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재 영입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노동·인권변호사로 유명한 권영국 변호사와 노동운동가들, 성소수자인 김조광수 영화감독 등에 이어 30일에는 <어른이 되면>으로 주목받은 신예 영화감독 장혜영 씨를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전날 밤 장 감독의 유튜브 채널에 직접 출연해 "제가 장 감독을 정의당에 '찜'해 가려고 왔다. 모시고 가려고 왔다"고 영입 의사를 밝혔다. 장 감독은 심 대표의 말에 이어 "얼마 전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안녕하세요, 심상정입니다'라고 해서, 그 계기로 만나뵈니 '정의당에 와 사회를 바꾸는 일을 함께하면 좋겠다'는 말씀을 주셨다"며 "오늘부터 정치를 시작하려 한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방송에서 발표한 입당 선언문에서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모두를 위한 공동체를 만드는 길을 가보려 한다"면서 "우리에게 지금 반드시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일을 주저하는 지금의 정치에 지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감독은 "죽어라 노력해서 나만 겨우 살아남는 미래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무사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가는 미래를 갖고 싶다. 장애인이니까, 가난하니까, 못 배웠으니까, 부모를 잘못 만났으니까, 운이 없으니까 불행해져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 미래, 평범한 일상과 존엄한 삶이 건강하고 똑똑하며 부유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라 가난하고, 병들고, 장애가 있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평등하게 보장되는 미래를 갖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의 불평등을 만든 것은 탐욕을 통제하지 못한 우리 사회"라며 "가진 자들이 규칙을 정하는 사회에서 공정은 힘없는 외침이다. '공정한 차별'이 하루가 다르게 우리 사회를 잠식하는 지금, 우리는 공정이 아니라 불평등을 외쳐야 한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공정한 차별'이라는 말은 최근 조국 전 법무장관 관련 논란 와중에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한 "합법적 불공정"이라는 말을 연상시킨다. 최근 국면을 거치며 청년 세대의 요구가 '공정'으로 요약 대표되고, 보수 정치권 일각에서 이른바 '2030세대'를 포섭할 전략으로 사시 부활, 입시제도 개편 등 공정성에 초점을 둔 정책을 준비하는 가운데 이에 대한 토론을 제기하는 의미가 있다.
장 감독은 1987년생으로 지난 2011년 연세대를 중퇴하며 '공개 이별 선언문'이라는 대자보를 붙여 김예슬·유윤종씨에 이어 '명문대' 자퇴를 선택한 3번째 대학생으로 주목받았다. 이듬해 그간의 심경을 담은 수필집 <모두 사랑하고 있습니까>를 펴냈고, 유튜브 창작활동가(크리에이터), 인권단체 활동가 등을 두루 경험한 끝에 지난 2018년 장애인 동생과의 삶과 미래에 대한 고민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 <어른이 되면>으로 일약 주목을 받았다.
<어른이 되면> 관객 수는 1만 명에 채 못 미쳤지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박남옥상'을 수상했고 동 영화제와 울산장애인인권영화제 개막작으로 초청되는 등 영화계와 시민사회의 호평을 받았다. 2019년 YWCA 한국여성지도자상 '젊은지도자상' 부문 수상도 했다. 그는 영화에 나오는 음악을 대부분 직접 만들고 노래한 가수·음악가이기도 하다.
심 대표는 장 감독의 입당 선언문을 듣고 "너무 감동적"이라고 극찬하며 "나중에 내가 한 단락 인용해야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심 대표는 "정의당에서 (장 감독이 바라는) 그 미래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며 "당에 와서 하고싶은 것 마음대로 하라"고 격려했다. 그는 "정의당은 차별·불평등·소외된 시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정당"이라며 "제가 대표로서 할 일은 그 분들에게 마이크와 자리를 드리고 많지 않은 권력자원이지만 나눠드리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원래 (인재를) 영입하면 국회 문법이 있다. 세레머니(입당식)도 해야 하고, 정론관 가서 기자들 앞에서 발표도 해야 하는데 '언제 할까' 했더니 장 감독이 '저는 제 방식대로 하겠다'고 해서 오늘 유튜브 채널에 나오게 됐다"며 "발상이 좋다. 발탁을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장 감독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정의당은 앞서 지난 28일에는 권영국 변호사 등 노동·인권변호사 3명과 노동활동가 6명을 영입하고 단체 입당식을 하기도 했다. 심 대표는 당시 입당식에서 "권 변호사는 현장과 거리, 법정에서 노동자의 인권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헌신해 온 분"이라며 "노동이 당당한 대한민국을 위해 정의당에 꼭 필요한 인재가 오셨다"고 의미를 기렸다.
