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미군기지 이전을 위한 제7차 미래한미동맹 정책구상회의가 최종 타결에 실패했다. 7차회의에서는 가서명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던 국방부는 이번에도 역시 차기 회담에서의 가서명을 장담하며 최종안 도출에 실패한 이유에 대해서는 “몇몇 문구 등 아주 적은 문제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국방부가 제기한 문제가 정말로 아주 적은 문제였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우리측이 제기한 ‘몇몇 문구 등 아주 적은 문제’가 정말로 단순한 문구 문제였다면 미국측이 그렇게 ‘당황’해 했을리도 없고 ‘지난 5차때까지 합의해 놓은 것에 대해 6차때 다시 문제를 제기’했을 리도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그러한 문구대로 진행했다면 우리가 예상한 비용보다 훨씬 많은 천문학적인 비용이 장차 소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이제서야 발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다.
***국방부, 자신하던 용산기지이전 합의 가서명 실패**
13, 14일 양일간 서울에서 열린 7차 한미동맹회의에서 한국측 대표를 맡은 차영구 국방부 정책실장은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회의에서 용산기지 이전을 위한 법적체계인 기본합의서(UA)와 이행합의서(IA)에 대해 가서명까지 갈 것으로 생각했으나 안됐다”며 ”4월에 열릴 8차 회의에서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기본합의서는 용산기지 이전 원칙과 절차, 대상부대, 이행원칙 및 설계, 건설 절차, 비용집행 방법 등을 규정하고 있는 문서이고 이행합의서는 대체 시설 및 토지 부담원칙과 비용검토 절차, 시설종합발전계획, 토지 등의 공여, 반환일정, 주요부대 위치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지난 1월 하와이에서 열린 6차 한미동맹회의 이후 차영구 실장은 한미연합사령부와 유엔군사령부를 포함해 용산에 주둔중인 모든 미군 부대의 이전에 합의했음을 밝히며 “지난 90년 체결된 합의각서(MOA)와 양해각서(MOU) 가운데 한국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독소조항들을 삭제하거나 고쳤으나 비용집행 확인 등 일부문제에 대해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며 “이번 7차회의에서는 최종안을 마련토록 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노무현 대통령도 지난 1월 6차 회의 이후 “이번에 쟁점이 된 이사비용 문제는 명확하게 정리됐다”고 밝힌 바 있고 조영길 국방장관도 “7차 회의에서는 가서명정도는 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한 바 있다.
이런 언급과 그동안 국방부의 ‘자신감’을 생각해 본다면 이번 회담 실패는 국방부로서는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고 일반 국민으로서는 ‘의외’일 수 밖에 없다.
***“몇몇 문구 수정, 법적검토 등으로 지연”-“지난 6차때 처음 제기”**
타결에 실패한 이유인 미합의 쟁점들에 대해 차 실장은 “협상중에 있어서 언급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면서도 “거의 다 타결했으나 한두가지 손볼 것이 있다”며 문제의 일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비용 발생 문장, 문구들에 관해서 좀더 완벽해야 하기에 그런 뜻에서 좀더 체크하고 합의문에 불명확한 것은 없나하고 협의중”이라며 “명확하게 해야할 몇가지 중 일부분들을 완성못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가서명도 정부간의 약속이기에 미국이나 우리나 정부 내부의 법적 검토를 필요로 한다”며 “내부 행정철차를 거치고 나서 가서명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 다음에 합의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법적 검토와 관련해서 그는 “외교부 안에 법 담당, 군 내부 법 담당 부서, 시민단체 등의 많은 얘기를 듣고 문제의 소지가 될 수 있는 것을 다 집어낸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런 ‘일부 문구’에 대한 재검토 주장은 지난 6차때 처음 제기됐다. 그는 “지난 6차때 5차까지 합의된 것 가운데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는 것은 다 끄집어냈다”며 “6차때 처음 끄집어 낸 것”이라고 말했다.
***“미, 용산기지이전으로 팔자고치려면 끝없어”**
차 실장은 ‘일부 문구’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일부 밝히기도 했다.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시설을 최소한 지어줘야 하긴 하지만 용산기지이전을 계기로 팔자를 고치려면 끝이 없다”고 말한 차 실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브리핑실에서 나가는 동안 일부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자 “체육관시설 등은 지어주기 어렵지 않냐”고 말하기도 했다.
