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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때문에 이사장 아들 '분노'...교사는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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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자 때문에 이사장 아들 '분노'...교사는 트라우마

[영남공고, 조폭인가 학교인가] 학교를 물려받은 재산으로 생각하는 걸까

마트에서 콘푸라이트를 보면 1년 전 그날이 떠오른다. 그가 먹고 싶다는 그 과자를 사오지 못해, 고성과 폭언을 들어야 했던 그날. 다 큰 어른이면서 과자 하나 때문에 분노한 이사장 아들의 태도는 자존심에 상처를 남겼다.

2018년 봄, 박영희(가명) 영남공고 교사는 산학협력실(교무실)에서 총무를 담당했다. 산학협력실 교사들은 한 달에 한 번 5000원 씩 걷어 간식을 마련했다.

모두를 위한 먹을거리였지만, 현실은 허OO 산학협력부장 교사 혼자만을 위한 간식이었다. 2011년 영남공고에 입사한 허OO 교사는 허선윤 전 이사장의 아들이다.

허OO 교사는 모두의 간식을 자기 책상 서랍, 그것도 다리 안쪽에 보관했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편하게 간식을 먹을 수 없었다. 산학협력실에서 오래 일한 안승영(가명) 교사의 설명은 이렇다.

"부장(허 교사) 책상 서랍에 간식이 있는데, 불편해서 누가 꺼내먹겠습니까. 허 교사 본인 먹고 싶을 때나 꺼내 먹는 겁니다."

박영희 교사가 간식을 사오는 날, 동료들은 먹고 싶은 걸 부탁했다. 허 교사는 아침 식사 대용으로 콘푸라이트와 우유를 사달라고 요청했다.

박 교사는 인근 마트에서 산 간식을 박스에 담아 교무실에 들어섰다. 허 교사는 다가와 간식을 찾았다.

"박 선생, 콘푸라이트가 없네…"

이사장 아들, 허 교사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박 교사는 양해를 구했다.

"부장님, 깜빡 잊고 못 사왔습니다. 죄송합니다."

허 교사는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이 씨, 너 그럴 줄 알았다. 너는 매번 이런 식이야. 일처리도 매번 그 모양이고!"

교무실이 어린이놀이터도 아닌데, 과자 하나 때문에 고성이 터지다니. 산학협력실에 있는 모든 교사들의 눈길이 쏠렸다.

"옆에 있는 제가 놀랄 정도로 허OO 교사가 화를 냈습니다. 산학협력실 안에 있는 선생님들이 다 쳐다봤죠. 박 선생님은 허 교사와 친한 사이인데도, 공개적으로 사람에게 모욕을 주더군요. 허 교사는 본인의 스트레스를 종종 후배 교사들에게 풀었습니다."

허 교사 옆자리에 있던 이재영(가명) 교사의 말이다. 과자 하나가 부른 분노는 쉽게 끝나지 않았다. 허 교사는 박 교사에게 한동안 말을 걸지 않았다. 박 교사가 먼저 말을 걸어도 허 교사는 눈도 마주치지 않고 말했다.

"얼굴 치워라. 내 얼굴 쳐다보지 말고 저쪽 봐라."

박 교사는 한숨을 쉬며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콘푸라이트 사건 때문에 제가 마음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상황을 목격한 친한 동료 교사에게 ‘내가 그렇게 크게 잘못한 거냐’고 진지하게 물어본 적도 있습니다. 집에서도 콘푸라이트 사건이 계속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콘푸라이트 사건은 제3자 개입으로 막을 내렸다. 허 교사의 괴롭힘을 보다 못한 한 부장 교사가 그에게 이렇게 부탁했다.

"허 선생님, 제가 대신 사과할 테니까, 박 교사 좀 용서해주면 안 되겠습니까."

이사장 아들은 학교를 자기 집, 혹은 물려받을 재산으로 여긴 걸까? 허 교사의 갑질을 고발하는 목소리는, 그의 아버지 허선윤 전 이사장의 비리-갑질 만큼이나 다양하다.

과자 하나 때문에 분노한 허 교사는, 게임으로도 교사들을 괴롭혔다. 영남공고 일부 교사들은 일주일에 한 번 카페로 불려가 허 교사가 좋아하는 모바일 게임을 해줬다. 주로 허 교사 후배, 기간제 교사들이 피해를 봤다. 강민욱(가명) 교사는 퇴근 후에도 허 교사의 비위를 맞췄던 지난 날을 떠올렸다.

"저는 정말 허 교사와 게임하기 싫었습니다. 게임을 할 때도 허 교사 눈치 보면서, 일부러 아슬아슬하게 져줘야 합니다. 후배 교사들이 재미없게 바로 져버리면, 또 싫어합니다. 만약 제가 그 게임을 허 교사보다 잘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아십니까? 다음 주에 허 교사가 잘하는 다른 게임으로 종목이 바뀝니다."

