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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서정으로 가득! 제주올레의 아름다운 오름들

2019년 11월 제주올레의 오름1-서모오름(서우봉), 말미오름(두산봉), 광치기해변과 오조포구 그리고 바운오름(식산봉), 원당오름, 헬로 남생이(카페), 베리오름(별도봉), 사라오름

*오름학교는 2020년부터 짝수달 두 번째 금,토요일에 열기로 하였습니다.

*다음 강의는 2020년 2월 14(금)~15(토)일에 열립니다. 곧 기사 올리겠습니다^^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얘기합니다.

유난히 많은 태풍이 찾아왔던 여름이었습니다. 흐리고 비 내리는 날이 많더니 높고 푸른 하늘과 함께 가을이 찾아왔네요. 짧다고 투정부릴 시간도 아까운 이 가을의 끝자락에 오름학교는 제주 동북쪽의 제주올레가 지나는 오름을 찾아갑니다. 푸름이 더 짙어진 제주바다와 새파란 가을하늘 아래, 늦가을 서정으로 가득한 그 오름들 말입니다!

▲서모오름에서 본 함덕바다. 에메랄드 빛깔 바다가 환상적이다.Ⓒ이승태

오름학교(교장 이승태. 여행작가·제주오름 전문가)의 11월, 제13강은 <제주올레의 아름다운 오름들1-서모오름(서우봉), 말미오름(두산봉), 광치기해변과 오조포구 그리고 바운오름(식산봉), 원당오름, 헬로 남생이(카페), 베리오름(별도봉), 사라오름>을 찾아갑니다.

2017년 11월 개교한 오름학교는 제1강 <애월의 오름>, 제2강 <안덕의 오름>, 제3강 <표선의 오름1>, 제4강 <제주서부 중산간오름>, 제5강 <곶자왈 특집>, 제6강 <초지능선오름>특집, 제7강 <오름, 가을풍광 속으로>, 제8강 <제주 서부오름 소병악과 대병악, 비양도의 비양봉과 제주의 특별한 건축물 기행>, 제9강 <봄빛 가득, 제주 서남부 오름들>, 제10강 <제주스런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오름들>, 제11강 <그 깊고도 짙은 푸름 속으로! 한여름의 서부 제주 보석 같은 오름들>, 제12강 <제주의 바람, 초원을 흔드는 바람-제주의 가을바람과 가을하늘이 잘 어울리는 오름>에 이어 제13강은 <늦가을 서정으로 가득! 제주올레의 아름다운 오름들>로 향합니다.

제주 출신 화가 강요배 선생은 “오름에 올라가본 일이 없는 사람은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을 말할 수 없고, 오름을 모르는 사람은 제주인의 삶을 알지 못한다”면서 제주 오름의 소중함을 얘기했습니다. 이는 제주도가 오름과 오름이 세포처럼 유기적으로 이어진 곳이어서 제주를 알려면 반드시 오름을 알고 올라보아야 한다는 말일 겁니다. 들판 한가운데, 바닷가에, 작은 마을 뒤편에 순하디 순한 모양으로 솟아 제주의 자연풍광을 이룬 오름. 사람들이 뻔질나게 드나드는 유명 관광지에서는 만날 수 없는, 날것 그대로의 제주의 모습이 그곳에 있습니다.

아름다운 제주도 오름을 순례하는 <오름학교>는 격월로, 제주 자연풍광의 결정체이며 마을 형성의 모태인 오름들을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그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의미를 짚고 감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오름’은 ‘산’의 제주도 방언으로, 한라산 산록으로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있는 작은 화산체들을 이릅니다.

▲서모오름 들머리. 중간쯤의 정자에서 조망하는 함덕바다가 장관이다.Ⓒ이승태

2019년 11월, <늦가을 서정으로 가득! 제주올레의 아름다운 오름들>을 준비하는 교장선생님의 얘기를 들어봅니다.

