이 스스로 인식하는 남성 또는 여성으로의 귀속감 및 정신적·사회적 요소들 역시 사람의 성을 결정하는 요소 중의 하나로 인정받게 됐다"고 밝혔다. 인권위법 개정안은 이같은 판례를 들며 "성별은 남성과 여성 두 가지 뿐"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박 집행위원은 "헌재의 병역의무 판결은 성별은 개인의 특성임에도 역사적이고 구조적으로 차별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됐기 때문에 성별을 근거로 차별하지 말하는 것이고 대법원의 결정도 트랜스젠더도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분명히 명시하고 있다"며 "이 판례들이 트랜스젠더의 존재를 부정하는 근거가 된다고 생각하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 법안에 동조한 국회의원들이 입법부의 대표이자 헌법기관이라고 부를 자격이 있는지 묻고싶다"며 "개악안 제정 시도를 중단하고 성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한 것에 진지하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박 위원은 또 이번 사태가 개정안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권에 확산된 혐오와 차별의 문제라며 깊은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박 위원은 "법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다른 정치인들에게도 잘못이 있다"며 "침묵과 방관으로 동조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태선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도 "선거토론이나 공천에서 공공연히 성소수자 혐오발언이 나오고 있다"며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서 문 대통령이 동성혼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고 말한 부분을 언급했다. 그는 "인권 문제에 있어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다, 필요하다, 하면서 미뤄온 현실이 지금의 이런 사태를 만든 것 아닌가"라며 "사회적 합의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보편적 인권의 원칙에 따라 정부와 제도정치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데 앞장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평등과연대로 인권운동더하기,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주최했다. 이들은 △각 정당은 이번 법안 발의에 참여한 의원을 징계할 것 △정부와 국회는 성소수자를 포함해 어떤 혐오와 차별도 용납되지 않음을 분명히 밝힐 것 △정부와 국회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 등을 촉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법 개정안 관련, 안 의원실 관계자는 <프레시안>과의 통화에서 "20일 중으로 다시 서명을 받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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