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부터 시작된 국정감사가 좀처럼 '조국 블랙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정치 실종을 탄식하며 "국민의 분노에 가장 먼저 불타 없어질 곳이 국회"라고 경고했음에도 4일 열린 국정감사 곳곳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거친 공방이 이어졌다. 조 장관 자녀의 대입과 관련이 있는 교육위원회는 물론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행정안전위, 복지위원회까지 조 장관과 관련된 질의가 주를 이뤘다.
"문 대통령은 치매 초기 증상" 막말로 파행된 보건복지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 국정감사는 "요즘 문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국민이 많이 걱정한다"면서 "치매 초기증상"을 언급한 김승희 한국당 의원으로 인해 파행됐다.
김 의원은 대통령 기록관을 짓는다는 보도에 대통령이 불같이 화냈다고 했는데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이 직접 심의, 의결했다면서 "그 국무회의에 복지부 장관도 있었는데 이쯤 되면 대통령 주치의뿐 아니라 장관도 대통령의 기억력을 챙겨야 한다"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건망증이 치매 초기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도 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사과를 요구하자 김승희 의원은 "치매 환자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맞서며 30분간 언쟁 끝에 정회됐다.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정론관을 찾아 "김 의원은 '치매 환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발뺌하고 있으나, 김 의원의 발언은 명백하게 국가 원수에 대한 모독이고, 명예훼손"이라며 김 의원을 비판했다. 이들은 김 의원의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사퇴를 요구하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김 의원을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김명연 한국당 보건복지위 간사는 오후 속개된 국감에서 김승희 의원 대신 유감을 표했다. 김명연 의원은 "오전 국감에서 김 의원 발언 중 상대를 자극할만한 표현이 있었던 것 같다. 간사위원으로서 유감을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김승희 의원은 끝내 자신의 발언에 대한 유감 표명이나 사과는 하지 않았다.
국감장에서 피감기관에 고발장 내미는 국회의원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를 받기 위해 출석한 민갑룡 경찰청장에게 광화문 집회와 관련한 고발장을 제출했다. 전날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보수단체 집회와 관련해 집회 주최 측이 내란을 선동했다는 이유에서다.
김 의원은 전광훈 목사 등을 거론하며 "목사라는 자가 '대통령을 끝장내기 위해 30만명을 동원해야 한다'며 선동하고 있다"며 "어제 집회 내란선동죄 책임자들을 처벌해달라는 고발장"이라며 민 청장에게 서류를 즉석 전달했다.
국정 감사장에서 피감기관인 경찰청장에게 여당의 국회의원이 고발장을 제출한 것이다. 이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반발하며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김영우 한국당 의원은 "국정감사를 해야 할 국회의원이 어떻게 질의 도중 피감기관인 경찰청장에게 고발장을 직접 줄 수 있느냐"며 "조국 장관을 계속 옹호, 비호하면 문재인 대통령도 퇴진해야 한다는 의견에 저는 100% 동의한다. 거기에 이름을 올리면 내란 선동죄인가"라며 김한정 의원에게 사과를 요구했다.
교육위는 조국 딸, 나경원 딸의 '입시 블랙홀'
국회 교육위원회의는 '입시 블랙홀'이었다. 한국당은 조 장관 딸의 서울대 환경대학원 및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장학금 수령을 놓고 공세를 폈고, 이에 민주당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딸의 입시 의혹으로 맞불을 놨다.
한국당 김한표 의원은 "조국 딸 조민 씨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휴학했음에도 장학금을 받고, 부산대 의전원에서는 유급했음에도 6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았다"며 "적절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당 곽상도 의원은 "서울대, 고려대, 단국대, 연세대, 부산대를 상대로 조국 피의자 자녀의 입시 부정과 관련해 교육부가 자료를 요청한 공문 전체를 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성신여대에서 2011년 특수학생 전형을 만든 뒤 이듬해에 전형을 없앴다고 한다"며 2011년 나 원내대표 딸이 '특혜전형'으로 성신여대에 입학한 게 아니냐고 맞불을 놨다. 민주당 조승래 의원 역시 나 원내대표 딸의 성신여대 입학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요구하며 공격에 가세했다.
교육위는 이미 지난 2일 교육부 국감 내내 조국 법무부 장관 자녀 의혹 관련 공방을 주고받은 바 있다. 이날 민주당은 나 원내대표 딸의 입시문제를 제기하며 조 장관 딸 입시문제로 쏠린 관심을 분산시키는 데 주력했다.
'조국 방어용 물타기'라는 일각의 지적에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물타기라는 것은 용액이 농축돼있을 때 물을 타게 해서 희석시키는 것인데, 설거지 물을 보여줬는데 똥물을 보여주는 격"이라고 거칠게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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