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하원에서 진행 중인 탄핵조사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미국 국무부는 8일(현지시간) 오전 고든 선들랜드 유럽연합(EU) 주재 미국대사의 의회 증언을 막았다. 또 백악관은 이날 오후 법률고문을 통해 하원의 탄핵조사가 "근거가 없고 위헌적"이라며 협조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백악관 "당파적이고 위헌적 조사에 참여 못해"
팻 시펄론 백악관 법률고문은 8일 오후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에게 서한을 보내 "미국민과 헌법, 행정조직 그리고 미래의 모든 대통령에 대한 의무를 다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행정부는 현재 상황에서 당파적이고 위헌적인 조사에 참여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하원이 탄핵조사 착수 여부에 대한 찬반 표결 없이 조사를 진행하는 것을 문제로 지적했다.
선들랜드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지난 7월 25일 전화통화에서 미국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그의 아들에 대한 뒷조사를 요청했다는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증인 중 한명이다. 그는 커크 볼터 전 국무부 우크라이나 협상 특별대표, 빌 테일러 우크라이나 주재 미대사관 참사 등과 우크라이나 정부 측에 미국 정부의 입장을 전달하는 일을 했다. 언론을 통해 빌 테일러 참사 등과 주고 받은 관련된 문자메시지가 공개되기도 했다.
이날 선들랜드 대사는 의회 증언을 하려고 했으나, 출석 1시간 전에 국무부로부터 증언을 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선들랜드의 변호사인 로버트 러스킨은 성명을 내고 국무부가 의회 증언을 허락하지 않은 것에 대해 선들랜드 대사는 "깊이 실망했다"고 밝혔다. 그는 선들랜드 대사가 증언을 위해 브뤼셀에서 워싱턴DC로 왔지만 현직 대사로서 국무부의 지시를 따를 수 밖에 없다며 "선들랜드는 자신이 항상 미국의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다고 강력히 믿고 있고 위원회의 질문에 완전하고 진실하게 답변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일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 장관은 탄핵조사를 주도하고 있는 하원의 3개 위원회(정보위원회, 외교위원회, 정부개혁감독위원회)에서 국무부 인사 5명의 의회 증언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국무부의 저명한 전문가들을 협박하고 괴롭히고 부적절하게 대우하려는 시도를 예방하고 이를 폭로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며 의회 요구에 불응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트위터에 선들랜드 대사의 출석 요구에 대해 "정말 좋은 사람이자 위대한 미국인인 선들랜드 대사를 보내 증언하고 싶다"면서 "그는 불행히도 공화당원들의 권리가 빼앗긴 위태로운 캥거루 법정에서 증언하고 있을 것"이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날 선들랜드 대사의 증언을 국무부가 가로막은 것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백악관이 탄핵조사를 방해할 것이라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백악관의 이같은 행위에 하원에서 진행 중인 탄핵조사에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은 국무부의 이같은 행위에 대해 "선들랜드의 (문자) 메시지들은 탄핵 조사와 깊은 관련이 있다"며 "증언을 가로막는 것은 하원의 탄핵 조사를 방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앞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탄핵조사와 관련해 하원 표결을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 "헌법이나 하원의 규칙, 전례 등에 없다"며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트럼프, 정보 유출에 '패닉'...백악관 직원들 거짓말 탐지기 검사 고민
한편, 자신에 대한 탄핵조사에 대해 하루에도 수십개의 반박 게시물을 트위터에 올리며 맹렬하게 반격을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 스캔들', '우크라이나 스캔들' 등을 촉발시킨 정보 유출에 대해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한 고발장을 제출한 최초의 공익제보자에게 정보를 제공했다는 백악관 직원들에 대해 "스파이"라며 강도 높게 비난해왔었다.
<폴리티코>는 8일 전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대통령이 정보 유출에 너무 집착해 주요 폭로 이후 백악관 직원들에 대한 거짓말 탐지 실시를 명령할 것인지 자주 논의해왔다"며 "이는 정치적으로 위험한 일탈이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른 전직 관료는 "대통령은 언론에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히기 위해 백악관 안의 모든 직원들을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하고 싶어했다"며 정보 유출 혐의를 받은 일부 백악관 직원들은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거짓말 탐지기 검사를 받았다고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말 탐지기에 대한 집착은 취임 초부터 각종 정보가 유출되면서 '러시아 스캔들'로 뮬러 특검에 이르게 되는 과정마다 계속 됐는데, 백악관 수석 보좌관급까지 나서서 대통령을 만류해서 실제 조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고 <폴리티코>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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