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은행인 미국의 시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 국내에 본격진출할 것으로 알려져 국내 금융계에 초비상이 걸렸다.
***시티, 스탠더드 차타드 제치고 한미 인수**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그동안 영국계 스탠더드 차타드와 치열한 한미은행 인수경쟁을 벌여온 시티그룹이 최종적으로 승리, 한미은행을 인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티그룹은 가격조건에서 스탠더드 차타드보다 앞선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티그룹은 한미은행 대주주인 미국계 펀드 칼라일이 보유한 지분 36.6%와 영국계 은행 스탠더드 차터드 지분 9.76% 등 모두 46.36%를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번 주중 인수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가격은 주당 만5천원 안팎으로 결정될 것으로 알려져, 지난 2000년 주당 6천8백원에 지분을 인수한 칼라일은 환차익까지 포함해 2배 가량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해졌다. 2대 주주인 스탠더드 차타드도 지난해 8월 삼성그룹이 보유했던 한미은행 지분 9.76%를 1천8백여억원에 인수한 뒤 반년 만에 60% 이상의 수익을 거두게 됐다.
***외국계 은행이 경영권 완전 장악하는 첫 사례**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즈(FT)도 16일(현지시간) "시티그룹이 한미은행 인수 경쟁에서 앞서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면서 "시티그룹이 인수에 성공하면 인수 경쟁자인 영국계 은행 스탠더드 차터드 은행에게 뼈아픈 타격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FT는 "16일 현재의 주가로 계산하면 미국계 펀드 칼라일 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한미은행의 36.6%의 지분은 9억5천9백만 달러(약1조1천2백억원)에 달해 외국계가 투자에 참여한 한국 금융시장 최대 규모의 매각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FT는 또 "한미은행을 인수할 외국계 투자자는 인수 지분을 50% 이상 또는 한미은행 지분 전체로 매입 대상을 확대할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시티그룹은 은행 인수시 전통적으로 1백% 지분을 확보해왔다.
FT는 "시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하게 되면 한국의 은행이 외국계 전략적 투자자에 인수되는 첫 사례가 된다"면서 "이 경우 한국의 금융시장에 국제적 수준의 경영 및 위험 관리기법이 도입된다는 점에서 많은 전문가들이 환영하고 있지만 외국자본의 영향력이 더욱 커진다는 우려도 증폭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외환위기 직후 독일 코메르츠은행이 외환은행의 지분을 인수해 경영에 참여한 바 있지만 정부 지분이 절반이어서 경영권을 외국계 은행이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시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하면 국내 은행권의 판도는 국민.신한은행 등 국내 은행과 씨티-한미은행 등 외국계 은행간의 본격 경쟁 시대를 맞게 된다.
***고소득 예금자 시장 놓고 치열한 전투 불가피**
제일은행을 인수한 뉴브리지캐피털, 외환은행을 인수한 론스타, 한미은행의 대주주 칼라일은 모두 3~4년 동안 경영을 한 뒤 투자 차익을 거두려는 목적이 강한 '투자펀드들'이었다. 따라서 세계최대 금융복합그룹인 시티그룹의 국내 진출은 국내은행들에 커다란 긴장감을 안겨 주고 있다.
시티그룹은 세계 1백여개 국가에 3천4백개 지점, 5천6백만명의 고객을 보유한 세계 최대 금융그룹이다. 그동안 씨티은행은 서울.부산에 있는 12개 지점만으로 국내 시중은행에 맞먹는 수익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따라서 전국 2백25개의 지점을 갖춘 한미은행까지 인수한다면, 단기간에 국내 금융시장의 최강자로 급부상하는 게 아니냐는 위기감을 심어주고 있다.
한미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시티그룹에 인수되면 시티은행의 선진적이며 세계적인 전산시스템과 카드 비즈니스 네트워크 등을 이용할 수 있어 국내은행들보다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시티그룹이 철저한 비밀보장을 원칙으로 삼고 있는만큼 고소득 예금자들을 다수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이어 "한미은행 직원들 입장에서 볼 때도 펀드에게 넘어갈 경우 추가 인수합병(M&A)이 있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시티그룹에 인수되면 더이상 그런 걱정을 하지 않게 돼 직장분위기가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국민은행 등 국내 시중은행들도 시티그룹이 한미은행을 인수할 경우 국내 금융지도, 그중에서도 특히 고소득층을 겨냥한 프라이빗뱅킹(PB) 분야에 커다란 도전이 있을 것으로 판단, 벌써부터 다각적 대책 마련을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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