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본격적인 대일 보복에 나섰다. 중국은 부지선정에만 50억달러에 달하는 국제열핵융합실험로(ITER) 발주를 놓고 치열한 경합을 벌여온 일본 대신 프랑스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히는 동시에 현 분위기에선 중국 지도부의 방일도 어렵다는 뜻을 분명히 밝혀,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한 중국의 반격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탕자쉬안 중국 국무위원, “ITER, 프랑스 지지”**
중국 외교부장을 역임했던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은 19일 중국을 방문중인 일본의 노다 다케시 중일협회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ITER 건설 문제와 관련해 프랑스 지지의사를 확실히 밝혔다고 일본 지지(時事)통신이 보도했다.
부총리급인 탕 국무위원은 이날 “중국이 프랑스를 지지하는 것은 전문가 팀이 작년에 검토한 결과”라며 “이미 결론은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중국이 프랑스를 지지하는 이유로 “일본은 지진이 많고, 프랑스가 유치에 특히 상당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같은 탕 국무위원의 발언은 지난 달 프랑스를 방문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을 수행한 류옌화 중국 과학 부부장의 프랑스 지지의사 시사에 뒤이은 것이다. 그는 프랑스가 ITER 부지 선정에서 성공하는 데 낙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도 한 이유인 듯 **
중국은 물론 일본의 지진문제를 프랑스 지지의 표면적 이유로 거론했으나 최근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참배로 냉각된 중-일 관계가 가장 큰 원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 류훙차이(劉洪才) 부부장은 최근 중국을 방문한 간자키 다케노리 일본 공명당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신칸센도 국제 열핵육합 실험로(ITER)도 야스쿠니 문제만 없었으면 일본인데...”라고 밝혔었기 때문이다. 총 규모 1백6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의 베이징-상하이간 고속철도 사업권과 50억 달러에 달하는 ITER 부지 선정과 관련해 야스쿠니 문제를 연계할 뜻을 시사한 셈이다.
이와 관련해 AFP 통신도 “신사참배에 분개하고 있는 중국측 입장으로 고속철도 뿐만이 아니라 ITER 부지 선정에서 일본이 대가를 치룰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탕 국무위원, “지금 분위기에선 방일 어려워”**
탕 국무위원도 이날 다케시 회장을 만난 자리에서 자신의 방일과 관련해서 “지금의 분위기 아래서는 어렵다”고 말해 당분간 일본을 방문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는 등 현재 냉각된 중일 관계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중국은 지난 해 말 16개 중앙부처 차관급이 모여 대일정책회의를 열고 일본 고이즈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문제로 고이즈미 총리의 방중을 당분간 불허한다는 방침을 정한 바 있으나 탕 국무위원의 이날 발언과 관련해 지지통신은 “양국간 교류제한의 폭을 확대하는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실제로 고이즈미 총리는 신사참배 문제로 2001년 총리에 부임한 이후 중국을 방문하지 못했으며 중국 최고위직도 일본을 방문한 적이 없다. 이와 관련 중국청년보(中國靑年報)는 “1972년 중국과 일본이 국교정상화한 이후 이처럼 오랜 기간 상호방문이 없던 적은 없다”고 보도한 바 있다.
***ITER 부지 선정으로 프-일 경합중**
한편 프랑스와 일본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ITER는 차세대 에너지원 개발을 위한 국제 공동연구개발 프로젝트로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프랑스 등의 EU 등 6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이 ITER는 실험로 건설에만 오는 2005년부터 2014년까지 50억 달러가 투입되고 향후 20여년간 최소 60억 달러의 운영비가 들어가는 등 국제공동 연구개발사업으로는 국제우주정거장(ISS) 다음으로 커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또한 실험로 유치국은 건설비용의 48%를 부담해야 하지만 자국내 상당수의 일자리가 창출되는 경제 부양 효과가 커 프랑스 남동부 카다라슈와 일본 아오모리현 로카쇼무라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부지선정 회의 등을 통해 나온 지금까지의 상황으로는 미국과 한국이 일본 지지의사를 보이고 있고 중국과 러시아가 프랑스를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우리나라는 아직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고 있지 않아서 최종 부지 선정에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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