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경기과열을 막기 위해 본격적인 작업에 나섰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국무원 총리에 이어 중국 중앙은행인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 총재도 은행 신용대출 규제를 촉구하고 통화량 환수에 나선 것이다.
중국정부는 이와 함께 올해 금융개혁 3대 역점중 하나로 위앤화 환율문제를 꼽아 우리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위앤화 환율문제를 구체적 연간과제로 선정한 것은 중국인민은행 사상 최초의 일로, 중국이 본격적인 위앤화 평가절상 준비작업에 착수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경제에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는 우리경제로서는 간과해선 안될 주요한 정책 변화다.
***원 총리이어 저우 총재도 경기과열 진정위해 엄격한 신용대출 강조**
중국 정부가 경기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신용대출을 엄격히 규제하겠다는 의사 표명은 10일 원자바오 총리에 이어 11일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으로 이어졌다. 저우샤오촨 인민은행 총재는 11일 인민은행공작회의에서 "의심스런 사업 계획에 금융지원을 하지 말고 중국 은행들은 과도한 대출을 하지 말라"고 촉구했다고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 데일리가 12일 보도했다.
저우 총재는 "2004년 전국적인 총 신용대출규모는 2조6천억 위앤(3천1백40억 달러)으로 묶어야 한다"며 은행대출의 올해 구체적인 목표치를 제시하기도 했다. 지난해 중국의 신용대출 규모는 3조(3천6백20억 달러)에 달했었다.
그는 또 "화폐공급량도 줄이겠다"는 통화긴축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2003년에 증가율이 19.6%에 달했던 M2 공급량을 2004년에는 17% 증가로 묶겠다는 것이다. 시중에 넘쳐나는 위앤화에 압박을 받고 있는 중국 정부의 위기감이 묻어나오고 있는 것이다.
저우 총재는 이에 따라 "중앙은행은 신용대출을 조정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 도구를 사용하겠다"며 "시중의 상업은행들이 대출 구조를 적절히 활용하라"고 시달했다.
중국 전국의 인민은행 고위 관계자들이 참석해 지난 10일부터 시작돼 12일까지 3일간 이어지고 있는 이번 회의에서 저우 총재는 "2003년도 중국 경제 상황은 대체적으로 만족스러웠다"고 강조하면서도 은행신용대출에 대한 억제책을 빼든 것이다.
***원자바오도 한 목소리**
원자바오 총리도 전날인 10일 전국 은행∙증권∙보험 공작회의 석상에서 "설비과잉, 맹목적인 사업계획 추진, 일부 도시가 추진하는 불필요한 도시 개발 프로그램 등으로 필요이상으로 빠른 투자성장이 초래됐다"며 경기과열을 크게 경계한 바 있다.
중국 일간지 북경신보(北京晨報)는 12일 원 총리와 저우 총재이외 중국은행감독위 고위 인사들도 은행 대출을 엄격히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신용대출 증가속도가 너무 빨라 경제과열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은행계에 대해 올해는 엄격하게 신용대출을 하도록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중국경제, 경기과열로 인플레 우려**
중국 지도부가 이처럼 경기과열에 민감하게 반응하기 시작한 것은 경기과열의 폐해가 실물경제에 나타나기 시작한 데 따른 것이다. 차이나 데일리에 따르면, 1.2%에 머물러왔던 인플레이션 지표인 소비자가격지수는 2003년 11월에는 3%에 육박했으며 12월달에는 3.2%로 치솟았다.
이에 지난 1990년대 상반기의 고속성장으로 인한 거품성장의 악몽이 아직도 선명한 중국 지도부들로서는 이러한 모습에 위기감을 느끼기 시작한 셈이다.
또한 지난해 중국경제 성장률인 9.1%도 마냥 즐거워할 수는 없는 지표라는 것이 중국지도부의 판단이다. 사스 파동에도 불구하고 기록한 이런 높은 성장률은 중국 경제가 넘지 말아야 할 마지노선인 9%를 넘어서 과열경제의 징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 중국경제는 부동산 거품과 중복과잉투자의 후유증이 목격되면서, 금융부실 확대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전력과 원자재 공급의 부족도 중국지도부를 긴장케 하고 있다. 중국 경제의 빠른 성장은 국제 원자재 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져 국제적으로도 원자재의 품귀현상까지 일으키고 있고, 이는 다시 중국 경제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中, '신용대출, 은행개혁, 환율문제' 등 올해 3대 금융개혁과제선정 **
한편 북경신보(北京晨報)의 12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올해 중국 금융개혁의 3대 역점 과제로 신용대출정책과 함께 은행개혁, 위앤화 환율문제를 선정했다.
은행개혁은 바로 은행의 건전성을 위한 개혁으로 11일 열린 중앙금융공작회의에서 류밍캉(劉明康) 중국은행감독위 주석은 "올해 '상업은행자본충족률관리규정'을 제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은행과 건설은행 그리고 주식회사 형식의 은행은 은행감독위의 자본충족률 감독을 받게 됐다. 이미 중국은행감독위는 중국은행과 건설은행에 감독관을 파견하기도 했다. 한편 인민은행은 은행 건전성을 위해 작년말 4백50억달러의 외화 비축분을 중국은행과 건설은행에 쏟아붇기도 했다.
***교도통신, "인민은행, 환율문제 중점과제 선정은 최초" **
신용대출 억제 및 은행건전성을 위한 개혁과 함께 위앤화 환율문제도 핵심 과제로 선정됐다. 이에 관해 원자바오 총리는 "중국은 합당하고 균형잡힌 수준에서 위앤화 환율을 기본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그 방향을 밝힌 바 있다. 저우 인민은행 총재도 11일 "위앤화 환율을 합리적으로 균형을 이룬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유지한다"고 재강조하기도 했다.
교도(共同)통신은 12일 이와 관련,"저우 총재가 올해의 중점 과제로 위앤화 환율결정 구조 개선문제를 올해의 중점과제로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며 "중앙은행 총재가 그해의 구체적인 과제로 위앤화 환율제 개선을 구체적인 과제로 삼기는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환율문제와 관련해선 중국의 경제주간지인 재경시보(財經時報)가 최신호(2월7일자)에서 "위앤화를 3월경부터 5% 평가절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다우존스, "경제개혁정책 성공여부는 미지수"**
3대 금융개혁과제를 선정하고 신용대출을 억제하겠다고 표명하고 나선 중국정부의 개혁정책 성공여부에 대해선 그러나 회의적인 시각도 나오고 있기도 하다.
경제전문뉴스인 다우존스는 11일(현지시간) "중국 정부가 아직도 환율문제를 회피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대출을 억제하고 과열된 경제를 진정시키기 위한 중국정부 계획의 성공여부가 의심스럽다"고 보도했다.
환율절상 문제는 중국정부당국의 당면 목표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문제인데도 환율절상문제에 대해 중국 지도부들이 피해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다. 홍콩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인 홍량은 이에 대해 "보다 유연한 환율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중국 당국의 이런 목표는 초과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우존스는 또 "정부 관리들은 아직까지 신용대출 억제라는 볼트를 어떻게 죄어 나갈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고 분석해 실제 정책으로 어떻게 연결될지를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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