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아우슈비츠로 불리는 형제복지원 사건에 대한 피해자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인권유린의 가해자는 국가라는 것이 확인됐다.
부산시는 7일 오후 형제복지원 실태 조사 용역 중간 보고회에서 조사를 맡은 동아대 남찬섭 사회복지학과 교수팀은 이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이번 용역은 형제복지원 사건 원인을 규명해 국가 책임 당위성을 밝히기 위해 내년 4월 10일까지 9개월 동안 진행되고 있으며 이번이 첫 중간 보고회다.
보고회에서 남 교수팀은 문헌 연구와 예비조사를 통해 지난 1975년 부랑인 강제 수용의 근거가 된 '내무부 훈령 410조'가 법치주의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으며 부랑인 범위가 불명확해 명확성 원칙에 반하고 영장주의 원칙 위반,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과잉금지 위반도 모두 어겼다고 판단했다.
수용 과정에서는 부랑인이 아닌 사람들에 대한 과잉단속과 폭력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형법상 감금 행위로도 해석되는 법률 위반이라고 해석했다.
형제복지원 운영 과정에서도 강제수용 및 감금, 강제노역, 집단적 폭행·상해 행위, 횡령 등의 범죄행위가 발생했으며 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묵인·방조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남 교수팀은 "형제복지원 사건에서 국가는 1970~80년대 군사정권의 취약한 정당성을 보완하기 위해 '부랑인 단속과 수용'에 대한 정책을 계획하고 지시했다"며 "경찰과 공무원을 동원해 '부랑인'으로 낙인찍힌 사람들을 강제수용하는 데 직접 가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과정에서 벌어진 잔학한 인권유린에 대해서 국가는 아무런 감독과 통제도 하지 않음으로써 묵인 내지는 방조했고 사건의 실체가 드러난 이후에도 수사기관과 재판기관을 통해 그 내용을 은폐, 축소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 사건은 30여 년이 지나도록 별반 사회적 관심을 받아오지 못했지만 몇몇 피해자들의 지난한 투쟁의 결과 2018년 검찰총장이 직접 이에 대해 사과하기에 이른다. 국가가 이 모든 범죄행위의 주체였음이 국가기관의 수장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이다"고 밝혔다.
조사팀은 형제복지원 피해자 조사를 위한 설문지 작성을 완료했으며 기관생명윤리위원회 심사를 거친 뒤 오는 11월부터 본격적인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심층 인터뷰도 이뤄지며 형제복지원 출소 이후 삶과 트라우마 치료, 경제적·심리적·신체적 상태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조사된다.
한편 이번 용역은 오거돈 부산시장이 지난해 9월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해 피해자들에 공식 사과한 후 사건 원인을 규명해 국가 책임 당위성을 밝히기 위해 마련됐으며 내년 4월 1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부산시는 이번 용역을 통해 형제복지원 사건과 관련 복지시설에 광범위하게 산재한 자료를 조사하고 피해자에 대한 심층 면접조사를 통해 피해사실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계획이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랑인을 선도한다는 명목으로 장애인, 고아 등을 부산의 형제복지원에 불법 감금하고 강제 노역시킨 대표적인 인권 유린사건이다.
그러다 1987년 탈출을 시도한 원생 한 명이 직원의 구타로 사망하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형제복지원의 만행이 세상에 알려졌다.
실제로 형제복지원 12년 운영기간 동안 현재 확인된 사망자만 551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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