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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그룹 "한미銀, 미국외 최대규모로 키우겠다"

공격적 시장공세 예고, 국내은행 M&A등 부심

세계 최대 금융그룹 시티그룹이 23일 한미은행 인수 계약 체결을 공식발표하면서 이미 국내 영업중인 그룹 산하 씨티은행과 한미은행을 합병한 한국조직을 아.태지역에서 금융거점으로 육성해 "미국외 지역 최대 규모로 키워나가겠다"고 밝혀, 앞으로 한국시장 공략을 위한 대대적 공세를 예고했다.

***시티그룹 "미국외 최대 규모로 키우겠다"**

시티그룹은 이날 신라호텔에서 스티브 롱 시티그룹 아시아태평양 기업투자금융부분 최고경영자(CEO) 등 아태지역 경영진을 통해 이같은 야심찬 내용을 발표했다.

시티그룹은 구체적으로 통상 경영권 확보가 가능한 50% 정도의 지분이 아니라 100% 지분 확보를 위해 국내 금융시장 사상 외국인 투자로는 최대 규모인 3조1천8백억원(27억3천만 달러)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인수계약도 한미은행 1대 주주인 미국계 펀드 칼라일 컨소시엄에서 인수할 36.6% 이외에 추가로 최소한 43.4%를 공개 매수해 8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전제조건으로 하고 있다.

칼라일 지분 및 공개 매수 청구가격은 주당 1만5천5백원으로 제시됐다. 주당 인수 가격은 과거 30일간의 한미은행 평균 종가인 1만4천5백30원 대비로는 6.7%, 과거 6개월간의 한미은행 평균 종가인 1만3천2백28원 대비로는 17.2%의 프리미엄이 경영권 등을 반영해 가산된 것이다.

시티그룹과 한미은행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인수 계약을 승인했으며 한미은행 이사회는 주주들에게 보유 주식을 시티은행에 매도하도록 권고했다. 공개 매수는 관련 기관의 승인을 받은 즉시 시작되며 이번 거래는 오는 2.4분기 안에 마무리될 전망이다. 공개 매수가 무리없이 이뤄지면 사실상 한미은행은 상장 폐지된다.

***시티그룹 "국내최대 수익률 목표"**

시티그룹은 붉은 우산으로 상징되는 상표 아래 시티은행(Citibank)과 시티파이낸셜(CitiFinancial), 프리메리카(Primerica), 스미스 바니(Smith Barney), 바나멕스(Banamex), 트래블러스 생명(Travelers Life and Annuity) 등 은행-보험-증권의 다양한 금융기업 등을 거느리고 있는 명실상부한 세계최대 금융복합그룹이다.

한미은행은 222개의 지점과 자산 43조원으로 국내 은행 랭킹이 7위이고 서울과 부산, 분당에 12개의 지점으로 영업해온 씨티은행은 자산 11조원으로 두 은행이 합병되면 일단 6위로 올라설 전망이다.

그러나 모기업인 시티그룹은 1백90년이 넘는 역사, 전세계 1백여개가 넘는 국가에 3천4백여개의 지점, 자산규모 1조2천억달러(약1천4백조원), 고객 1억2천만명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 대사관 다음으로 많은 나라에 진출한 미국 기업체'라는 말이 따라다니는 정도다.

이같은 거대금융그룹인 시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와 "미국외 최대 규모로의 확대" 선언은 앞으로 시티그룹의 국내 공략이 대단히 거셀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멕시코의 최대시중은행 등을 이미 보유하고 있는 시티그룹의 이같은 선언은 그동안 점포 하나를 승인받는 것조차 일일이 재경부의 승인을 얻어야 하는 까닭에 공격적 경영을 하지 못했던 한계에서 벗어나, 국내 최대 수익률과 수익 창출을 위한 공세를 펴겠다는 선전포고에 다름아니기 때문이다.

특히 시티그룹은 은행에 최대수익을 안겨주는 상류층 고객을 향한 프라이빗뱅킹(PB)에 집중하고 한미은행 이름도 시티은행으로 바꾸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 벌써부터 국내 시중은행들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아시아 금융허브의 계기로 발전시켜야**

국내 은행권 일각에서는'시티발 폭풍'에 맞서 벌써부터 합종연횡 움직임이 목격되기 시작했다. 우리은행은 시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에 맞서 제일은행과 외환은행 등 후발은행 인수, 합병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덕훈 우리은행장은 23일 기자회견을 갖고 "외국 금융자본과의 한판 대결을 위한 작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할 방침"이라며 "현재 매물로 나와 있는 제일, 외환은행 등에 대한 인수합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행장은 또 "현재 1백19조원인 자산을 3백조원 수준까지 늘려야 한다"며 "우리금융지주 전체적으로 외부에서 3조원정도를 조달할 수 있다"며 인수의사를 본격추진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같은 시티그룹의 한미은행 인수를 계기로 한국을 '아시아 금융허브'로 키우기 위한 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세계최대 금융그룹인 시티그룹과의 경쟁을 단순한 국내시장 방어차원에서만 접근하기보다는 시티와의 경쟁이 가능하도록 불필요한 관치 규제를 해제하고, 금융감독당국의 수준을 선진화하는 노력을 통해 이번 위기를 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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