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용천역 참사가 발생한 22일 이후 이제 일주일이상의 시간이 흘렀다. 여전히 참사가 빚어진 북한 용천 주민들의 모습은 고통스러운 상황이지만 북한 정부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상황을 공개하고 국제사회에 구호요청을 하고 있으며 이에 남한 정부도 3백억원어치의 복구자재장비 등을 제공키로 하고 한국 사회에서도 민간단체들을 중심으로 범국민적인 모금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모금운동 가운데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이웃사랑회, 월드비전, 국제기아대책기구 등 30개 대북지원단체로 구성된 대북협력민간단체협의회(약칭 북민협)는 다른 시민사회종교단체들과 함께 북한용천역폭발사고 피해동포돕기운동본부(약칭 용천동포돕기본부)를 결성하고 용천역 폭발사고에 대한 이재민을 돕기 위해 범국민적 모금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프레시안은 29일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의 강영식 사무국장을 만나 시민단체들의 활동에 대해 들어보았다. 강영식 사무국장은 특히 용천참사 발생 이후 24일부터 27일까지 북한에 다녀와 참사 이후 북한 내부 분위기와 한국 지원 상황에 대한 북한 사람들의 반응, 북한 체제의 주요 변화 등에 대해 들려주었다.
***북, “어려울때 많이 도와달라”. 솔직하고 진지하게 감사의 뜻 전달**
북한내 수액제 공장 건립 지원을 위해 북한을 방문했던 강영식 사무국장은 우선 “북한에 들어가던 24일에는 북한 주민들은 용천 사고에 대해 많이 알고는 있지 못했지만 구체적인 상황은 아니더라도 25일 노동일보에 공식적으로 보도되는 등 국내에도 알려지기 시작하자 많이 걱정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
또한 “북한 주민들은 한국의 지원에 대해서도 많이 알고 있었고 고마워하고 있다”고 강 사무국장은 덧붙였다. 북한이 신속하게 현장접근을 보장하는 것도 한국 사회의 지원을 받기 위한 일환이기도 하다는 것.
특히 북한 사람들은 강 사무국장에게 “돌아가면 많이 바쁘겠다”고 말하기도 하고 한국 사회의 모금하는 모습들도 전해 들어 알고 있는 등 소식을 접하고 있다고 강 국장은 말했다. 북측 관계자들도 “어려울 때 서로 돕는게 아니냐. 어려울 때 많이 도와달라”며 솔직하고 진지하게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고 한다.
강 사무국장은 “이러한 북한의 감사의 뜻을 표명하는 태도는 예전에도 마찬가지였으며 이번 긴급구호물자 외에 과거에 지속적으로 전달했던 구호물자들에 대해서도 북한 기관들뿐만 아니라 직접적인 수혜당사자들이 감사의 뜻을 표해왔다“고 강조했다.
과거에도 북한 주민들은 이미 국제단체 지원보다 남측지원이 더 많고 더 필요한 물품이라는 점을 알고 있다는 것. 이에 대해 강 사무국장은 “우리는 구호물자만이 아닌 개발물자, 기본설비 등 각종 생산설비 많이 지원하고 있기 때문”이며 “이는 북한이 최악의 상황에 빠지지 않게 하는 안전판 작용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 민화협 대표 4명 단둥 파견 의사 밝히는 등 적극적인 모습”**
강 사무국장은 이번 북한의 신속한 정보 공개와 구호요청에 대해서도 평가를 했다. 그는 이에 맞춰 한국의 지원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강 국장에 따르면 24일 북민협 회의 이후 긴급구호품 등을 지원하겠다고 팩스를 보내자 북한측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 관계자들은 “신속한 협의를 위해 민화협 대표 4명을 단둥으로 파견하겠다”고 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들을 보였다고 한다.
이 당시 민화협 관계자들은 “국제사회 및 남한에서 피해 구호품 등으로 긴급의약품 등을 보내주지 않겠냐”면서도 복구자재장비에 대해 한국정부뿐만이 아니라 민간단체들에게까지도 고충을 토로하는 등 상당히 걱정했다고 한다. 즉 모든 물자가 태부족인 상황에서 앞으로도 체계적으로 많은 의약품 지원이 필요한 것은 분명하지만 의약품은 그나마 빠른 시일내에 해결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속에서 긴급재난체제 시스템이 가동되지 않고 있는 북한에게는 “의약품과 동시에 조속히 복구하기 위한 여러 시설 자재들과 일반품들의 동시 지원이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 국장은 지적했다.
***“용천참사 지원에 가장 중요한 건 신속하게 지원하는 것”**
이 상황에서 강 국장은 정부와 민간단체가 역할을 분담해 일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특히 “민간단체들로서는 임시 사무실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는 단둥을 통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신속하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강 국장은 설명했다.
북한은 현재 현지 상황에 대해 별로 숨기지 않고 있고 물자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 것도 물자를 수송한 운전사들을 통해 확인되고 있으니 현장확인절차보다는 신속한 지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강 국장에 따르면 단둥에서는 북한 용천재해대책위원회가 바로바로 필요 물자를 요청하고 있고 이에 대해 남측 민간단체들이 단둥에서 직접 사서 바로바로 투입하고 있다고 한다.
