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5일부터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는 차기 6자회담의 북한측 수석대표가 김계관 외무성 부상으로 바뀐 가운데 중국측은 이번 회담의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고농축우라늄(HEU)을 통한 핵개발 프로그램 문제에 관해 전문가 실무기구를 통해 논의를 이어가자는 방안을 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편 중국과 미국은 일본인 납치문제의 6자회담 의제화에 다른 견해를 피력하고 있어 이번 6자회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北 수석대표 김계관 부상으로 교체. 회담에의 적극적인 자세표명인 듯 **
장치웨(章啓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외교부 브리핑에서 “제2차 6자회담의 북한측 수석대표는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라고 밝혔다고 중국 신화사 통신이 전했다.
이날 그가 밝힌 각국 수석대표명단에 따르면 북한 이외 여타 국가의 수석대표는 지난 8월의 1차 6자회담 참석자들인 한국의 이수혁 외교통상부 차관보, 중국의 왕이(王毅) 외교부 부부장, 미국의 제임스 켈리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 일본의 야부나카 미토지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 러시아의 알렉산드르 로슈코프 외무 차관 등에서 바뀌지 않았다.
북한이 수석대표를 교체한 배경에 대해서는 북한이 이번 회담에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실질적인 협상을 할 뜻이 있음을 보여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김계관 부상은 1차 회담에서 북한측 수석대표였던 김영일 부상보다 격이 높기 때문이다.
김계관 부상은 또 대미 교섭 경험이 풍부해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하고 있다. 그는 미국 클린턴 행정부와 북미 고위급 실무협의를 담당했었고 지난 1994년 제네바 북-미 기본협정 협상에도 참석한 바 있다. 이후에도 금창리 핵 의혹 및 미사일 문제와 관련한 미국과의 고위 당국자 회담 창구 역할을 했으며 남-북-중-미 4자회담에도 참석했었다.
김계관 부상은 지금까지도 북한 내에서 핵문제를 둘러싼 대미 교섭의 중심축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난 1월 북한을 방문한 미국 민간대표단을 면담하기도 한 바 있다. 그는 또 이번 달 초에는 베이징을 방문해 리자오싱(李肇星) 중국 외교부장과 중국측 수석대표인 왕이 부부장과 만나 사전 조율을 하는 등 협상 전면에 나서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中, HEU문제 해결위해 전문가 실무기구 통한 지속 논의 방안 제시**
한편 중국은 이번 6자회담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되고 있는 고농축 우라늄(HEU)을 통한 핵개발프로그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문가가 참여하는 실무기구를 설치해 검토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교도(共同) 통신이 19일 회담 당사국들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중국은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회의 설치를 하되 이 문제는 “계속 안건”으로 정해 차기 회담으로 넘겨 논의를 이어가는 방안으로 의견조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중국측의 방안은 현재 농축우라늄을 통한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미국 측의 전면적인 정보 공개와 완전한 핵폐기 약속이 강한 반면 북한은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어 양측의 입장 차이가 너무 큰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즉 문제 해결을 서두르다 보면 6자회담 틀 자체가 무너질 우려가 있어서 지속적인 의제로 상정함으로써 회담 결렬을 피하고자 하는 의도라고 통신은 분석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북한이 우라늄 농축 계획 자체를 부정하지 않도록 설득 중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미국측은 이러한 방안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기는 하지만 북한의 의도에 대해 정확한 파악을 하고 있지 못해 중국측 방안이 실현될지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중국측은 이런 방안과 함께 또 회담 기간 동안 사태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해 8월 1차 회담에서 공유된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북한이 영변 발전소의 플루토늄 추출을 통한 핵개발 움직임을 동결토록 하고 이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고 있는 북한에게 미-일을 제외한 나머지 참가국들이 제한적인 지원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中 탕자쉬안 국무위원, “北 핵동결 제안할 것, 유연한 자세 보여”**
한편 중국은 “북한이 이번 협상에서 핵동결을 분명히 제안할 것”이라며 북측의 협상 태도에 대해 또다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전 중국 외교부장이었던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은 19일 베이징에서 중국을 방문중인 노다 다케시 중일협회회장과 회담에서 “북한은 이전보다 유연성을 보이고 있고 실질 협의에 들어가려 한다”고 말했다고 서일본 신문이 보도했다.
탕 국무위원은 이어 “북한은 핵개발 동결을 제안할 것이며 이를 담보로 해서 에너지 지원에 대한 유연한 반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전망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인 납치문제 의제화에 중-미 견해 차이, 中 의제화에 반대**
차기 6자회담을 앞두고 회담 결실을 위해 각국이 물밑접촉을 서두르고 있는 가운데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 중국과 미국이 입장차이를 보여 또 다른 주목을 받고 있다.
중국의 탕 국무위원은 노다 다케시 중일협회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일본인 납치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6자회담에서 거론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뜻을 또다시 분명히 했으나 미국측은 오히려 협상에 대해 일본측 입장을 지지하고 있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이다.
탕 국무위원은 “납치 가족들의 기분은 이해할 수 있지만 납치문제는 북-일 양국간의 문제로서 6자회담과는 떼어놓고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회담 기간 중에 북일 교섭을 실시할 뜻이 있다면 중국으로서는 편의를 꾀할 수 있다”는 뜻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인 납치문제를 6자회담에서 거론하길 꺼려하는 중국측 분위기는 이번달 초 무라야마 도미이치 일중우호협회 명예고문을 만난 중국 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도 표명한 바 있다. 그는 “6자회담은 핵문제가 주의제”라며 “납치문제는 북일회담에서 논의했으면 한다”고 말해 납치문제의 6자회담 의제화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바 있다.
납치문제에 관해서는 한국의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도 의제화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힌 바 있다.
***美 볼튼 차관, “핵개발, 납치문제 모두 의제”**
하지만 일본을 방문중인 존 볼튼 미 국무부 군축담당 차관은 19일 주일미국대사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오는 25일 시작되는 6자회담에서는 북한의 핵개발과 일본인 납치 문제 등 모든 것이 의제가 된다”고 말했다고 일본 지지(時事)통신이 보도했다.
북한에 대한 강경발언으로 북측으로부터 ‘인간쓰레기’라는 비난까지 받은 바 있는 볼튼 차관은 이 자리에서 “납치문제는 테러행위”라며 6자회담 의제화에 대해 분명히 했다.
그는 또 6자회담의 성공 여부에 대해서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며 북한에 대한 압박공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납치문제의 6자회담 의제화에는 북측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미국과 일본이 이같은 방안을 버리지 않는다면 회담에 또다른 걸림돌이 될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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