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이어 아프리카 3개국을 순방중인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원유 확보를 위한 노력이 하나씩 결실을 맺어가고 있다. 가봉의 원유를 수입하기로 계약을 맺는 등 당초 순방 목적으로 제시한 원유와 가스 확보에 성공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이 이처럼 에너지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원유 수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바뀌었을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는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고 지난해와 같은 에너지난으로 곤경에 처하지 않으며, 궁극적으로는 미국 통제에 발목 잡히려 하지 않는 '에너지 안보'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중국, 사상 처음으로 가봉에서 원유 수입**
나흘간의 이집트 방문을 마치고 1일(현지시간) 아프리카 두 번째 순방국인 가봉에 도착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원유 수입을 위한 노력이 이집트와는 석유, 가스 부문의 상호협력을 확대 심화시키기로 합의하고 가봉과는 사상 처음으로 원유를 수입하기로 서명하는 등 구체적 결실을 맺고 있다.
AFP 통신의 프랑스 석유 회사 관리들의 말을 인용한 31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중국 최대 석유회사 가운데 하나인 중국석유화공집단공사(Sinopec)의 자회사인 유니펙(Unipec)과 프랑스 석유 회사인 토탈가봉은 가봉의 원유를 중국에 사상처음으로 수출하기로 합의했다.
자크 마로 데 그로트 토탈가봉 사장은 정확한 원유 수출량은 밝히기를 거부했지만 “상당량의 원유를 연간 계약으로 판매하는 것”이라고 밝혀 중국이 가봉으로부터 원유공급을 연간 단위로 보장받게 됐음을 확인했다. 토탈가봉은 일간 27만 배럴을 생산하고 연간 1천1백50만톤을 생산하는 가봉의 전체 원유 생산량에서 42%를 차지하고 있는 주요 기업이다.
가봉의 리차드 오누베트 에너지 장관도 이같은 계약 체결을 확인하며 후진타오 국가주석의 가봉 방문 기간 동안 원유 탐사와 생산에 관한 협정도 맺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 “아프리카 순방, 석유 등 에너지 문제가 중요이슈”**
중국이 아프리카 국가들과의 원유 수입 계약을 맺게 된 것은 프랑스 및 아프리카 3개국의 순방을 앞두고 중국 외교부가 밝힌 해외 순방의 목적이 하나둘 달성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중국 외교부는 후진타오 주석이 아프리카를 방문하는 주요 목적이 에너지 분야에서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자오젠핑 중국 외교부 아프리카 국장도 “가봉과 중국 두 나라는 석유를 포함한 에너지 분야의 협력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며 “합의에 이른다면 석유협력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하게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2003년 中, 日넘어 세계2위 석유수입, 올해 소비량서도 日 제칠 듯**
중국이 이처럼 원유 수입에 열을 올리며 후진타오 주석의 세 번째 해외 순방국에 아프리카국가를 포함시킨 까닭은 물론 급속한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원유 등의 천연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지난 해 사스 파동에도 불구하고 9.1%의 고도성장을 지속한 중국에게 경제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원유공급은 시급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엔 중국은 일본을 제치고 세계에서 두 번째 원유 수입국으로 올라서는 등 원유 소비가 급속히 증가해, IEA(국제에너지기구)가 지난해 예측한 대로 전세계 원유 수입지도가 급변하고 있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이 중국의 관세통계를 인용 보도한 구체적 수치를 보면, 중국은 2003년에 9천1백12만톤의 원유를 수입해 6천9백40만톤을 수입한 2002년에 비해 급속한 증가세를 보였다. 매일 1백87만톤을 수입한 셈이다. 또한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CNPC) 관계자에 따르면, 2003년도 중국 원유 소비량은 2억5천만톤에 달했다.
또 인민일보가 IEA 자료를 인용한 지난달 13일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올해 하루 평균 5백80만 배럴을 필요로 해 원유 수입뿐만 아니라 소비량에서도 일본을 제치고 미국 다음의 원유 소비국으로 올라서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2004년도 중국 원유소비량은 3억톤(1톤은 약 7.5배럴)에 달해 세계전체 원유 소비량의 10분의 1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원유 수입은 적어도 2004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예측했다. 중국국가발전개혁위원회의 최근 조사자료를 보더라도 중국은 8~9%의 경제성장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바로 원유 소비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다.