권 변호사와 함께 입당한 이들은 김하나·김병욱 변호사와 김태영 민주노총 경북본부장, 이전락 금속노조 포항지부장, 이지경 전 포항건설 노조위원장, 남성화 발전노조 사무처장, 손일원 발전노조 한전 당진지부장, 건설노동자 이영식 씨 등이었다. 권 변호사는 입당 후 정의당 '노동인권안전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위촉됐다.
권 변호사는 입당식에서 밝힌 변에서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와 함께 차별에 맞서 싸우기 위해, 1년여에 걸친 고민 끝에 정의당에 입당한다"며 "2014년 11월 13일 쌍용차 정리 해고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현실 정치에 참여를 선언한 지 5년 만의 일"이라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저의 아버지는 광부였다. 돌아가실 때에도 직업병인 진폐 합병증으로 돌아가셨다"며 "선진께서는 선거철이 되면 노동 변호사로 활동하던 제게 '대한민국 노동자가 몇 명이냐. 노동자가 합심하면 정치를 바꿀 수 있을 텐데 노동자들이 왜 그러지 못하느냐'며 매우 안타까워하셨다"고 술회했다.
그는 "노동이 자신의 정치세력화에 실패해 있는 동안 자본은 비정규직을 양산해 노동에 대한 통제 기제를 훨씬 심화시켰다"며 "제가 오늘 정의당에 입당하는 이유는 정의당이 노동자 민중을 온전히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의 정당이라는 강령에 부합하도록 '노동 중심성'을 강화해 노동자 민중을 적극 대변하고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권 변호사는 특히 자신의 입당 이유를 "원내 정치인으로 입성해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불공정의 최대 피해자인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와 함께 차별과 위험의 외주화 문제에 맞서 싸우기 위함"이라고 원내 입성 도전을 선언하기도 했다. 29일 입당한 장 감독 역시 '한 사람의 시민을 넘어,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정치를 시작하려 한다'고 했다. 총선 비례대표 출마 의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당은 앞서 지난달 25일에는 당 청소년특위, 차별금지법추진특위, 국민먹거리안심특위, 사회연대임금특위, '국민의노동조합'특위 등 5대 부문특위를 신설하고 김조광수 감독과 박창진 전 대한항공 사무장을 영입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김조 감독은 차별금지법추진특위, 박 전 사무장은 '국민의노동조합'특위 위원장을 맡았다.
다만 청소년특위 위원장인 고등학생 노서진 씨는 연령상 피선거권자가 아니고, 먹거리안심특위 위원장 강기갑 전 의원은 2012년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정치 활동을 정리하고 농사를 짓고 있어 '5대 부문특위'가 총선을 대비한 인재영입인지 여부는 불투명했다.
정의당은 '5대 부문특위'는 물론, 권영국 변호사와 장혜영 감독 역시 '총선 비례대표 후보 영입'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의당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외에서 인재를 발굴하고 영입해 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하고 있다"면서도 "정의당은 당원들의 직접 투표를 통해 총선 후보(비례 순번 포함)를 선출하기 때문에 비례 출마는 대표의 제안이 아니라 전적으로 본인의 의지와 판단에 따른다"고 밝혔다. 또 영입된 인사들이 총선 출마를 결심하고 비례대표에 도전하더라도, 당내 경선에서 탈락하면 지도부도 손쓸 방법이 없다.
다만 현재 정의당 수석대변인인 김종대 의원의 경우를 보면, 외부 인재 영입 케이스로 2015년 8월 정의당에 입당한 그는 이듬해 3월 11일 당내 경선에서 무려 26%를 득표하며 1위를 차지했다. 2위였던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10% 득표)와의 격차는 15%포인트였다. 전통적으로 진보정당에 조직적으로 입당한 노조·진보단체의 '조직 표'보다, 정의당 당원 다수를 차지하는 참여당계 및 일반 당원의 표심이 반영된 결과였다.
심 대표는 특히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진성당원만을 대상으로 하는 기존의 '전 당원 투표' 대신 지지자들에게도 일정 비율의 투표권을 주는 개방형 경선제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외부 영입 인사들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한 결과를 낳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정의당 안팎에서는 정당 내부에서 인재를 키워내는 방식 대신 외부 명망가를 영입해 선거를 치르려 하는 게 적절하느냐는 전통적 정당민주주의 이론에 입각한 비판과 우려의 시선도 있다.
