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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으로 바라본 서방의 국제관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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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으로 바라본 서방의 국제관계학

[신간] 강대국 국제관계이론의 비판적 성찰

현재 서방의 국제관계학은 힘을 가진 자의 시각을 벗어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각은 강대국이 아닌 우리나라의 시각에서 보면 '반쪽 진실'에 불과하다.

한국국제정치학회의 국제정치이론사상 분과위원(2002년)들이 최소한 한국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국제관계이론들을 고찰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 결과물이 <현대 국제관계이론과 한국>(우철구.박건영 편,사회평론 간)이다.

16명의 국제정치학 전문가들이 참여했으나 단순한 논문의 집합이 아니라 2년여에 걸친 여러 차례의 워크샵과 토론, 상호간 논평 등을 거쳐 일관성,통일성, 지향의식의 공유 등의 미덕을 가진 사회과학 서적으로 탄생했다.

이라크 파병을 위한 현지조사단의 유일한 민간인으로 국방관계자 일색의 조사단과 정반대의 주장을 펴 세간의 비상한 주목을 받았던 박건영 가톨릭대 국제학부 교수가 마치 한 사람이 쓴 것처럼 차분하게 전체를 정돈한 점도 이 책의 접근성을 높여주고 있다.

역사적으로 부침을 거듭해온 국제관계 이론들을 우리의 시각에서 차분히 바라본 몇가지 대목들을 발췌해 소개한다.

***E.H 카의 이상주의 비판과 현실주의**

E.H 카는 국제정치 '현실'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권력' 또는 '권력투쟁'이라는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카는 1차 세계대전 이전 시기에 지배적인 국제적 관념이었던 윤리 법 등을 권력으로 대체할 것을 주장하면서 자신이 명명한 '현실주의'라는 대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카는 현실주의가 이상주의를 극복하거나 대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양자는 적절히 공존하면서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의 권력정치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해석은 2차 대전 이후 지금까지 국제관계 연구의 지배적 위상을 확보하고 있는 미국식 '정치적 현실주의'의 지적 기원을 부분적으로 구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론사적 의미뿐 아니라 정책적 함의도 크다 할 것이다.

***한스 모겐소의 정치적 현실주의**

모겐소는 권력정치의 현실적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에 비타협론자로 보일 수 있으나 명백히 외교론자였다. 그는 정치력을 최대화하는 길은 일방적 힘의 강화가 아니라 자국 목표의 자제에 있다고 주장했고, 타협을 가능케 하는 역지사지의 원리를 강조했으며, 권력투쟁이 이익추구라는 사실을 망각한 채 절대진리를 위한 선악의 투쟁이라고 생각하는 십자군적 정신의 위험성을 엄중히 경계했던 것이다.

***영국학파(국제사회학파)**

영국학파는 국제관계 분석에 인과적 설명을 지향하는 실증주의와 행태주의보다는 역사 속의 인간행위를 감정이입적 이해의 방법에 기초한 해석학적 접근법이 좀 더 적절하다고 봤다. 이들은 전통적인 철학적, 역사적 방법론이 비과학적이라고 여기는 실증주의를 거부하며, 인간 역사의 특수성과 인간 행위의 독특성에 기반하여 인간의 가치,동기에 대한 이해를 중시하고, 이를 이해하기 위해 역사적, 해석학적 방법의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나아가 영국학파는 근대유럽체계 이후 '국제체제=무정부 상태'라는 불변론적 등식에 근본적 문제를 제기함으로써, 그리고 관념과 규범이 국제정치에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하며, 이것들과 이익이 서로 '구성'하는 관계에 있음을 지적함으로써, 냉전종식 후 유력한 국제관계이론으로 부상하고 있는 구성주의적 접근에 그 지적 기원을 부분적으로 제공했다.

