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를 예정인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일 후진타오(胡錦濤) 당총서기 겸 국가주석, 장쩌민(江澤民) 중앙군사위원회 주석, 우방궈(吳邦國)전인대 상무위원장,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쩡칭훙(曾慶紅) 등 중국 지도자들과 연쇄 회담을 갖고 북한의 안보 우려 해소 방안과 경제교류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장쩌민-원자바오와 연쇄회동, 후진타오도 다시 만나**
김 위원장은 방중 사흘째인 20일 인민대회당에서 약 1시간 반동안 열린 장 주석과의 북-중 최고위 군사회담에서 전날 후진타오 국가주석과의 회담에서와 마찬가지로 북핵 문제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를 가졌다고 외교소식통을 인용, 한국 및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미국의 침공에 대한 우려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포기 설득을 요청하고, 이에 대해 장 주석은 미국의 북한 침략 우려가 희박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이라크 전쟁 등 국제정세 변화와 중국 인민해방군의 정보화, 현대화 추진 내용 등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장 주석과의 만남 이후에 김 위원장은 원자바오(溫家寶) 총리와 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북한은 북한의 2002년 7.1 경제개혁 개선조치와 개혁 상황을 소개하고 중국에 경제 지원을 요청했으며 이에 대해 원 총리는 북한의 `제한적인 개방 계획'에 도움이 되는 대북 경제 지원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관측됐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날 저녁에는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김 위원장 숙소인 댜오위타이(釣魚臺)를 찾아와 작별 인사를 나눴으며 이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재차 후 주석의 방북 초청을 했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김 위원장은 또 점심식사 자리에서까지 쩡칭훙 부주석과 함께하는 등 중국 지도자들을 만나기 위해 시간을 쪼개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최대한 많은 중국 지도부 만나려 시간 쪼개**
이처럼 김정일 위원장이 최대한 많은 중국 고위 지도부를 만나기 위해 시간까지 쪼개는 모습은 이전 방문과는 달라진 모습이라는 평가다. 지난 2001년 방중 당시에는 상하이 등의 IT 시설 및 산업 시설을 견학하며 ‘천지개벽’ 발언을 하는 등 충분한 시간을 갖고 방중을 진행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북핵문제가 현안으로 대두된 상황에서 중국 지도부와의 회담에 치중하며 실리적인 회담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중국에 새로운 지도부가 등장한 이후 한동안 소원했던 것으로 평가받던 북-중 관계를 풀기 위한 노력으로 분석된다.
물론 방중단 가운데 포함돼 있는 경제 시찰단은 별도로 베이징과 인근의 산업시설을 시찰하며 자본주의 체제 운용에 대해 학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방중단 가운데 절반은 경제 시찰단이고 나머지 절반은 군 인사들로 알려졌다.
군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제한적이나마 개혁 개방을 추진하는데 이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이들에게 중국의 개혁개방으로 변화된 모습을 목격시키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에 따라 특히 이번 방중단에는 지난해 국방위 부위원장이 된 연형묵 자강도 당 책임비서와 김영춘 군 총참모장 등이 포함돼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북핵 문제가 현안인 만큼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부상이 포함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강석주 제1부상은 김 위원장의 상당한 신임을 받고 있는 인사다.
***中 지도부, 북한에 남-북 관계개선 권유**
한편 이날 회담에서 중국 지도부들은 북핵 문제를 해결하고 경제건설을 위해서는 남북 관계 개선이 급선무의 하나라고 지적하고 이를 위해 김 위원장이 적당한 시기에 서울을 방문, 남북정상 회담을 할 것을 권유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관측돼 주목된다.
중국 지도부는 남북 관계 개선이 북핵 문제로 인한 미국 침공 가능성 등 안보우려 해소와 경제건설로 집약되는 북한의 양대 현안을 푸는 열쇠의 하나가 될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이같이 권유했다는 것이 베이징 외교 소식통들의 관측이다.
현재 쉽게 풀리지 않는 북핵문제에 있어서 남북관계가 개선돼 한국이 가세해 북-미 중재에 적극 나서 주면 해법의 가닥이 한층 쉽게 풀릴 것으로 중국은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도 남북 관계가 개선되면 북한의 평화 의지에 신뢰를 갖고 대북 불신의 벽을 허무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중국의 생각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북-미 관계가 풀린 이후 추진될 북한의 경제 건설 지원에 대해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경제지원 부담을 한국과 나눌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도 중국이 관계개선을 요구한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1일 귀국길, 중국 외교부 이날 늦게 방중 사실 발표할 듯**
21일 오전에 있을 김 위원장의 귀국길에는 숙소인 댜오위타이에서 왕자루이(王家瑞) 당 대외연락부장을 비롯한 당.정.군 고위관리들이 나와 환송을 한다.
한편 김 위워장은 귀국 길에 랴오닝성 성도인 선양에 들러 북한이 이 곳에 설립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핀란드를 방문중인 리자오싱(李肇星) 외교부 부장도 일절 논평을 거부하는 등 확인하고 있지 않지만 중국 외교부는 김 위원장이 국경도시 단둥에 도착하는 이날 오후 늦게 기자 회견을 열고 그의 방중 및 귀국 사실을 발표할 것으로 관측된다.
외교가 일각에서는 김정일 위원장이 귀국후 북핵문제와 관련해 전향적 내용의 '중대발표'를 할 것이며, 이번 방중은 이를 중국 지도부에 설명하기 위한 사전조치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어, 여러모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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