제13강 1일차 / 11월 22일(금)
<서모오름(서우봉), 말미오름(두산봉), 광치기해변·오조포구·바운오름(식산봉)>

에메랄드 빛깔 바다가 환상적인 서우봉
-북쪽 기슭은 일제 진지동굴이 수두룩

제주시 조천읍 함덕리의 함덕해수욕장은 에메랄드 빛깔 바다색으로 유명합니다. 여름이면 피서객과 서핑, 바다카약을 즐기는 이로 발 디딜 곳이 없고, 다른 계절도 예쁜 바다풍광을 즐기러 찾는 이의 발길이 끊이지 않죠. 이곳 함덕해수욕장 동쪽에 언덕 같이 생긴 오름이 있습니다. 해수욕장을 물끄러미 내려다보며 솟은 이 오름은 서우봉으로 알려진 서모오름입니다.

오름은 전체적으로 소나무가 무성합니다. 동쪽과 서쪽사면은 밭뙈기가 가득 들어섰고, 함덕해수욕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서북쪽 산등성이엔 봄이면 유채가 만발해 장관을 이룹니다. 북쪽은 맑은 제주바다에 발치를 담그죠. 서우봉 정상부는 남쪽과 북쪽의 두 개 봉우리로 이뤄졌습니다. 북쪽이 옛날 봉수대가 있던 ‘망오름’이고, 남쪽이 111.3m인 정상 ‘서모봉’입니다.

‘서모’란 이름은 정확한 유래를 알 수 없습니다. <대동지지>를 비롯한 옛 문헌엔 ‘西山(서산)’이라 나오고, ‘犀山(서산)’이나 ‘犀牛岳(서우악)’은 좀 더 후대에, ‘犀牛峰(서우봉)’은 최근에 나타난 이름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犀’는 물소나 코뿔소를 말하는데, 두 동물 모두 우리나라엔 없던 동물이라서 이 한자도 의문을 낳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모’란 ‘뫼’의 옛말이고, 뫼는 메의 옛말이니 모두 산이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서모란 서쪽의 산을 일컫는 말로 보면, 西山(서산)이 가장 정확한 이름이 아닐까도 싶습니다.

탐방은 함덕해수욕장 동쪽 끝에서 시작합니다. 나무기둥에 줄을 맨 예쁜 길이 오름으로 이어집니다. 중간쯤에 육각지붕을 한 정자가 함덕바다를 정원 삼고 서 있습니다. 예서 보는 함덕바다는 어찌나 아름다운지 모릅니다. 바다 속까지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으로, 모래가 깔린 곳과 바위지대의 색이 달라 그 빛깔의 조화가 신비로움으로 가득합니다.

▲망오름에서 본 북촌리. 그 뒤로 김녕으로 이어진 해안선이 역동적이다.Ⓒ이승태

이토록 평화롭고 아름다운 함덕바다지만 700년쯤 전엔 피로 물든 적이 있습니다. 고려 원종 때 좌별초와 우별초, 신의군으로 구성된 특수군인 삼별초가 조직되었는데, 이들은 대몽항전의 선봉에 섰던 정예부대였습니다. 그러나 1270년 원종의 개경환도와 해산령 그리고 고려 지배층의 부몽화(附蒙化)에 불만을 품고 대몽항전을 선언하고 3년에 걸쳐 고려와 원나라 연합군과 싸웠습니다. 삼별초와 관군이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이 바다에서 펼쳐졌던 것이죠.

정자를 지나 조금 더 오르면 서우봉의 두 봉우리 사이의 안부에 닿습니다. 제주올레 19코스 ‘조천-김녕올레’가 지나는 이 길에서 망오름이나 서모봉 아무 곳으로 가도 좋습니다. 모두 가깝고 길도 평탄합니다. 봉화대가 있던 자리답게 너른 초지대와 탁 트인 조망을 가진 망오름은 인기가 좋습니다. 동쪽으로 바닷가에 알록달록한 지붕을 한 북촌리가 정겹고, 김녕으로 뻗어간 제주바다의 해안선이 역동적입니다. 입산봉이나 궤살메 같은 낮은 오름과 둔지봉 같은 또렷한 존재감을 뽐내는 오름도 보입니다.

