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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강남 3선 용퇴해야"…한국당 화약고 터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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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영남·강남 3선 용퇴해야"…한국당 화약고 터지나?

황교안 "해당 행위" 단속에도 '물갈이' 요구 분출

자유한국당에서도 황교안 대표를 향한 쇄신 요구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국 사태' 이후 잠시 호재를 맞은 듯했던 한국당은 '조국 사퇴 표창장·상품권 시상식', '패스트트랙 가산점' 논란에 이어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 등 외부인사 영입 논란까지 거치며 여론의 비판을 사고 있다. 여기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과감한 인적 청산도, 유승민 의원 등 당 바깥의 '개혁보수' 세력과의 통합도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당 내에서도 '위기감을 느낀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

김태흠 "영남·강남 3선 이상 용퇴하거나 험지출마"

공개적인 '쇄신' 요구의 신호탄은 구 친박계 김태흠 의원(재선, 충남 보령·서천)이 쏘아올렸다. 김 의원은 5일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 당 총선 준비의 시작은 희생과 헌신이고 결과는 승리여야 한다"며 "영남권, 서울 강남 3구 등 3선 이상 선배 의원들께서는 정치에서 용퇴를 하시든가 당의 결정에 따라 수도권 험지에서 출마해 주시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김 의원은 "당 기반이 좋은 지역에서 3선 정치인으로서 입지를 다졌다면, 대인호변(大人虎變)의 자세로 새로운 곳에서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자세로 과감하게 도전하는 것이 정치인의 올바른 자세"라며 "그러한 용기가 없다면 스스로 용퇴의 길을 선택하시기 바란다"고 했다. 그간 당 안팎에서 '영남 다선 물갈이' 등 주장이 물밑에서 나온 바는 있으나, 현역 의원이 실명으로 지도부에 이를 공개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의원은 나아가 "모든 현역의원은 출마 지역, 공천여부 등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당의 결정에 순응해야 한다"며 ""원외 전현직 당 지도부, 지도자를 자처하는 인사들도 예외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홍준표 전 대표 등 원외의 중량급 인사들과 관련해서도 영남 출마설이 나오는 데 대한 견제·비판 성격이다.

김 의원은 "당 대표부터 희생하는 솔선수범을 보이고, 현역의원을 포함한 당 구성원 모두가 기득권을 버리고 환골탈태하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고 황교안 대표의 솔선수범을 요구하기도 했다. 황 대표가 비례대표 대신 험지 출마를 하는 등 희생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됐다.

특히 과거 옛 친박계에서 활동했던 김 의원이 보수 통합에 대해 "정치적 유불리로 이합집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 미래의 가치를 중심으로 함께해야 중도까지 어우르는 진정한 대통합이 된다"고 '중도 통합'을 언급한 점도 주목받았다.

구 친박계에는 김진태 의원 등 유승민계와의 통합에 반대하는 강성 인사들도 있지만, 윤상현 의원은 "유승민은 보수 통합의 상징이자 동의어"라며 통합을 주장하고 있다. 김태흠 의원 역시 윤 의원과 마찬가지로 유승민계와의 통합을 주장한 것이다.

신상진 "당 지도부, 영남에 치중돼"…김용태·장제원 "민주당은 효과적이고 발빠른데…"

한국당 '신정치혁신특위' 위원장인 중진 신상진 의원(4선, 경기 성남중원) 역시 인적 쇄신 필요성을 언급했다. 신 의원은 기독교방송(CBS) 인터뷰에서 "어제 기획단이 (구성)됐으니까 불출마 내지는 험지 출마 등등 포함해서 안들이 앞으로 좀 나오지 않겠나 기대한다"며 "민주당의 ('물갈이' 비율로 언급되는) 20%는 많다고 볼 수도 없다. 저희 한국당은 공천 룰에 입각해서 하면 한 50% 정도까지도 최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신 의원은 "지난 총선 등 역대로 보면 어느 총선에서든 초선 의원들이 한 40%가 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 의원이 언급한 총선기획단 구성과 관련해서도 당 안팎에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당은 전날 박맹우 사무총장을 단장으로, 황 대표 특보단장인 이진복 의원을 총괄팀장으로, 추경호 전략기획부총장을 간사로 하는 총선기획단을 출범시켰으나, 이들 3인이 모두 영남 출신인 데다 황 대표와 가까운 측근 그룹에 속해 인사가 편중됐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신 의원은 전날 불교방송(BBS) 인터뷰에서 당 운영과 관련해 "좀 더 여러 가지를 고려하고 특히나 수도권의 민심을 고려해서 민주적이고 열린 정당으로 나갔으면 좋겠다"며 "지금 당을 이끌어가는 분들이 너무 영남권에 치중돼 있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또 12인의 한국당 총선기획단 구성원 중 여성은 전희경 의원 1명뿐이고, 원외 인사도 2명뿐이었다. 같은날 출범한 더불어민주당 총선기획단 15명 중 여성이 5명, 당 외부 인사 3명을 포함해 원외 인사를 7명 배치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민주당 총선기획단에는 30대 이하 청년이 4명 포함됐지만 한국당은 전무하다.

바른정당 출신 복당파인 장제원 의원(재선, 부산 사상)은 이날 SNS에 쓴 글에서 "민주당 총선기획단 인선을 보니 섬뜩한 생각이 든다"며 위기감을 언급했다. 장 의원은 "강경파, 온건파, 주류, 비주류, 청년, 여성 등을 두루 아우르는 인선도 그렇지만, 유독 제 눈에 띈 인물은 금태섭 의원"이라며 "'민주당 의원 맞아?'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거침없이 소신발언을 하고, 심지어 대통령께서 시정연설에서도 언급했을 만큼 여권이 사법개혁 상징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공수처마저 강하게 반대하는 발언을 하는 그를 민주당은 내치기는커녕 중용했다"고 지적했다.

