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연세가 많아 잘 걷지도 못하시고 혼자 지내세요. 그런데 도로공사는 안산이 집인 저를 대관령 영업소로 발령냈어요. 도로공사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어요. 발령 내기 전 인사 담당자와 상담을 할 때 이런 사정을 다 이야기했거든요. 그랬는데 무조건 대관령으로 가서 일하래요. 어머니에게 무슨 일이 닥칠 때 어떻게 할지가 제일 걱정이에요."
한국도로공사가 1, 2심 계류 요금수납원에게 '괴롭히기 소송'을 끌고 가고 있는데 더해, 이번에는 대법원 승소 복귀자들에게 '괴롭히기 발령'을 내고 있다. 복귀자가 사는 곳과 다른 광역시도에 위치한 영업소에 원거리 발령을 내고 있는 것이다.
민주일반연맹과 인천일반노조는 24일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도로공사가 지난 21일 대법 승소자 380명에 대한 발령 조치를 냈는데 전체 인원의 53%인 200명이 원거리 발령이 났고, 민주노총 소속 대법 승소자는 51명 중 43명인 84%가 원거리 발령이 났다"며 "이 중 10명은 24일부터 발령지에서 일하게 되는데 숙소조차 마련하지 않은 채 컨테이너나 지사 대기실에서 생활하라고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런 상황에서 약속된 날짜에 임금도 지급되지 않고 있고, 호봉을 책정하며 경력도 절반으로 깎았다"며 "도로공사는 이미 공공기관이기를 포기했고, 자정능력을 상실했으니, 청와대가 나서서 옳고 그름을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노조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도로공사는 대법원 승소자 교육시에 합숙소 마련, 주택 마련 자금 지원, 가족동반 임차 사택 등 원거리 발령자에 대한 숙소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실제 발령이 난 뒤 복귀자들이 숙소를 문의하니 천안, 담양, 영천, 대구, 논산, 진안, 강릉, 상주 등 지사에서 "방도 없고, 돈도 없으니 사비로 지낼 곳을 구하거나 지사 휴게실, 컨테이너 등에서 생활하라"는 답변이 돌아오고 있다.
이에 더해 민주노총 소속 복귀자에게 유독 높은 비율로 원거리 발령을 내고 있다는 것이 노조의 설명이다. 민주노총 소속 복귀자 원거리 발령 비율은 84%로 한국노총 혹은 무노조 복귀자 원거리 발령 비율인 48%를 훌쩍 뛰어넘는다. 주훈 민주일반연맹 기획실장은 “서영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도로공사가 어떤 기준과 원칙으로 발령을 냈는지 근거자료를 요구하고 있지만, 도로공사는 어떤 자료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박순향 민주연합노조 톨게이트지부 부지부장은 "내가 살던 곳에서 200km, 300km씩 떨어진 곳에 가서 일하라는 건 가정을 파탄내 요금수납원들을 한 번 더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그런 무자비한 행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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