망오름에서 서모봉으로 이어진 길에 무덤 몇 기를 지나는데, 한 무덤에 ‘숙부인 고씨(淑夫人 高氏)’의 무덤이 보입니다. 검색해봤더니 ‘숙부인’은 조선시대 정3품 당상관인 문관과 무관의 적처에게 내린 작호라는군요. 그러니까 꽤나 높은 벼슬을 한 이의 부인이란 말이죠. 요즘이야 장관 아내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지만 신분사회인 조선시대엔 어마어마한 권력자였습니다.

또 길 옆에서 작은 동굴웅덩이를 만나는데, 이곳은 이른 봄날에 도롱뇽이 알을 낳아 기르는 곳입니다. 몇 해 전에 찾았을 때 이곳에서 수십 마리의 도롱뇽이 함께 알을 지키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서울 부암동의 백사실계곡이 도롱뇽이 산다고 출입이 통제되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는데, 이곳은 도롱뇽이 흔한지 그냥 잠잠합니다.

눈길을 끄는 무덤은 또 있습니다. 문씨 집안의 형제부부 무덤이죠. 우리가 모르는 제주의 장례풍습일까요? 형제부부가 함께 묻힌 곳은 처음 보는 터라 신기했습니다. 형제뿐만 아니라 그들의 아내끼리도 여간 사이가 좋았던 게 아녔나 봅니다.

북쪽 바다에 접한 기슭엔 일제가 파 놓은 진지동굴이 여럿 있습니다. 이 동굴들을 찾아가는 길은 꽤나 험한 편입니다. 파도가 심할 경우는 삼가는 게 좋고, 혼자는 가지 않는 것을 추천합니다. 꼭 길을 아는 사람과 여럿이 가야 합니다. 함덕해수욕장에서 정자로 오르지 않고 그 아래쪽에 서우봉을 두르듯이 바다 쪽으로 뻗어간 길을 따라가면 중간쯤에서 길이 끊어지는데, 여기서 바다 쪽으로 내려서야 합니다. 꽤나 가파르고, 탐방로가 제대로 조성되어 있지 않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진지동굴을 찾아갈 때는 서우봉 동쪽 조천읍 북촌리에서 가는 편이 좋습니다. 이쪽도 길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조금 더 수월합니다. 진지동굴은 예닐곱 개쯤 됐던 것 같은데, 북촌리 해안을 따라 스무 개쯤 있다고 하니, 전쟁광 일제의 만행을 확인할 뿐입니다.

▲전망대서 본 시흥리와 성산일출봉. 일출봉과 겹쳐진 봉우리가 바우오름이다.Ⓒ이승태

이중 화산체 이룬 거대한 말미오름
-산허리의 띠 군락이 장관

‘멀미오름’ 또는 ‘말미오름’이라고도 불리는 곳으로,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에 있습니다. 제주올레 1코스가 이 오름을 지납니다. 종달리나 상도리에서 보면 두산봉이 도드라져 그냥 완만한 산처럼 보이나 시흥리에서 보면 두산봉을 두른 외륜산의 절벽이 눈길을 끕니다. 난공불락의 성채 같습니다.

‘말미’, ‘멀미’란 머리라는 뜻으로, 한자로는 이 오름을 ‘頭山(두산)’ 또는 ‘頭山峰(두산봉)’으로 적습니다. 오름의 형태가 독특합니다. 거대한 외륜산 안에 또 분화한 화산봉우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외륜산의 동쪽과 동북쪽에 이르는 사면은 온통 바위벼랑을 이룹니다. 수백m에 이르는 이 벼랑은 높이가 수m에서 10m가 넘는 곳도 꽤 됩니다. 반대쪽, 그러니까 서쪽은 한라산을 바라보며 순한 사면을 이뤘습니다. 완만한 지형을 따라 밭과 초지대로 가득합니다. 서쪽으로 차가 다닐 수 있는 농로가 분화구 안쪽까지 이어집니다.