▲ 영남공고 이사장 아들 허OO 교사(빨간 상자)와 동료 교사들이 지리산 뱀사골에서 모바일 게임을 하고 있다. 당시는 2018년 목요산악회(친목회) 하계 행사 때다. ⓒ셜록


강 교사를 힘들게 한 건 게임 강요만이 아니다.

"허 교사는 이상한 고집이 있습니다. 보통 카페에 여러 사람이 가면, 한 명이 계산하고 나중에 돈을 주곤 하잖아요. 그럴 때면 허 교사는 꼭 현금 거래를 강요합니다. '기록에 남는다'고 계좌이체를 못하게 합니다. 정말 사람 질리게 합니다."

허OO 교사는 교사들을 수시로 노래방에 데려갔다. 자정이든, 새벽이든 시간을 가리지 않았다. 허 교사가 원하는 날이면, 동료 교사들은 거의 무조건 따라가야만 했다.

고준수(가명) 교사는 노래방에 집착하는 허선윤-허OO 부자에게 시달렸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허선윤 이사장이 불러서 오후 8시쯤 노래방으로 끌려갔다가, 밤 12시쯤 집에 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허 교사가 노래방을 가자고 하더군요. 정말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또 끌려갔습니다."

노래방은 허 교사 혼자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허 교사와 노래방 도우미가 말이 잘 통하는 날에는 정말 큰일 납니다. 허 교사는 술 한 모금도 안 마시면서, 노래방 도우미랑 2~3시간씩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저는 집에도 못 가고, 무조건 새벽 3시~4시까지 같이 있어야 합니다. 술도 안 깬 상태로 학교에 출근한 적이 많습니다."

여러 교사를 질리게 한 허OO 교사는 학생을 함부로 대했다. 영남공고 학생들 사이에서 허 교사의 별명은 ‘질럿’이다. 질럿은 게임 ‘스타크래프트’ 캐릭터로 주특기가 찌르기다.

허 교사는 질럿처럼 손가락이나 책 등으로 학생들의 명치와 허리 주변을 자주 찔렀다. 2017학년도 졸업생 A씨는 본인이 겪은 일화를 설명하며 목에 핏대를 세웠다.

"교복 셔츠 단추 2개를 안 잠궜다는 이유로 허 선생님이 제 허리춤을 손가락으로 마구 찌른 적 있습니다. ‘야 이 새X야. XX. 너 학교가 장난이야?’ 이런 멘트와 욕설은 기본입니다. 출석부 모서리로 정수리를 내려친 적도 있습니다."

A씨는 졸업 이후에도 허 교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 2018년 10월께, 과거 담임교사를 만나러 학교를 찾았다가 불쾌한 일을 겪었다.

"복도에서 마주친 허 선생님이 갑자기 제 귀걸이를 잡아당기며, ‘귀걸이 안 빼? 빼라면 빼 XX’라고 하는 거예요. 제 목에 그려진 문신을 손으로 치면서, ‘양아치 새X, 문신 안 가려? 당장 가려’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영남공고만 들어서면 재학생이든, 졸업생이든 허OO 왕국에 입성하는 겁니다."

영남공고 여러 교사들은 “허 교사가 업무라도 잘하면, 말을 안 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허OO 교사는 2015년 학생 500여명 성적 조작 사건 원인 제공자다. 영남공고는 그의 시험 출제 오류를 덮기 위해 학생 500여명 성적을 일괄 삭제했다.

허 교사는 2015년 이후에도 매년 시험 출제 오류를 내고 있다. 고3 학생들이 치른 2019학년도 ‘전기·기기’ 필기시험 때도 그랬다. 중간고사에서는 ‘보기’ 문항을 중복했고, 기말고사 때는 ‘변류기’를 ‘변압기’로 오타를 냈다.

이 때문에 동료 교사들이 고생했다. 출제 오류를 낸 건 허 교사지만, ‘주의촉구서’는 동일 교과 교사 모두가 작성했다.

"공동 책임으로 주의촉구서는 쓸 수 있습니다. 동료로서 시험 출제 오류를 못 잡아낸 책임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화가 나는 건 허 부장은 시험 출제 오류를 내도, 성과금을 가장 높은 등급으로 받는다는 겁니다. 정말 일할 의욕이 안 생깁니다."

▲ 허선윤 영남공고 이사장의 아들 허OO 교사. ⓒ셜록

지난 7월 18일, 영남공고 교직원 워크숍에서 만난 허OO 교사는 취재진에게 “인터뷰를 거절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후에도 여러 문자, 전화에도 그는 응답하지 않았다.

허 교사는 2019년부터 영남공고 홍보기획부장을 맡고 있다. 그는 수년간 고3 학생들의 취업률을 조작한 핵심 주도자다. 그의 아버지 허선윤 전 이사장은 교사 임용 대가로 수천 만 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영남공고 교사들은 허선윤-허OO 부자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허선윤-허OO 부자가 영남공고를 망치고 있습니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학교를 자기들 왕국으로 만들려고, 온갖 나쁜 짓만 골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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