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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족발' 사장, 국가로부터 배상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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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중족발' 사장, 국가로부터 배상받는다

재판부, 손가락 부분절단 관련,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 일부 인정

강제집행 과정에서 손가락 네 마디가 부분절단 된 '궁중족발' 사장에게 국가가 배상금을 내라는 판결이 나왔다. 국가가 적법한 절차로 법 집행을 진행하지 않았고, 그 결과 폭력사태가 발생했다는 취지다.

지난 2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4단독(재판장 최용호 부장판사)은 궁중족발 사장 김우식 씨 등 2명이 명도집행 과정에서 상해를 입었다며 정부, 임대인 이 씨, 서울중앙지법 집행관사무소 집행관 이 씨, 용역업체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국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재판부는 궁중족발 사장 김 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관련해서, 국가와 용역업체 등이 1000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 강제집행 당시 손가락이 부분절단된 궁중족발 사장이 응급 처치를 받고 있다. ⓒ정용택 감독

궁중족발 사장은 왜 손가락이 부분절단 됐나

김 씨는 지난 2017년 11월, 궁중족발 2차 명도집행 과정에서 손가락이 부분절단 됐다. 2009년 5월부터 서울 종로구 서촌에서 궁중족발을 운영해온 김 씨는 2016년 12월, 궁중족발 건물주가 바뀐 이후부터 문제가 생겼다. 새 건물주는 이 씨에게 기존 3000만 원이었던 궁중족발 보증금을 1억 원으로, 임대료를 297만 원에서 1200만 원으로 올려 줄 것을 요구했다.

4배나 높은 임대료를 낼 수 없었던 김 씨는 버텼고, 건물주는 김 씨를 상대로 명도소송을 진행했다. 2017년 7월, 김 씨는 명도소송에서 패배했고, 법원 집행관은 그해 10월에 1차, 11월에 2차 명도집행을 진행했다.

김 씨의 손가락은 2차 명도진행 과정에서 부분절단 됐다. 김 씨를 가게 밖으로 끌어내려는 용역에 대항해, 스테인리스로 제작된 주방기구를 붙잡고 버티다 발생한 참사였다.

이 참사로 당시 강제집행 현장에서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법 집행관에게 이례적으로 과태료 200만 원 처분이 내려졌다. 당시 법원은 "피진정인(집행관)은 인도집행과정(강제집행 과정)에서 노무자(용역)를 보조자로 사용함에 있어 일부 노무자 등의 인적사항을 기재하지 않았고, 승인되지 않은 등록외 노무자를 사용했으며, 일부 노무자들에게 (강제집행 과정에서) 규정된 조끼를 착용하게 하지 않아 노무자 등에 대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했다"며 과태료 200만 원 처분 사유를 설명했다.

등록되지 않은 용역을 강제집행 현장에 투입했을 뿐만 아니라 투입된 용역에 관한 관리·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게 징계 이유다.

법은 멀고, 폭력은 가까운 강제집행

집행관이 지켜야하는 경비업법 15조의2(경비원 등의 의무) 1항을 보면 '경비원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는 등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경비업법 15조의2(경비원 등의 의무) 2항에는 '누구든지 경비원으로 하여금 경비업무의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적시돼 있다.

한마디로 폭력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감독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사문화된 법이나 다름없다. 건물주가 고용한 경비원(노무자), 즉 용역이 폭력을 유발하지만 집행관이 이를 관리·감독하는 경우는 드물다. 폭력을 묵인하거나 되레 이를 조장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집행관은 강제집행에 동원하는 경비원, 즉 건물주에 의해 고용된 용역을 투입할 수 있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주목할 점은 강제집행 현장에서의 폭력은 대부분 이들 용역에게서 발생한다는 점이다. 강제집행을 막으려는 세입자와 물리적 충돌이 벌어진다. 집행관은 그런데도 이들의 투입을 허용하는 식이다. '궁중족발' 사태에서 발생한 손가락 부분절단도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했다.

ⓒ프레시안(허환주)

재판부 "국민 안전 배려해야 할 직무상 의무 다하지 못했다"

이러한 강제집행의 현실 속에서 이번 재판부의 1000만 원 국가 배상 판결은 의미가 남다르다.

재판부는 "집행관은 단독제 사법기관으로서 보조자(용역)들이 대법원 규칙에서 정하는 노란조끼를 입지 아니하고 채무자(궁중족발 사장)에게 적극적 유형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방치하는 등 집행현장을 관리감독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며 "또한, 인권존중, 권력남용금지, 신의성실 등의 원칙을 위반하여 집행과정에서 국민의 안전을 배려해야 할 직무상 의무를 다하지 못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용역 관련해서도 "집행관규칙 제26조에서 정한 보조자(용역)에게 보조하도록 한 업무는 특수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잠근 문과 기구를 여는' 업무, 기술적 조치나 짐을 옮기거나 싣는 등 단순 노무 업무와 같이 단순한 사실행위에 한정되어야 할 것"이라며 "따라서 임시로 등록되어 집행에 관한 단순 노무 업무를 보조하는 것에 불과한 보조자가 단순한 사실행위 범위를 벗어나 채무자(궁중족발 사장)에 대인적 유형력(폭력 등)을 행사할 법령상 권능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재판부는 "집행관은 위법한 직무집행 행위에 관한 국가배상법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공무원이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경우에 국가 등이 국가배상책임을 부담한다"고 국가 배상을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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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환주

2009년 프레시안에 입사한 이후, 사람에 관심을 두고 여러 기사를 썼다. 2012년에는 제1회 온라인저널리즘 '탐사 기획보도 부문' 최우수상을, 2015년에는 한국기자협회에서 '이달의 기자상'을 받기도 했다. 현재는 기획팀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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