동쪽의 거대한 성채를 이룬 외륜산 화구벽에 오르면 안쪽에 볼록 솟은 새끼오름이 보입니다. 전에 올랐던 대정읍 송악산과 한경면 당산봉이 이랬죠. 남쪽에서 출발해 전체 3km쯤인 외륜산 화구벽 중 600m쯤을 돈 후 안쪽의 새끼오름에 올랐다가 북쪽으로 내려서는 동선이 좋습니다. 들머리와 날머리가 다르고 올레길도 걸어야 하죠. 밭뙈기와 벵듸 한가운데 있는 오름이라서 그렇습니다. 짧게는 4.5km, 아니면 6km를 걷게 되는 길입니다.

그런데도 꼭 올라야 하는 곳입니다. 외륜산 화구벽이나 새끼오름 정상에서의 조망이 감동 그 자체입니다. 제주 동쪽의 풍광 대부분이 보입니다. 알록달록 예쁜 지붕을 한 산 아래의 시흥리와 겹쳐진 식산봉, 성산일출봉이 손바닥처럼 훤하고, 지미봉과 바다 건너 우도도 선명합니다. 송당리의 수많은 오름은 멋진 하늘금을 그려놓고 있습니다. 또 새끼오름 서쪽사면을 온통 뒤덮으며 자란 띠 군락은 이곳이 아니면 제주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장관입니다. 옛날 초가지붕의 재료여서 제주에 흔했다는데, 지붕이 개량되며 쓸모가 줄어들자 대부분 사라졌습니다. 띠 군락이 바람결을 따라 춤추는 모습은 제주오름의 절경 중 하나죠.

▲북쪽에서 새끼오름으로 오르는 길. 늦가을이 가득하다.Ⓒ이승태

오후의 산책, 바우오름
-<공항 가는 길> 촬영지인 오조포구

세계자연유산인 성산일출봉과 오조리 사이엔 내해(內海)를 이룬 바다가 있습니다. 물이 빠지면 반쯤 뭍이 되었다가 다시 커다란 호수 같은 바다가 되는 곳으로, 일출봉에 올라 내려다보면 무척 이국적이며 아름답죠. 이 내해 한 곳에 삼각뿔처럼 우뚝 솟은 오름이 ‘식산봉’으로 불리는 바우오름입니다.

지금은 사방 어디라도 숲으로 울창하지만 옛날엔 오름 전체가 바위투성이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바우오름’ 또는 줄여서 ‘바오름’이라 불렀다는데, 현재론 상상이 잘 안 가는 모습입니다. ‘식산(食山)’이란 이름의 유래는 이렇습니다. 왜구의 침략과 노략질이 끊이지 않던 옛날, 마을을 지키는 조방장(助防將)의 지략으로 오름 전체를 이엉으로 덮어 군량미가 산더미처럼 쌓인 것으로 보이게 해 멀리서 본 왜구가 지레 겁을 먹고 달아나게 했다는 것이죠.

오름의 절반 이상은 바다에 닿았고, 북서쪽 일부가 오조리로 이어집니다. 광치기해변에서 오조포구를 거쳐 오조리로 빠지는 제주올레 2코스의 우회로가 바우오름을 지납니다. 이 올레길과 함께 둘러보는 바우오름은 여간 멋스러운 게 아닙니다. 내해 건너 최고의 존재감을 뽐내는 성산일출봉이 그렇고, 내해를 품은 오조리의 아기자기한 해안풍광을 속속들이 밟아보는 즐거움도 그렇습니다.

오조포구 앞에는 창문이 다 떨어져나간 낡은 건물 한 채가 있습니다. 옛 선착장의 선구 보관창고였죠. 이곳에서 드라마 <공항 가는 길>이 촬영되었습니다. 이태 전에 찾았을 때는 ‘오조리 감상소’로 사용하고 있던데, 올해 초에 가보니 또 다른 공간으로 활용하려는지 어수선하더군요.

