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혼돈 양상을 보이고 있는 대만 총통선거와 함께 치러졌던 대만 최초의 두 건의 국민투표는 과반수 미달로 모두 부결됐다. 이로써 천수이벤 후보는 가까스로 총통 재선에 성공하긴 했지만 재선이후 극심한 혼란과 함께 추진해온 국민투표도 부결됨으로써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대만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는 중국은 대만의 독립성을 강화할 국민투표안이 부결된 데 대해 일단 만족감을 표시하면서도 천수이벤이 재선된 데 대해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어, 앞으로 중국과 대만간 갈등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2건의 방어성 국민투표 모두 과반수 미달로 부결**
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20일 총통선거와 함께 치러진 2 건의 방어성 국민투표 투표율이 모두 과반수를 넘지 못해 부결됐다고 발표했다.
국민투표 가운데 우선 ‘중국이 대만을 겨냥한 수백기의 미사일을 철거하지 않고 대만에 대한 무력 위협을 표기하지 않을 경우 대만이 미사일 방어무기를 구입, 방어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는가’라는 첫 번째 의제인 ‘국방강화안’에 대한 투표율은 45.16%에 머물러 부결됐다.
두 번째 의제인 ‘정부가 중국과 협상을 재개,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양안 관계를 설정해 나가는 것에 동의하는가’라는 ‘대등 담판안’에 대해서도 투표율이 45.11%에 불과해 부결됐다.
그동안 렌잔 주석의 야당측은 국민투표 자체를 부결시키기 위해 국민투표에 대한 참여를 거부할 것을 선거운동 기간 중에 강조해 왔는데 이번 부결은 이러한 선거운동의 결과로 보인다.
***천 총통 타격 불가피, 극심한 대만 분열상 드러나**
반면에 천 총통은 이번 국민투표에 대해 중국에 대한 승리라고 강조해오며 대만 민주주의의 진전이라고 주장해왔는데 결국 국민투표 자체가 성립되지 않음으로써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하게 됐다고 AP 통신 등 외신들은 분석했다.
특히 천 총통은 재선에 성공하긴 했지만 앞으로 야당의 재검표 요구와 총격 사건 조사가 받아들여질 경우 재선 신분 자체가 불안해 질 것으로 보여 이후 일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울러 천 총통으로서는 재선 승리 연설을 통해 대만 국민의 단합을 강조하고 나섰으나 이번 대선을 통해 확연히 드러난 대만 남-북 지역의 분열상과 중국에서 건너온 사람들과 대만에서 태어난 사람들간의 감정의 골을 메꿔야 하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중국, “국민투표 부결 환영, 추이 예의주시”**
한편 대만 대선이 천 총통의 재선 속에 극심한 혼란으로 마무리되자 대만 문제를 놓고 미묘한 대립갈등관계에 있던 중국과 미국은 상당히 예의주시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우선 중국은 대만 대선에서 천 총통이 재선에 성공한 데 대해서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면서도 국민투표가 부결된 데 대해서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과 공산당 중앙대만공작판공실은 20일 성명을 통해 “대만 정부가 실시했던 소위 방어성 국민투표가 국민들의 의지로 실패했다”며 환영했다.
성명에서는 또 “대만 당국은 양안관계를 악화시키고 분열시키려는 도발적인 시도로 국민투표를 강행했다”며 “하지만 국민투표는 무효로 선언됐으며 이는 대만 국민들의 의지에 반하는 불법적인 일임이 판명됐다”고 강조했다. 성명은 이어 “대만을 중국과 분리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실패할 운명”이라고 덧붙였다.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중국은 대만 지역 지도자 선거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만 선거에 대한 논평을 요구받고 “선거는 20일 끝났지만 대만 언론에 따르면 후보 가운데 한 명은 선거가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있고 선거무효를 주장하기 위해 소송을 결정했다”며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내심 렌-쏭 후보의 당선을 기대하며 국민투표가 치러지지 않길 바라고 있던 중국으로서는 선거결과와 대만의 혼란상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대만 여야 냉정 촉구, 신중한 반응**
반면 양안관계의 현상유지를 위해 하나의 중국을 강조하며 대만 천 총통에 대해서는 우려의 시각까지도 보내기도 했던 미국 정부 당국은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 국무부 애덤 어럴리 부대변인은 21일 성명을 통해 “미국은 민주적인 선거운동을 펼치고 많은 사람들이 민주적인 투표권을 행사한 데 대해 대만 국민에게 축하를 보낸다”고 말했다.
어럴리 부대변인은 하지만 부정선거 시비에 휩싸인 총통선거 결과에 대해서는 “우리는 야당측이 선거결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어 “대만의 여야 양측과 그들의 지지자들이 냉정해지고 선거결과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돼 있는 합법적 장치들을 이용할 것임을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대만 문제, 최악의 경우 중-미 양국간 국제갈등 유발 가능성도”**
중국과 미국은 양국관계에 있어서도 민감한 문제인 대만 문제에 대해 예의주시하며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CNN 방송은 이와 관련해 지난 17일(현지시간) 외교관들과 안보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대만 대선 결과에 따라서는 최악의 상황으로는 중국과 미국간 분쟁 등 주요한 국제 갈등까지 야기할 수도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중국 전문가인 케네스 리버탈 전 미국국가안보위원회 위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대만은 현시점에서 동아시아에서 가장 위험한 상황"이라며 "상황이 악화될 경우 동아시아에서 현실적으로 앞으로 몇 년 안에 군사적 분쟁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지역"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지난 9대, 10대 대만 대선을 앞두고 중국은 대만내 친 독립 분위기에 대해 경고성으로 미사일을 대만 부근에 발사하기도 했으며 이에 대해 클린턴 행정부는 항공기를 전진배치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중국은 '역풍'을 우려해 미사일을 발사하지는 않았지만 홍콩언론들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대만과 마주보고 있는 중국 광둥성 션전 지역에 인민군을 증강 배치했다. 이에 대해 정치분석가인 앤드류 양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이 지난 1996년 미사일 위기때보다도 더 위험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번에 만일 중국이 무력을 사용하기로 결정한다면 이는 단순히 연습이나 협박 수준이 아니라 정말로 대만에 타격을 가해 대만이 중국과의 협상 테이블로 나오게 하는 결정이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 경우 대만을 보호한다는 공약에 따라 이 양안 갈등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다.카네기재단의 마이클 스와인도 "만이 천 총통이 재선하고 그가 계속해서 대만 주권과 독립을 공고히하려는 정책을 펼친다면 중국과의 대립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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