다음은 장 감독과 권 변호사의 입당의 변 전문(全文).
안녕하세요. 장혜영입니다.
저는 오늘부터 정치를 시작하려 합니다.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한 목소리를 내는 것을 넘어,
더 많은 책임과 더 많은 권한을 가지고 모두를 위한 공동체를 만드는 길을 가보려 합니다.
지쳤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지금 반드시 필요한 변화를 만드는 일을 주저하는 지금의 정치에 지쳤기 때문입니다.
언제까지나 신문고만 두드릴 뿐 결정에는 참여할 수 없는 정치에 지쳤기 때문입니다.
호소하고 외치고 기다리고 실망하는 정치, 약자에게 ‘나중에’를 말하는 정치, 약속을 어기고도 사과는 커녕 모른척만 하는 정치에 지쳤기 때문입니다.
변화는 미룰 수 있을지 모릅니다.
법과 제도는 미룰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아마 누군가에게는 변화를 미뤄야 할 그럴듯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사람들의 삶은 미룰 수가 없습니다.
지금 벼랑 끝에 서서 하루하루를 견디다 못해 떨어져나가는 사람들의 삶은 미룰 수가 없습니다.
무참한 불평등 앞에 꺼질듯이 흔들리는 곳곳의 촛불같은 삶에는 ‘나중’이 없습니다.
갖고 싶은 게 있습니다.
미래를 갖고 싶습니다.
죽어라 노력해서 나만 겨우 살아남는 미래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무사히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가는 미래를 갖고 싶습니다.
장애인이니까, 가난하니까, 못 배웠으니까, 부모를 잘못 만났으니까, 운이 없으니까
불행해져도 어쩔 수 없다고 말하지 않는 미래를 갖고 싶습니다.
평범한 일상과 존엄한 삶이 건강하고 똑똑하며 부유한 사람들에게만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라
가난하고, 병들고, 장애가 있고,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도 평등하게 보장되는 미래를 갖고 싶습니다.
그런 미래를 가질 수만 있다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겠습니다.
시간도, 마음도, 하고싶었던 다른 일들도 전부 내려놓을 것입니다.
들고 있는 것을 내려놓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가 보지 않은 새로운 길을 가는 것이 두렵습니다.
고독 속에 남겨지는 것이 두렵습니다.
이제 막 손에 쥔 동생과의 평범한 행복을 잃어버리는 것이 두렵습니다.
하지만 가장 두려운 것은 우리에게 미래가 사라지는 것입니다.
지금의 불평등을 만든 것은 탐욕을 통제하지 못한 우리 사회입니다.
우리는 가진 사람들이 끝없이 더 가지려 할 때 그 탐욕을 막지 못했고
갖지 못한 사람들이 끝없이 자기 몫을 빼앗길 때 그들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가진 자들이 규칙을 정하는 사회에서 공정은 힘없는 외침입니다.
공정한 차별이 하루가 다르게 우리 사회를 잠식하는 지금,
우리는 공정이 아니라 불평등을 외쳐야 합니다.
불평등을 똑바로 직시하지 않고서 평등의 미래로 갈 수 있는 길은 없습니다.
누구나 평등하게 존엄한 삶을 누리는 미래를 만드는 사람이
오직 저여야만 할 이유는 없지만
제가 아니어야 할 이유도 없기에
내가 아닌 누구라도 응당 그렇게 해야 할 일들을 시작하기 위해
시민으로서의 자부심과 동료 시민에 대한 신뢰와 애정, 미래에 대한 낙관을 마음에 품고
저는 오늘부터 정의당에서 정치를 시작합니다.
반갑습니다. 경주에서 올라온 권영국 변호사입니다. 여러 가지 만감이 교차하기도 하고, 제가 그동안 매우 고심해 오늘 정의당에 입당한 심정을 길지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와 함께 차별에 맞서 싸우기 위해 오늘 저는 1여 년에 걸친 고민 끝에 저와 함께 투쟁한 노동자, 변호사와 함께 정의당에 입당합니다. 2014년 11월 13일 쌍용차 정리 해고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현실 정치에 참여를 선언한 지 5년 만의 일입니다. 저에게는 정당 가입이라는 정치적 진로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선택이었습니다.