바우오름은 높이가 40m로 낮습니다. 나선형으로 난 길을 따라 오르는 것도 금방이죠. 굵은 해송이 주를 이룬 숲엔 동백과 까마귀쪽나무, 참식나무, 생달나무, 후박나무 등 상록활엽수가 섞여 빼곡합니다. 조금 오르면 성산일출봉과 내해가 보이는 조망대가 나오고, 조금 더 오르면 정상입니다. 정상에도 높은 전망대가 설치되어 있어서 주변 풍광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바우오름 주변엔 황근이 스무 그루쯤 자랍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황근 자생지라고 하며, 길 옆에서 볼 수 있습니다.

▲원당오름 화구호와 원강사. 분화로 인해 생긴 화구호수지만 지금은 원강사의 정원 연못이 되었다.Ⓒ이승태

제13강 2일차 / 11월 23일(토)
<원당오름, 헬로남생이(카페), 베리오름(별도봉), 사라오름>

화구호 품은 원당오름
-분화구 안의 절, 천태종 원강사

제주시 조천읍 신촌리에 있는 원당봉은 원나라 때 이 산허리에 원당이 세워져 이름 붙었습니다. 달리 ‘망오름’이라고도 부르며, 이는 북쪽 봉우리에 봉수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작고 아담한 오름이지만 오름 분화구 안에 화구호를 가진 오름 중 한 곳입니다. 작은 분화구 안은 원강사라는 천태종 사찰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 화구호수도 원강사의 연못이 되었고요. 지금은 연(蓮)이 가득 덮였습니다. 덕분에 교통이 좋아 분화구 안, 원강사 마당까지 차로 오를 수 있습니다. 제주올레 18코스가 원당봉 입구를 지나 불탑사로 향합니다.

울창한 숲에 뒤덮인 원당오름은 말굽형을 이루고 있어서 가장 낮은 원강사 들머리에서 좌우로 능선을 따라 오르내릴 수 있습니다. 왼쪽이 다소 가파르고, 오른쪽을 따르면 비교적 완만하게 정상(170.7m)까지 이어지죠. 오름을 한 바퀴 도는 데는 30분이면 넉넉합니다. 굵고 커다랗게 자란 나무 아래로 정자와 쉼터가 조성되어 있고, 길도 비교적 넓고 쾌적합니다.

지금은 확인하기가 쉽지 않지만 원당봉은 일곱 개의 봉우리로 이뤄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원당칠봉’또는 ‘삼첩칠봉’이라 불리기도 했습니다. 각각의 봉우리는 앞오름, 망오름, 펜안오름, 도산오름, 동나부기, 서나부기, 원당봉으로 모두 다른 이름을 가졌으니 일곱 개의 오름이 모인 셈입니다.

▲원당오름 오름길Ⓒ이승태

원당오름과 원강사에 얽힌 재밌는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후사가 없던 원의 황실에 공녀(貢女)로 끌려간 기씨(奇氏)가 황제의 총애를 입어 제2황후가 됩니다. 기황후는 황자를 낳는 일에 온 정성을 다했죠. 북두성의 명맥이 비치는 동쪽 바닷가 삼첩칠봉을 찾아 기도하면 소원을 이룬다는 한 도사의 말을 듣고 원의 지배하에 있는 각처로 풍수사를 보내 찾게 한 끝에 발견한 곳이 이 오름이었답니다. 기황후는 즉시 이곳에 절을 짓고 탑을 세우고는 사자를 보내 치성을 드린 끝에 황자를 얻었다고 합니다. 이후 이곳은 아들을 원하는 이들의 기도처로 명성이 자자했는데, 억불숭유 정책을 편 조선이 들어서며 절은 헐리고 탑은 묻혀버렸습니다. 절이 다시 세워진 것은 1929년의 일입니다. 관음사를 창건한 여승 봉노관이 이 터를 찾아내서 절을 일으켰다는군요. 현재 삼첩칠봉엔 두 절이 있습니다. 조계종의 불탑사와 태고종의 원강사로, 불탑사 경내엔 땅에 묻혔던 석탑을 파내어 복원한 5층석탑이 우뚝합니다. 제주 유일의 고려시대 석탑으로, 제주유형문화재 제1호입니다. 우리가 흔히 봐 온 화강암 석탑이 아닌 제주 특유의 시커먼 현무암 탑이라서 눈길을 끕니다.

