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로공사와 한국노총 소속 톨게이트 노동조합이 요금수납원 정규직 전환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 민주노총이 반발하는 등 여진이 일고 있다.
요금수납원이 소속된 민주일반연맹, 인천일반노조 등은 10일 국회 정문과 정론관에서 동시에 기자회견을 열고 "대법원이 밝힌 도로공사 불법파견 대법원 판결 취지는 해당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도 요금수납원을 직접고용하라는 것"이라며 "같은 업무를 하는데 대표 소송을 진행해 이겼으면 소송 당사자가 아니라도 판결 결과는 적용돼야 하며, 안 그러면 나머지 노동자 모두가 소송을 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법원이 밝힌 대법원 판결 취지는 파견법 상 당연한 논리"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도로공사와 정부는 이번 반쪽 합의를 통해 남은 반쪽을 또 쪼개려 하겠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이 사태의 모든 책임은 도로공사와 정부에 있다고 확신한다"며 "결자해지하고 원칙적인 대안을 제시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도명화 톨게이트본부지부 지부장은 "한국노총이 같이 싸우다 아쉽게도 어제 합의안에 서명했는데, 박선복 한국노총 톨게이트노조 위원장이 '가족에게 빨리 돌려보내고 싶은 마음으로 했다'고 하셨다는 뉴스를 봤다"며 "저도 6월부터 집에 들어가지 못했고, 가족이 보고 싶지만 그런 조급함에 이런 안을 받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앞서 도로공사와 한국도로공사 톨게이트 노조는 요금 수납원의 정규직 전환에 최종 합의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그러면서 톨게이트 노조는 도로공사의 경북 김천시 본사에서 해왔던 집회와 시위를 모두 해제하고 철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은 '해고 요금수납원 중 대법원 판결이 나오지 않은 인원을 불법파견 1심 판결 결과에 따라 개별적으로 직접고용한다'고 합의한 것은 대법원 판결 취지를 전면 부정한 합의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시민고발인 3219명은 이강래 한국도로공사 사장을 서울중앙지검에 불법파견 등 혐의로 고발했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는 "기존보다 진전된 안으로 합의를 이룬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한국노총과 민주당 합의안에 긍정적 입장을 밝히며 민주노총의 반발에 대해선 "노사 간 지속적 노력으로 도로공사와 민주노총이 합의에 이르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불법파견 여부와 관련해 노사 이견이 있었고 이에 따른 소송과 노조 농성이 있었다"며 "노사 간 갈등이 접점을 찾지 못하거나 파국으로 치닫지 않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받을 대목"이라고 언급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해결되지 못한 점이 있기에 도로공사와 민주노총이 지속해서 대화해 문제를 풀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시민고발단 3219명, 이강래 사장 불법파견 혐의 등으로 검찰 고발
이날 불법파견이강래사장시민고발단 3219명은 이강래 사장을 불법파견 및 대법원 직접고용의무 불이행 등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고발단은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기관인 도로공사와 그 수장인 이강래 사장은 관련 법령을 준수하여 모범을 보여야 하고,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곳인 만큼 그 운영의 투명성과 적정성을 갖추어야 한다"며 "그러나 도로공사와 이강래 사장은 파견법을 정면으로 위반했고, 대법원 판결에 따른 직접고용의무 부과로 임금 차액 상당의 손해배상의무가 발생했지만, 직접고용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손해배상액이 계속 쌓여가고 있다"고 밝혔다.
고발단은 "이는 요금수납노동자의 문제일 뿐 아니라 국민의 세금이 공공기관 경영자의 아집과 불법행위로 낭비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도로공사 이강래 사장은 파견법을 비롯한 현행법을 위반한 범죄자이자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있는 범인이기 때문에 불법을 바로잡고 법치주의를 세우기 위해 이강래 사장을 고발한다"고 전했다.
'반쪽짜리 합의'로 갈등은 계속될 전망
도로공사와 한국노총은 이강래 사장의 국정감사 출석 하루 전인 9일, 을지로위 중재를 통해 불법파견 소송 1, 2심 계류 요금수납원을 조건부 직접고용하는데 합의했다. 1심에서 불법파견 판결을 받고 2심에 계류 중인 요금수납원 116명은 직접고용하고, 1심에 계류 중인 900여 명은 기간제로 채용한 뒤 1심 판결에 따라 직접고용한다는 내용이었다. 임금과 직무 등 노동조건은 교섭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민주노총은 중재 과정에서 '향후 최초로 나오는 1심 재판 결과를 나머지 1심 계류자 전원에 적용하자'고 수정안을 냈지만 을지로위와 도로공사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요금수납원의 도로공사 본사 농성은 이날로 33일이 되었다. 현재 도로공사 본사 건물 안에는 200여 명의 민주노총 소속 요금수납원이 농성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후에도 농성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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