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우호적인 관계를 강조하며 양측의 비핵화 협상과 관련한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북한 내 대미 협상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24일 담화에서 "나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조미(북미) 수뇌들이(정상들이) 서로 존중하며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또 다시 언급하였다는 보도를 주의 깊게 읽어보았다"며 "내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와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가 굳건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심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김 고문은 "며칠 전 내가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를 만나 뵙고 조미 관계 문제를 비롯하여 대외사업에서 제기되는 현안들을 보고드렸을 때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께서는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데 대하여 말씀하시였다"며 "나는 이러한 친분관계에 기초하여 조미 사이에 가로 놓인 모든 장애물들을 극복하고 두 나라 관계를 보다 좋은 방향으로 전진시킬 수 있는 동력이 마련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북미 양 정상의 관계는 좋지만 실무진에서 문제가 있다며, 현재 양측 간 협상이 소강국면에 진입한 이유는 미국의 정가와 행정부 내 실무진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김 고문은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식견과 의사와는 거리가 멀게 워싱톤(워싱턴) 정가와 미 행정부의 대조선 정책 작성자들이 아직도 냉전식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사로잡혀 우리를 덮어놓고 적대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의지가 있으면 길은 열리기 마련"이라며 "우리는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가를 보고 싶다"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실무진에 끌려가지 않고 현 국면을 돌파해주길 바란다는 뜻을 표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 시각) 북한과 관련한 협상을 언급하는 과정에서 매우 흥미로운 정보가 있다면서 김 위원장과 잘 지내고 있으며 서로를 존중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이전과 크게 다르지 않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을 두고 김 고문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담화까지 발표한 것은, 북한이 실무진 간의 협상만으로는 북미 간 비핵화와 관련한 합의를 이루기 힘들겠다는 판단을 하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지난 4~5일(현지 시각) 스웨덴 스톡홀름 인근에서 열렸던 북미 실무협상에서 북한은 이 협상을 정상회담으로 가기 위한 디딤돌로 간주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은 정상회담 개최보다는 실무협상을 이어가는 것에 무게를 두면서 협상 종료 이후 협상과 관련해 북한과 정반대의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은 직전과 같은 방식으로 실무협상을 이어간다면 협상의 내용적인 측면에서도, 또 시간적인 차원에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판단, 정상 간 큰 틀에서의 해법 도출을 원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과 협상 시한을 올해 안으로 못 박았다는 점, 또 내년에는 그가 북한 인민들에게 약속했던 '사회주의 경제발전 5개년 계획'의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점 등이 북한의 이같은 행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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