<카페 헬로남생이에서 1시간 커피타임>
오름학교 개교 2주년 기념으로 조촐한 커피타임을 갖습니다.

▲카페 헬로남생이1Ⓒ이승태

▲카페 헬로남생이2Ⓒ이승태

제주시 일출명소, 베리오름과 사라오름
-사라봉 허리길이 백미

제주시 동쪽에 솟은 사라봉(148m)은 제주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공원이자 산책코스 중 한 곳입니다. 정상의 정자 망양정에 오르면 제주항을 비롯한 제주시 일대가 잘 보이고, 멀리 수많은 오름을 품고 웅장한 산세를 펼친 한라산의 자태가 듬직하고 동쪽의 내로라하는 오름들도 조망됩니다. 북쪽으로 펼쳐진 망망대해 또한 가슴을 뻥 뚫어주는 아름다움입니다. 망양정 옆엔 옛 봉수대가 복원되어 있습니다.

‘사라’는 동쪽이라는 뜻의 옛말에서 비롯된 것 또는 신성한 산 이름에 흔히 쓴 ‘ᄉᆞᆯ’에서 나온 것이라는 견해가 있습니다. 사라봉은 제주시를 대표하는 일출 명소기도 합니다. 봄이면 벚꽃이 만개해 꽃대궐을 이루고, 6월엔 뭍에서는 쉬 보기 힘든 등심붓꽃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사라오름에서 베리오름으로 이어지는 산허릿길. 보고만 있어도 예쁜 길이다.Ⓒ이승태

사라봉은 이웃한 베리오름(별도봉, 136m)과 중간에 알오름을 끼고 능선으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현재 지도엔 별도봉이라 적혔지만, 별도봉의 본디 이름은 베리오름입니다. ‘베리’는 바닷가 낭떠러지를 뜻하는 제주어로, 이 오름의 지형을 보면 쉽게 납득이 갑니다. 베리오름과 사라봉은 능선을 따라 이어가거나 허리길로 난 올레길을 따라 탐방할 수 있습니다. 제주올레 18코스가 이 두 오름의 북쪽 산허리를 따라 이어집니다. 제주항을 왼쪽에 끼고 두 오름자락을 굽어 도는 이 길은 너무 아름다워서 길멀미가 날 지경입니다. 발 아래로 펼쳐진 푸른 제주 바다와 중간에 만나는 ‘애기 업은돌’ 등 아름다운 풍광이 쉼 없이 이어지며 눈을 즐겁게 하죠.

망양정에서 올레길을 따라 조금 내려서다보면 ‘제주 칠머리당’이 나옵니다. 칠머리당이란 제주의 선주와 어부, 좀녀(해녀)가 해신에게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던 곳으로, 해마다 음력 2월 초하루에 제주를 찾아오는 영등신을 맞이하는 영등굿을, 14일에는 떠나보내는 송별제를 지냅니다. 영등굿은 마을의 심방(무당)들이 바람의 여신인 영등 할머니와 용왕, 산신령 등 영등신에게 풍작과 풍어를 기원하며 벌이는 굿으로, 제주 곳곳에서 열립니다. 이곳 제주 칠머리당은 본래 건입동의 건입포에 있던 것으로, 제주 항만공사로 이곳저곳 떠돌다가 옮겨온 것입니다. 여기엔 신석(神石)만 모시고 굿은 문화재전수관에서 치르고 있습니다.