장 의원은 "그의 '다름'을 사버리는 민주당의 모습은 이번 총선을 대하는 민주당의 결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한다. 확장성을 고려하면서도 당의 포용성과 다양성을 보여주려는 민주당의 한 수이며, 어떤 인재영입보다 효과적인 전략으로 보인다"고 호평하며 "민주당은 벌써 세 번째 집권을 하고 있다. 간단한 정당이 아니다. 상대하기 무척 버겁고 세련된 전략을 구사하는 정당으로 성장했다. 한국당도 달라져야 한다"고 자성론을 폈다.

장 의원은 특히 "지지층만 바라보는 폐쇄적인 모습을 탈피해야 한다"며 "조금의 다름을 인정하고, 아니 그 다름을 오히려 반기며 중간으로 중간으로 성큼성큼 나아가야 한다. 과거의 문제에 발목잡혀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윤상현·김태흠 의원 등의 주장과 같이, 유승민계와의 통합 필요성을 언급한 대목으로 해석된다. 장 의원은 "개혁보수와 정통보수가 통합해 큰 집을 지어야 한다"면서 특히 "피해의식에 사로잡힌 '과거형 인재'가 아니라, 외연 확장을 위한 미래형 인재를 영입해야 한다"고 박찬주 전 사령관을 연상시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 시절 당 사무총장을 지낸 김용태 의원(3선, 서울 양천을) 역시 전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사실 민주당의 지금 여러 흐름들을 보면, 뼈아프지만 저희보다 상당히 발빠르고 국민들의 관심을 끄는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면서 "한국당도 모든 기준이 내년 총선에 맞춰질 수밖에 없다. 내년 선거는 정권 심판론 이외에 한국당이 새로운 비전을 갖고 국민들한테 호소하는 '비전 제시'를 어떻게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黃 "총선기획단이 논의"…지난달엔 '영남 다선 물갈이론'에 "해당행위"

이처럼 당 내에서 계파·선수를 막론하고 쇄신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황교안 지도부는 '마이 웨이'를 고수하고 있다. 황 대표는 지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당을 위한 많은 질책과 고언들을 경청하고 있다"며 "대표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당의 혁신과 통합을 통해 새 정치를 국민들께 보여드리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질책과 고언'의 세부 내용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황 대표는 이날 오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김태흠 의원의 영남 3선 이상 불출마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당의 미래를 위한 충정으로 하신 말씀"이라면서도 "총선기획단이 다양한 혁신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만 했다.

특히 영남 다선 물갈이론에 대해서는 황 대표가 지난달 23일 '해당(害黨) 행위'라는 표현까지 쓰며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김세연 원장은 지난달 31일 언론 인터뷰에서 "황 대표가 비공개 회의에서 이야기한 것은 '지금 공천 룰에 대해서 이야기해서 혼란을 가져오는 것이 해당행위'라고 언급했던 것"이라며 "직접적으로 대상이 되었던 부분은 '특정 지역 3선 이상 배제' 대목"이라고 했다.

황 대표는 또 총선기획단 인선에 대해서는 "어제 소수의 총선기획단만 발표해 범위가 넓지 않고 다양한 분들이 같이하지 않고 있다는 걱정을 하는데, 총선공약단 출범을 통해 (다양한 인사의 참여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나중에 또 적절한 분들을 모실 것"이라고 말했다.

박찬주 전 사령관 논란 이후 한국당 지도부는 인재 영입 발표 스케줄 자체를 늦추고 있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조금 뒤에, 시간을 가지고 하자는 의견이 나왔다"며 "원래 꾸준히 하려다가 이번에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에 시간을 가지고 하려 한다. 정해진 것은 없다"고 했다. 박 총장은 "원래 연이어 하기로 했지만 회의 끝에 '시간을 가지고 한다'는 게 우리 방침(이 됐다)"라며 "이번 주에는 없다고 보면 된다"고 부연했다.

나경원도 흔들…유기준 "원내지도부 다시 선출하자"


한편 황교안 지도부의 일원인 나경원 원내대표에 대한 '임기 연장 불가론'도 나오고 있다. 구 친박계 유기준 의원(4선, 부산 서구·동구)은 이날 문화방송(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원내대표 임기가 12월 10일 만료된다. 원내대표는 임기 1년으로 한다는 당헌 규정이 있다"면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서 다음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게 순리"라고 말했다.

한국당 당헌당규상 국회의원 잔여 임기가 6개월 미만일 경우 의원총회의 승인이 있으면 해당 임기만큼 원내대표 임기를 연장할 수 있게 돼 있으나, 잠재적 차기 원내대표 주자군으로 여겨지는 유 의원과 강석호 의원(3선,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 등은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에 반대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왔다.

유 의원은 "원내대표가 차기 총선도 준비해야 되고, 패스트트랙에 올려져 있는 선거법, 공수처법, 검경 수사권 조정 같은 큰 줄거리 법안을 처리해야 되고, 패스트트랙으로 인한 수사를 받는 의원들에 대해서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에 대해서 해야 되는 그런 아주 중요한 임무를 갖고 있기 때문에 원내지도부를 다시 선출해서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게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공개 촉구했다.

유 의원은 자신의 차기 원내대표 출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저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다면 마다하지 않겠다"며 "4선 중진의원으로서 어려운 시기에 총선도 치르고 여러 법안들을 처리하는 데 제가 가진 경험과 경륜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마다하지 않겠다"고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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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프레시안 정치팀 기자입니다. 국제·외교안보분야를 거쳤습니다. 민주주의, 페미니즘, 평화만들기가 관심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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