***中, 지난해 극심한 전력부족으로 일반 시민 큰 불편 **
중국의 원유수입 증가는 또한 지난해와 같은 전력 부족 사태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지난 해 여름 중국 국토의 절반 이상이 전력 부족사태를 겪었으며 이번 겨울에도 일부 전력 공급위기상황은 지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전력부족사태로 소비제한이 이뤄진 지역은 31개의 성, 시, 자치구 가운데 21개 지역에 이른다고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가 전하기도 했다.
이러한 중국 전력부족사태는 일반 시민들의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했었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밤에 촛불을 켜놓고 생활했으며 광둥성 등 남부 지방들은 순번제로 소등을 하기도 했다.
이런 전력부족사태는 경제성장에도 타격을 줄 수 있지만 일반 시민들의 생활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기 때문에 중국 지도부로서는 민감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수입선 다변화를 통한 에너지 안보 문제도 주요 이슈**
하지만 중국 지도부가 이번 ‘원유 수입 순방’을 하는 주요 목적은 이와 같은 경제성장 및 일반 시민의 전력 부족을 막기 위한 명분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보다 근원적으로 에너지 안보라는 문제가 놓여있다.
AFP통신은 1일 이와 관련 “중국의 에너지 확보를 위한 노력은 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안보문제와도 연관돼 있다”고 분석했다. IEA의 이코노미스트인 제프리 로건도 “중국의 원유수요는 작년 30%라는 기록적인 속도로 급증한 반면 국내 생산은 정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중국에게 안정적인 원유 공급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은 원유 수입의 절반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어 매우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머지 절반은 아프리카, 남동아시아, 러시아, 카자흐스탄, 남아메리카 등지에서 수입하고 있다.
IEA의 원유수요 분석가인 앤토인 핼프는 “이런 중국의 원유 의존도와 그 가운데서도 불안적인 지역인 중동에의 석유 의존도가 높다는 점은 중국 당국으로서는 에너지 안보에 커다란 불안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불안 요인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은 지난 몇 년간 이러한 중동에의 지나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美 원유 도입선 통제로 中 안정적 에너지 공급 타격 입을 수 있어**
이 문제와 관련 로건도 “중국 당국은 원유 공급선의 안전성을 굉장히 우려하고 있다”며 핼프의 의견에 동의를 표했다. 특히 로건이 주목한 점은 미국의 의도에 따라 중국의 원유 도입이 마를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국제테러리즘을 포함한 현재의 지정학적인 위험성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미국이 효율적으로 전세계 원유 도입선을 통제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며 “만일 미국이 통제하기로 결정한다면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은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중국과 미국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긴장을 유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해외에서는 중국의 ‘야심’에 대해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고 국영기업체제에서 시장경제로 전환하고 있는 중국은 기업 활동을 수행하기 위한 경험이 부족해 양측간에는 오해할 만한 요소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안정적인 공급선을 확보하기 위해 중국석유기업들이 해외 투자를 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번 아프리카 순방도 해외원유 수입선 다변화를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수입선 다변화 위해 시베리아 가스전 관심, 원전 개발도**
중국의 원유수입선 다변화 노력은 이밖에도 러시아 시베리아로부터의 가스 도입과 원전건설과도 맞닿아 있다. 중국은 수입선을 늘리기 위해 러시아 시베리아의 가스전을 중국 내로 수입하기 위해 일본과 경쟁중이다. 중국과 일본은 현재 자국내로 이 지역 가스를 실어나르는 가스관을 건설하겠다고 나서며 러시아에 대한 ‘구애’를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원유수입 다변화를 위한 중국과 일본의 치열한 경쟁이 불붙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이밖에도 오는 2020년까지 원자로 30기를 추가로 건설하기로 계획을 세우는 등 국내에서의 에너지 자원 확보에도 상당한 노력을 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원유 수입선 다변화라는 큰 틀에서 추진된 이번 중국 국가 주석인 후진타오의 아프리카 순방은 바로 이 지속적인 경제 성장, 중국 사회의 불만 요소 해소, 미국에 영향 받지 않는 에너지 안보를 지키기 위한 노력으로 설명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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