저를 아는 지인들은 해고 노동자로, 거리의 변호사로, 노동 인권 변호사로 누구보다 열심히 불의한 권력과 불평등에 저항하며,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위해 투쟁해 온 당신이 왜 정의당이냐 묻습니다. 저의 아버지는 광부였습니다. 돌아가실 때에도 직업병인 진폐 합병증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선친께서는 거의 평생을 가난하게 사셨지만 자긍심만은 대단하셨던 분입니다. 강자에게 아부하거나 돈 앞에 자존심을 팔지 않으셨습니다. 선진께서는 선거철이 되면 노동 변호사로 활동하던 제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대한민국 노동자가 몇 명이냐 노동자가 합심하면 정치를 바꿀 수 있을 텐데 노동자들이 왜 그러지 못하느냐며 매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참으로 부끄러웠습니다.
다행히도 선친의 바람대로 노동자가 중심이 되어 민주노동당을 건설할 당시, 노동자 민중이 정치를 바꾸고 우리의 삶을 바꾸어 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노동자가 중심에 섰던 정당은 원내교섭단체로 성장하기도 전에 주도권을 둘러싼 분파적 내부 분열로 인해 갈라져버렸습니다. 진보정치가 표류하는 동안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여성과 남성, 청년과 정년 세대 사이에 격차가 확대되었습니다. 교육 불평등은 물론이거니와 자산과 소득의 불평등은 극단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계층이 대물림되고 사회적 지위가 상속되는 불의한 사회로 점점 굳어져가고 있습니다. 불평등의 골은 깊을 대로 깊어져 계층 간 사다리가 끊긴 사회로 전락해있습니다.
노동이 자신의 정치세력화에 실패해 있는 동안 자본은 비정규직을 양산하여 노동에 대한 통제 기제를 훨씬 심화시켰습니다. 자본은 한 사업장 내에 정규직과 비정규직이라는 차별 구조를 만들어 노동자 간 대립을 부추겼습니다. 자본은 노동시장으로부터 떨어져 나온 영세 자영업자와 알바 청년 노동자를 서로 싸우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대기업들의 사내유보금이 천조 원을 훨씬 넘어설 정도로 이윤은 위로 올라가 쌓일 대로 쌓여가고 있지만, 비정규 노동자의 현실은 갈수록 뒷걸음질 치고 있습니다.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차별로까지 이어져, 비정규직 노동자의 죽음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헌법을 유린한 국정 농단 사태에 저항하며 광장으로 나선 촛불 시민들은 불평등한 사회 대개혁을 요구하며 평등하고 정의로운 시대의 도래를 희망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광장의 불꽃이 타오른다 하여도 그 불꽃이 정치권력의 변화를 수반해내지 못하는 한 촛불은 언제든 배반당할 수 있음을 우리는 목격하고 있습니다. 노동자와 민중이 자신을 대변할 정치권력을 갖지 못하는 이상, 광장민주주의만으로 우리 삶을 변화시키지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확인하고 있습니다. 해고된 노동자와 그 가족의 고통, 차별받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한숨, 위험의 외주화로 죽어가는 하청 노동자의 죽음의 행렬, 끊임없이 반복되는 비인간적인 노동현실을 멈추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제 고민은 매우 절박하고 간절한 것이었습니다.
이 고민의 끝에는 늘 선친께서 말씀하신 노동자를 대변할 정치권력의 부재로 인한 갈증이 있었습니다. 민주노동당 분열 이후에 전개 과정을 고려할 때 현재의 조건에서 노동자 민중이 주도하는 새로운 대안 정당을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음을 솔직하게 저는 인정해야 했습니다. 그리고 현실정치를 선언한 제게는 의회의 공간에서 대중성을 가지고 노동자와 함께 싸워줄 진보정당에 대한 차선의 선택이 불가피했습니다.
제가 오늘 정의당에 입당하는 이유는 첫째, 정의당이 노동자 민중을 온전히 대변하고 있기 때문은 아닙니다. 일하는 사람의 정당이라는 강령에 부합하도록 노동 중심성을 강화하여 노동자 민중을 적극 대변하고 노동자의 자유와 권리를 옹호하기 위해서입니다. 둘째, 원내정치인으로 입성하여 우리사회 불평등과 불공정의 최대 피해자인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와 함께 차별과 위험의 외주화 문제에 맞서 싸우기 위함입니다. 셋째, 정의당이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하여 최근 조국 장관 임명 과정에서 정의당이 비판받고 있는 정의를 보다 올곧게 세워내기 위함입니다. 탄력근로제 확대와 파업 시 직장점거 전면 금지 등 문재인 정부의 노동법 개악 추진으로 또다시 위기를 맞고 있는 노동자들이 현장의 투쟁만큼이나 정치적 주체로 적극 나서주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저의 정의당 입당이 그 작은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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