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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바그다드시민의 통곡, "팔루자학살 중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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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바그다드시민의 통곡, "팔루자학살 중단하라"

[이라크 현지 긴급르포] "언론들, 세계에 학살을 알려달라"

바그다드 함락 1주년인 9일(현지시간)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는 크고 작은 폭발로 긴장감이 고조됐다. 쉐라톤 호텔 옆에 박격포탄 한 발이 떨어졌고, 시내 중심부에도 두 차례 큰 폭발이 있었다. 또한 바그다드 외곽 지역에서는 오전부터 작은 폭발들이 계속 잇달아 일어났다. 바그다드 내에서도 긴장감이 높아지자 그동안 팔루자, 알 사드르 시 등 바그다드 외곽에서 일어난 전쟁 양상이 언제 어떻게 바그다드 중심부로 번질지 예상할 수 없는 상태이다.

날로 바그다드의 긴장감이 높아감에도 불구하고 바그다드 시민들은 ‘학살(Genocide)’이 이루어지는 팔루자로 향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또 이날 시민들뿐만 아니라 압델 카림 마후드 알-마하마다위를 비롯한 과도통치위원들은 미군의 팔루자 공격을 학살이라고 규정하고 “미국이 팔루자 문제를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방안을 모색하지 않는다면 과도통치위에 더 이상 참여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4만명 바그다드시민, '팔루자학살'중지 촉구집회 열어**

<사진 000>

10일부터 시작되는 시아파 종교 행사인 ‘아르비엔야’의 하루 전인 이날은 각 사원을 중심으로, 팔루자에 대한 미군의 폭력 중지를 요구하는 특별기도와 군중집회가 이뤄졌다.

바그다드 내에서 가장 대규모의 인원이 모인 사원은 팔루자에서 가장 가까운 바그다드 서부 외곽인 가잘리아 지역 움 알쿠라 사원이었다. 현재 이 사원은 바그다드에서 팔루자로 보내는 구호물품의 중간 창고 역할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날 수천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었던 바그다드-팔루자 간 도로의 인간띠잇기 보도 평화행진은 팔루자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아침 9시 즈음에 수십명의 사람이 모여 걷기 시작했으나, 도로 주변과 인근 마을 곳곳에서 폭발이 이어졌고, 목숨을 건 평화행진은 종료됐다.

그러나 구호물자를 실은 차량행렬은 여전히 계속됐고, 오후 기도시간을 기점으로 오후 1시경 팔루자-바그다드 도로 위에서 계속되는 폭발위험을 뚫고 4만명 이상의 바그다드 시민들이 차량이동으로 이곳에 집결했다. 평소 교통체증을 겪던 이 도로는 구호물을 실은 차량과 사원으로 모이는 시민들의 자가용 외에는 지나다니는 차가 거의 없었다.

***언론통제된 '팔루자 학살'에 시민들 울음**

<사진 001 + 002>

이날 집회는 유례없이 평화적으로 질서정연한 모습으로 진행됐다. 사원 앞으로 수천대의 자동차가 붐빌 것을 예상하고, 수십 명의 진행요원들이 가잘리아 지역 입구로 들어오는 곳부터 주차를 안내했고,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총기를 소지한 사람들은 가슴에 명찰을 달아 신원을 밝히고 있었다. 오후 3시에 기도시간이 끝나고, 곧바로 반미 집회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사원의 중심부로 자리를 이동하기 시작했다.

“팔루자!”라고 한 사람의 선창을 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팔루자”를 복창을 했고, 마이크를 든 종교지도자가 “미군은 팔루자의 학살을 중지하라”는 내용의 연설을 시작하자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는 또“이라크인들이 총을 드는 것은 결코 불법이 아니며, 우리 형제들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드는 것”이라며 “팔루자에서 우리 형제들이 죽은 것처럼 미군에게 똑같은 죽음을 줘야 한다”고 말을 하자, 3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지하드(성전)”을 외쳤다.

이날 집회 내내 바그다드 시민들은 울음을 멈추지 못했다. 이 사원에서 채 1시간도 떨어져있지 않는 팔루자에서 지금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그 시간에 몇 명의 사람들이 죽어가는지도 알 수 없다.

이날 과도통치위에서는 팔루자에서 미군의 폭격으로 5일동안 최소한 4백명 이상이 죽고, 1천명 이상이 다쳤다고 공식발표 했다. 현재 팔루자에서는 미군에 의해 도로가 봉쇄되어 물과 식료품, 의약품의 공급이 어렵고, 통신이 두절된 상태이다. 또한 언론 통제에 의해 팔루자의 참상이 전혀 외부로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틀 전 아랍권 방송 알자지라의 보도를 통해 공개된 죽은 아이의 끔찍한 사진 몇 장이 전부이다.

***“사진 찍고, 기사 써달라. 한국에, 전세계에 이 상황 알려달라”**

<사진 003 + 004>

9일 오전 8시30분. 역시 바그다드 서부 지역 아다미야의 이맘 아담 사원에서 구호물자를 실은 차량을 촬영하기 위해 이맘 아담 사원 앞에 있는데, 한 사람이 다가와 소리쳤다.

전날 한국인과 일본인들의 피랍사건으로 잔뜩 긴장했던 터라, 그가 다가올 때 움찔했다. 곧 통역원을 통역을 통해 그가 전하고 싶었던 얘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팔루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없다. 이라크인들이 죽어간다. 그런데 아무도 이 사실 알지 못한다. 전세계에 이것을 알려달라”고 그는 카메라 앞에서 절규했다.

그의 말처럼, 미군은 팔루자에 대한 봉쇄와 폭격을 중단해야 한다. 그리고 이라크 현지에 있는 언론인들은 지금 팔루자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보도하기 위해, 팔루자로 이라크 시민들과 함께 행진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라크 국민들이 지금 무엇에 분노하고, 왜 절규하는지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미군정, 자국민 죽음 정치적으로 악용"**

<사진 005 + 006>

지금 팔루자의 현실은 9.11 테러 이후, 미국이 대테러전을 선포하고 2년 사이에 두 개의 전쟁을 치루는 부시 정부의 호전적인 태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또 미국 사회는 9.11 사태를 통해 엄청난 충격을 받고, 부시 정권이 아프간 전쟁을 시작으로 해 이라크 전쟁까지 감행하는 것을 용인했다.

그러나 이 방식은 9.11 테러 희생자들에뿐 아니라, 자국민 4명의 죽음을 진정으로 슬퍼하는 것이 아니다. 미군은 이번에 미국 경호원 4명의 죽음을 세계 언론을 통해 그대로 내보내고, 국제사회를 경악에 빠트린 다음, 그리고 지금 팔루자에서 대학살을 자행했다. 이것은 미군정이 자국민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두고 미국 평론가인 수잔 손택은 9.11 사태 2주 후, “다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뉴요커, 2001년 9월 24일자)고 전쟁을 부추기는 부시정권과 사회지도자들에게 각성을 요구하고, 미국 국민들에게는 이 사건을 냉정하게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미국은 또다시 자국민을, 그리고 전세계를 바보로 알고 있다.

<사진 007 + 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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