***외교정책 결정과정론**

국가를 외교정책결정자로 상정하는 현실주의에 도전한 외교정책결정과정이론의 선구적 저작은 1954년 리처드 스나이더와 그의 동료들에 의해 이루어졌다. 이들의 연구는 실제가 아닌 의사결정자의 인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물화되고 추상화된 국가에서 '살과 피'를 가진 의사결정자 개인으로 분석 수준을 변경함으로써, 추후 외교정책결정과정이론 발정의 기초를 다졌다.

의사결정자의 인지적 조화를 추구하는 경향은 그가 기존에 갖고 있는 이미지에 부합하는 정보만을 수용하도록 하여 개방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방해함으로써 비합리적 결정을 초래한다. 이솝의 '여우와 신포도' 우화는 인지일관이론을 지지하는 비유로서 자주 사용된다.

***임마누엘 월러스타인의 세계체제론**

임마누엘 월러스타인은 구조의 힘을 강조함으로써 개별 국가를 분석단위로 했던 기존이론의 환원주의적 한계에서 벗어났고, 장기적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기존 이론이 결한 역사성,사회성,비판성 등에 입각하여 문제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었다. 나아가 현재의 국제관계가 세계화의 동학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세계화에 대한 학문적 정책적 논쟁이 세계체제론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이뤄진다는 점은 사회주의 붕괴 후에도 경제중심주의의 월러스타인이 지속적 관심의 대상이 되는 이유 중의 하나일 것이다.

***탈실증주의 부상**

독일 프랑크푸르트 학파의 사회이론을 국제관계에 접목한 '비판적' 국제관계이론은 실증주의가 의존하고 있는 주객분리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으며, 오히려 '지식은 항상 누구를 위한' 그리고 '어떤 목적을 위한' 것으로 보았다.

언어.관념.이론 등은 '자기실현적 예측'들이며, 따라서 지식은 가치중립적일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제관계의 비판이론가 특히 그 핵심이 디는 로버트 콕스는 전통적 이론을 '문제해결이론'이라고 명명하면서 이는 기존의 지배적 사회.권력관계.그리고 그것이 조직화되어 있는 제도들에 기초한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분석과 행동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전통적 이론은 생래적으로 보수적이고 현상유지적 성향을 가진다고 비판했다.

***문명충돌론**

문명충돌론의 핵심은 냉전종식 후 새로운 세계에서 갈등의 근본 원인은 더 이상 이데올로기나 경제적인 것이 아니고 문화적인 것이 될 것이며, 국민국가가 세계정치에서 가장 강력한 행위자로 남을 것이지만 세계 정치의 주요 갈등은 서로 다른 문명에 속한 국가간 집단간에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세력균형론**

주류 신현실주의자들은 미국 중심의 단극질서는 세력균형의 법칙으로 인해 오래 지속하지 못하고 '일순간'에 그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그러한 주장은 일반인들의 상식에 반한다. 그들에게 미국의 힘은 세력균형이 작동하기에 너무 강대하다는 주장이 오히려 설득력을 가진다. 일반인으로서 세력균형이론이 결정적인 검증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단극체계는 균형이 불가능한 체계다. 균형이 가능하면 단극체계가 아니다". 다시 말해 세력균형론자들이 단명한 단극질서의 예로 들고 있는 역사적 사례는 진정한 단극질서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진정한 단극체계에서 패권국의 힘은 너무나 압도적이어서 내적 혹은 외적 균형화를 위한 노력은 현실성이 없다. 게다가 일본이나 독일과 같은 잠재적 도전국들은 냉전기간 중 미국이 구축한 체계 속에서 혜택을 누리고 있기 때문에 균형화에 의지한다고 볼 수 없다는 반론이다.

***세력전이 이론**

만일 가까운 장래에 중국의 국력이 일본을 능가하고 미국까지 따라잡게 된다면 이들 두 세력간의 전쟁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발발 가능성에 대해서도 분석해보자. 만일 남.북한 간의 국력의 격차가 남한 우세 상태로 계속 유지되거나 한.미 동맹관계가 지속되어 북한이 동원할 수 있는 국력이 한국이 동원할 수 있는 국력에 비해 현저하게 약할 경우 한반도에서의 전쟁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하겠다.