별도봉 자락을 돌아 나오면 화북천 건너로 바닷가에 옹기종기 모인 화북마을이 보입니다. 화북천을 내려서는 길에 여러 개의 돌담이 둘러쳐진 풀이 무성한 빈 터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은 4․3유적지인 ‘잃어버린 마을(곤을동)’입니다. 4.3항쟁 70주년이던 지난해, 오름학교 3강 때 잠시 들렀던 곳이기도 하죠. 1949년 국방경비대에 의해 ‘안곤을’과 ‘가운데곤을’, ‘밧곤을’의 67가구 모두가 불타고 인적이 끊긴 비운의 마을이죠. 당시의 아픔을 웅변하는 듯 휑하게 남은 돌담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사라오름 자락에 있는 ‘제주 칠머리당’ 신석(神石)Ⓒ이승태

오름학교 제13강은 2019년 11월 22(금)~23(토)일, 1박2일로 제주도에서 열립니다. 상세한 일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11월 22일(금)>
08:50 제주공항 1층 3번 게이트 오른쪽(공항 내부임)에서 집합합니다, 참가자는 각자 항공편, 배편을 이용해 제주공항에 도착합니다. 정시에 출발하니 집합시각 엄수 바랍니다. 참가신청 전에 교통편을 반드시 체크해주세요^^ 제13강 여는 모임. 참가지 확인과 인사 나누기
09:00 버스 탑승, 공항 출발
-함덕해수욕장 도착, 서모오름(서우봉) 탐방
-둔지오름 하산. 식당 이동, 점심식사
-말미오름(두산봉)
-성산항으로 이동. 광치기해변과 오조포구, 바운오름(식산봉)
19:00 숙소(유채꽃프라자, 다인실)로 이동. 저녁식사 겸 뒤풀이. 휴식 및 취침

<11월 23일(토)>
09:15 원당오름과 문강사, 불탑사
-개교 2주년 기념, 카페 <헬로남생이>에서 커피 한 잔
-식당 이동, 점심식사
-별도봉과 사라봉
-탐방 마침
16:00 공항 도착. 제13강 마무리모임. 해산
※당일 현지 상황에 따라 코스나 대상지가 변경될 수 있습니다.

▲오름학교 제13강 탐방 약도Ⓒ오름학교

준비물은 다음과 같습니다.
*신분증(항공탑승용. 반드시 지참하세요!)
*걷기 편한 등산복·등산화·배낭(제주의 특별한 바람에도 대비해주세요^^), 스틱(건강을 위해 쌍으로 준비), 무릎보호대, 방수방풍의, 버프(얼굴가리개), 모자, 선글라스, 장갑, 수통, 우의(+접이식 우산), 따뜻한 여벌옷(여벌양말), 간식, 자외선차단제, 헤드랜턴(또는 손전등), 세면도구, 세수수건, 개인용 겁, 필기도구 등(기본상비약은 준비됨)

<참가신청 안내>
★포털사이트 검색창에서 '인문학습원'을 검색해 홈페이지로 들어오세요. 유사 '인문학습원'들이 있으니 검색에 착오없으시기 바라며 꼭 인문학습원(huschool)을 확인하세요(기사에 전화번호, 웹주소, 참가비, 링크 사용을 자제해 달라는 요청이 있어 이리 하니 양지하시기 바랍니다).
★홈페이지에서 '학교소개'로 들어와 '오름학교‘의 11월 기사를 찾으시면 뒷부분에 상세한 참가신청 안내가 되어 있습니다^^
★인문학습원 홈페이지를 방문하시면 참가하실 수 있는 여러 학교들에 관한 정보가 있으니 참고하세요. 회원 가입하시고 메일 주소 남기시면 각 학교 개강과 해외캠프 프로그램 정보를 바로바로 배달해드립니다^^
★오름학교는 생활 속의 인문학 체험공동체인 인문학습원(대표 이근성)이 지원합니다.