29일에만 하더라도 북한이 요청한 부족물자인 파이프 5천m, 솜, 붕대, 어린이용 비타민 영양제 등 2천만원 상당의 물자를 단둥에서 활동 중에 있는 10여명 내외의 민간단체 관계자들이 바로 구입해서 보냈다.
***“한반도 평화라는 관점에서 북 체제 이해해야”**
한편 강영식 국장은 용천 지원 문제와 관련해 북한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육로 수송 문제는 경의선 연결문제나 북한 내부 기관간 문제, 미국과의 문제 등 복합된 문제이기에 하루이틀 사이에 육로가 열릴 수 있는 조건이 구비가 돼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물론 우리로서는 육로 수송이 열리지 않는 것이 불만이겠지만 신속하게 열리지 않는 것이 북한 체제 특성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하며 이로 인해 신속한 구호활동이 제약받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현실은 현실대로 인정해야 하며 우리의 입장과 희망에 입각해 일을 추진하면 더 늦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한반도 평화라는 관점에서 이번 사고를 비롯해 북한이 갖고 있는 경제적인 곤란함,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과 같은 경제적인 어려움 등을 돌파해 낼 수 있게 지원하고 격려한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용천참사 계기로 변하는 게 아니라 북한은 이미 변하고 있어”**
그는 이번 용천 참사를 계기로 북한이 개혁개방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이미 변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하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었다”며 “물론 일정정도 속도 조절은 있겠지만 여러 경제개혁을 하고 있으며 최근 계속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용천사고로 인해 북한이 국제사회와 접촉해 개방으로 나서고 질적인 변화를 이루고 있다는 생각은 단순한 것”이라며 “이번 사고를 계기로 북한이 국제사회와 맺는 폭과 깊이가 넓어진다는 정도로 보는게 타당하다”는 지적이다.
즉 이번 사고가 불행한 사고이기는 하지만 남북관계를 더욱 진전시키는 촉매제가 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지만 북한이 용천참사 때문에 개방할 수밖에 없는 수동적 입장이라는 분석은 북측의 기존 변화를 인정하지 않는 시각이라는 주장이다.
***“6.15 기준, 남한 괴뢰에서 공존하는 민족으로 변화, 이는 상전벽해” **
아울러 그는 대북지원 최일선에서 활동하는 운동가의 입장에서 6.15 남북회담이 북한 사회에서 가지는 의미가 한국과는 달리 상당히 남다르다고 평가했다.
“북한에서는 6.15를 기준으로 우리 남한 정부는 미제의 괴뢰정부에서 하루아침에 우리 민족끼리 같이 공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같은 민족이 됐다”는 것이다. “이는 정말 놀라운 사고의 전환이며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라고 강 국장은 강조했다.
또 6.15를 기준으로 “북한은 우리를 적으로 바라보지 않고 있다”며 “이런 ‘동포’ 남한이 잘 살고 있으며 북한을 돕고 있음을 일부러 알리진 않지만 그렇다고 숨기지 않고 있다”고 강 국 장은 말했다. 오히려 공공연하게 필요한 물자를 요청하고 있고 "남한이 잘 살아야 북한이 잘산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이 북한을 지원하고 있다는 것을 북한의 일반 사람들도 많이 알고 있다”고 강 국장은 말했다. 북한 지방을 다니다 보면 한국산 쌀 같은 것은 그냥 보이고 남쪽 지역 비료나 농약 등이 그냥 널려 있다는 것이다.
총선 결과에 관해 북한이 사설을 쓴 것도 “통일전선차원이 아니라 정치권의 변화를 통해 본격적인 남북관계가 열리겠구나라는 소망이 묻어있는 것”이라고 강 국장은 지적했다. 그만큼 북한은 절박한 심정을 갖고 있고 우리는 이를 인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용천돕기운동, 긴급구호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지원돼야”**
50여분간의 인터뷰 이후 강 국장은 끝으로 한가지를 당부했다. 용천돕기운동마저 한국 사회의 아쉬운 모습인 일회성 행사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용천지역 상황을 보면 상당기간 동안 복구지원 사업을 필요로 하고 있는데 시간이 갈수록 점차 용천지역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줄어드는 것이 우리 현실”이라며 “ 이제는 단순히 긴급구호가 아니라 중장기적인 복구지원계획을 차분하게 세워 십시일반으로 도와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등 대북지원단체가 일반시민단체들과 함께 구성한 용천동포돕기본부는 오는 7월 23일까지 전국적으로 국민성금을 모금하고 있으며 29일까지의 성금 모금액은 3억7천1백만원에 이르고 있고 물품 제공도 답지하고 있다.
북한용천역폭발사고 피해동포돕기운동본부(사무국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모금계좌번호 신한은행 254-05-017647, 국민은행 463501-01-054123 / 전화번호 02-734-7070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