중국이 21세기에 진정한 민주국가로 변신한다면 중국과 미국.일본과의 세력전이 전쟁의 가능성은 훨씬 낮아질 것이다. 미국은 '중국 때리기'보다는 가능한 한 중국이 빨리 시장경제체제를 구축하고 민주화하도록 유도하고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북한에 대해서도 미국은 일방주읮거 패권정책보다는 대북 포용정책을 한.미.일 공조체제하에 추진하여 북한을 개방의 길로 유도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게임과 억지이론**

게임이론은 무엇보다 참가자의 합리성을 가정한다. 이 때문에 현실 속에서 가장 흔한 것은 비영합-비협조 게임상황이며 가장 널리 논의되는 게임모델인 '공범자의 딜레마'게임이다.

갑과 을의 공범자가 자백과 부인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가진 2*2 게임이다. 참가자에게 주어진 두 가지 전략 중 상대가 무엇을 택하더라도 좀 더 나은 몫을 가져다주는 전략을 지배전략이라고 한다.

다른 측면으로는 평형에 도달하는 전략으로서 이 개념을 최초로 개발한 내시의 이름을 빌어 내쉬의 평형이라고 한다.

2*2 게임 중 공범자 게임 다음으로 주목을 받은 것이 바로 '겁쟁이 게임'이다. 이것을 원용한 것이 억지이론으로 냉전 시대에 미소간의 대결에 적용되었다.

억지이론은 스스로를 선한 것으로 간주하고 외부에서 악을 찾음으로써 그러한 믿음에 안정성을 부여하는 심리적 기제로 인해 다른 사람을 도덕적으로 중립적이며 도구적으로 합리적으로 갖누하기를 요구하는 억지이론, 나아가 합리적 선택이론에 제약으로 작용한다.

그러나 합리적 선택이론에서 특히 뛰어난 이론의 논리성은 복잡하고 실타래같이 얽힌 현실 속에서 방향을 찾는데 무한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패권안정론**

패권안정론은 1970년대의 국제경제현실 속에서 미국적 문제의식에 의해 대두되고 미국적 사회과학 방법론에 의해 전개된 이론이다. 패권의 가장 중대한 속성은 국제정치경제질서의 구조를 선택, 형성할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러나 '패권국은 개방을 추구한다'는 명제와 '왜 특정한 성격의 개방을 추구하는지'의 문제에 대해서는 국가 하위 수준에서 국내정치를 분석함으로써 찾아진다는 과제가 남아있다.

***한국에서의 현실주의 국제정치경제이론 동향과 연구방향**

국제정치경제이론은 현실주의 이론이 지배하고 있던 국제정치이론의 한 분과로 혹은 새로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한 새로운 범주로 제기되었다. 여기에는 일정 정도 '세계화의 진전'이라는 세계경제적 변화와 '탈냉전'이라는 국제정치적 변화가 기저에 깔려 있으며, 또한 패권 미국의 쇠퇴와 세계경제의 불안정성 증대라는 맥락적 민감성이 연결되어 있다.

일반이론을 만들어 나가는 데 특정한 국가나 지역의 문제의식이 투영될 필요는 없을지 모른다. 그것은 특수이론이 아니라 일반이론을 지향하는 것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다만 필요한 것은 서구 혹은 미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시된 특수이론을 우리가 무비판적으로 일반이론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한 문제의식이다. 즉 일반 이론 속에 숨겨진 특정 국가이익과 국가성을 우리가 얼마나 비판적 검토를 통해 선별해 낼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일반이론의 일반적 성격과 특수한 측면을 구별해 내고, 패권국의 시각에서가 아닌 우리의 시각에서 연구주제를 정립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과 우리가 필연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부분을 구별해 내는 작업이 냉엄한 국제현실의 장에서 생존해야 하는 한국에 제기하는 이론적 문제라고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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