이승태 교장선생님은 캠핑과 등산, 트레킹을 전문으로 하는 여행작가입니다. 한국여행작가협회 정회원으로, 그동안 산악전문지 <사람과산> 기자를 거쳐 편집장을 지냈고, 그 시절 우리나라 산줄기 답사를 위한 등산지도 가이드북인 <1대간9정맥 종주지도집>과 <한국100명산 등산지도집>, 국립공원 탐방안내서인 <북한산국립공원>, <지리산>, <설악산>을 제작했습니다. 2012년에는 일본 큐슈 지역의 대표적인 산 열다섯 곳을 소개한 산행보고 프로그램인 <마운틴TV>의 ‘큐슈의 산(9부작)’에 출연했으며, 일본 큐슈올레 전 구간을 취재했습니다. 현재 <한국관광공사> ‘이 달의 걷기길’ 선정위원이자 취재작가, 한국여행작가협회 부회장으로 협회에서 진행하는 ‘여행작가학교’ 강사진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동아일보> <화광신문>을 비롯한 여러 매체와 사보에 여행기사를 기고 중입니다.

2013년부터 제주 오름에 빠져 툭하면 제주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으며, 그동안 여러 매체에 오름에 관한 기사를 기고했습니다. 2018년에 오름 트레킹 안내서인 <제주 오름>(가칭)을 출간할 계획입니다. 지은 책으로는 <북한산 둘레길 걷기여행> <캠핑 주말여행 코스북>(공저), <걸어유 충남도보여행>(공저)이 있습니다.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오름학교>를 여는 취지를 들어봅니다.

올라보기 전에는 알 수 없는 세상
화산섬 제주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오름이 모여 있습니다. 그 수가 자그마치 368개라고 하니 매일 하나씩 올라도 한 해가 모자랄 정도죠. 제주 섬 어느 곳을 가도 오름이 있고, 그 오름에 기대어 마을이 있습니다. 그 오름으로 억새를 베러 다니고, 거기서 고사리를 꺾으며 제주인들은 살아왔습니다. 오죽했으면 제주 사람들이 ‘오름에서 태어나 오름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살았을까요! 오름은 제주의 마을과 마을을 형성하는 모태가 되었습니다. 각 오름에는 제주 사람들이 떠받들던 신들이 자리 잡고 있고, 오름과 그 주변으로 넓게 펼쳐진 거친 황무지인 ‘뱅듸(버덩)’는 예부터 말과 소를 키우는 터전이었습니다.

제 경험으로 볼 때 제주 풍광의 아름다움 80퍼센트쯤은 오름에 있는 것 같습니다. 제주 오름은 ‘육지’의 숱한 산들과 달리 오르기가 편하고, 어지간한 오름을 둘러보는데 한두 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또 험한 곳이 거의 없으니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그리 부담이 없죠. 무엇보다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오름 자체가 그렇고, 오름 능선에 올라 조망하는 사방의 풍광은 숨을 멎게 할 정도입니다. 소와 말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 오름 능선에 아무렇게나 앉아 제주의 바람을 느끼는 행복을 무엇에 비할까요! 기생화산인 오름은 대부분 분화구를 가졌고, 그 형태 또한 제각각입니다. 그 독특한 지형을 살피는 것 또한 흥미진진한 즐거움입니다.

다시 ‘오름나그네’가 되어
368개의 오름은 한라산 백록담 바로 아래의 방애오름, 윗세오름을 시작으로 바닷가에 솟은 성산일출봉과 송악산, 비양도와 사라봉에 이르기까지 사방으로 흩어져 있습니다. 제주 동쪽 송당리 일대엔 가장 많은 오름이 분포해 오름들이 겹치며 산너울처럼 펼쳐지는 신비로운 풍광을 보여줍니다. 그에 비해 서쪽의 오름들은 하나씩 뚝뚝 떨어져 있죠. 그러나 저마다 빼어나 찾는 걸음이 즐겁습니다.

1927년 제주에서 태어나 1995년, 일찍 생을 마감하기까지 제주의 산악인이자 언론인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았던 고(故) 김종철 선생은 제주의 모든 오름을 답사한 기록을 <오름나그네>라는 세 권의 책으로 남겼습니다. 지금까지도 오름의 바이블로 통하는 귀한 책입니다. <오름나그네>의 책장을 넘기다가 오름을 향한 그의 열정과 사랑, 감동과 호흡이 전해져 가슴 뜨거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 선생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 오를 수 있는 모든 오름을 올라보는 게 목표입니다. 모두 함께 ‘오름나그네’가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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