즉 5차때까지 합의문의 문구해석에 따라서는 미국측은 ‘체육관 시설등도 지원받을 수 있다’고 생각할 여지가 있을 수 있었다는 ‘고백’이다. 체육관 하나 건립하려면 수백억원이 든다고 할 때 결코 지엽적인 문제가 아님은 또한 자명하다.
***외교부 조약국 등 법률검토 부서 문제제기가 주요 원인인 듯**
한편 차 실장의 얘기대로라면 한미동맹회의의 일부 문구에 대한 지적은 지난 5차와 6차 사이에 발생한 것으로 법 담당 부서의 문제제기가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다. 한미동맹회의 한국측 협상단은 국방부, 외교통상부 북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인데 이들이 5차까지 합의한 조약 문구 내용을 검토한 법률 담당 부서가 문제를 제기한 셈이다. 외교부 내에서 국가간 체결된 조약과 합의문의 문구를 검토하는 부서는 조약국이다.
지난해 10월 열린 5차 한미동맹회의와 올해 1월에 있었던 6차 회의 기간 사이에 용산미군기지 이전에 관한 합의 문구를 검토한 외교부 조약국 등이 문제점을 지적한 결과로 볼 수 있다. 즉 문구 해석에 따라서는 당초 협상팀이 예상했던 30억에서 50억 달러 이상의 천문학적인 추가부담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서, 부처간 의견대립, 즉 조약국과 북미국, 국방부, NSC 사이의 의견대립으로 인해 5차회의와 6차회의 기간 동안에는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직접 조사에 나서기도 했으며 소위 ‘외교부 파동’으로 포장된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물론 6차 회의에서 한국측 협상단의 태도가 바뀐 데에는 지난 90년 체결된 MOA와 MOU의 내용이 밝혀지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들 수 있다며 압박한 언론과 시민단체 등의 주장도 크게 일조한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미, 당황스러울 것”, 협상팀 스스로 불리한 협상 자초한 셈**
한편 사정이 이러다 보니 회담에 임한 미국측의 불만도 예상할 수 있다. 지난 5차까지의 회담 결과대로라면 원하는대로 협상에서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을 터인데 갑자기 우리가 문제를 들고나오니 편치는 않을 것이다.
이러한 미국측의 ‘입장’에 대해 차영구 실장은 “미측은 5차까지 다 진행된 것을 다시 끄집어낸 것을 받아줬다”면서도 “우리가 6차때 다시 이건 안되겠다고 끄집어냈으니 미측으로서는 당황스러운 일이였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 스스로 협상 국면을 불리하게 가져간 셈이다. 그러니 외교부 북미국, 국방부, NSC로구성된 한국 협상팀으로서는 곤혹스럽지 않을 수 없다. 미국에게는 줬다가 뺏은 셈이고 내부적으로는 비용관련 문구 하나하나를 재검토하라는 지적을 받은 것이니 말이다.
***협상팀 비판 거세, ‘원점 재검토’ 가능성은 강하게 부인**
그러다보니 협상팀들에 대한 비판은 거세다. 지난 5차까지 협상을 벌여 합의문을 만들어온 이들은 어떻게 이들 문제에 대해 소홀히 넘어갔냐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일부에서는 이들이 미국의 압력으로 미국측과의 협상을 빨리 마무리짓기 위해 문제점을 애써 감춘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현재상황에서는 협상팀이 협상을 원점에서 재검토할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 차 실장도 “미국은 매년 2억달러는 주한미군 시설에 투자하고 있다”며 “이전 비용 분담은 아예 판을 깨자는 것이고 말이 안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오히려 "미측과 이전에 드는 전반적인 비용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키로 합의했다"고 밝혀 비용분담을 할 뜻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평통사 등 시민단체 “가서명 실패는 사필귀정”**
한편 이날 같은 시간에 국방부 청사 밖에서도 또 다른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자통협, 평택대책위, 민주노동당, 주미본 등은 기자회견을 갖고 “용산 미군기지 이전 협정 가서명 실패는 사필귀정”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한미양국이 몇가지 지엽적인 문구 수정을 통해서 국민의 비난을 모면하려한다”며 “이전비용 전액 한국부담과 대규모 대체부지 제공이라고 하는 본질적인 문제는 놔둔 채 지엽적인 문구수정으로는 우리 국민의 비판과 분노를 결코 잠재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또 “한국정부는 미국에 일방적으로 이끌려 다닌 협상대표단을 전면 교체하고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여 충분한 시간을 갖고 전면재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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