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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철탑 위 사람새가 떨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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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철탑 위 사람새가 떨고 있습니다

[삼성공화국, 어디로 가나] 이재용 부회장께

이덕우 변호사입니다. 우리 만난 적 없으나 인연은 깊지요. 난 어느덧 60대, 이재용 부회장도 50대입니다.

첫 경험은 기억에 뚜렷하게 남습니다. 내가 스물, 이부회장이 아홉 살이었던 1977년 이병철 회장은 삼성이 성균관대학교에서 손을 뗀다고 선언하였습니다. 서울 명륜골 성균관대학교 학생들이 "삼성 이병철은 물러가라"고 데모하였기 때문이지요. 당시 삼성은 학생들 등록금을 유용하였고 부동산투기에 골몰하느라 강의실 페인트칠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엄혹한 유신체제에서도 학내문제로 데모가 격렬해지고 학내문제를 넘어설 듯하자 이병철 회장도 어쩔 수 없이 학교에서 물러간 것입니다.

삼십년 후 2007년 나이 오십이 된 나는 김용철 변호사의 변호인이 되었습니다. 김 변호사와 함세웅, 전종훈 신부님 등 사제단, 김영희 변호사와 함께 재벌개혁과 이건희 회장 처벌을 위해 싸웠습니다. 당시 삼성비자금 수사를 위한 박한철 특별수사·감찰본부가 설치되었고 윤석렬 검사 등이 수사하였습니다. 여기서 삼성 슈퍼컴퓨터 압수수색 등 본격적으로 수사하여 기대와 응원도 하였습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갑자기 국회에서 특별검사법을 통과시켜달라고 하며 수사 중단을 지시하였습니다. 삼성 떡값검사들이 아닌 특별수사본부가 무서워 특별검사로 바꿔버린 것이지요. 그리고 삼성에게 입안의 혀 같은 조준웅 특별검사는 비자금 대부분을 상속재산이라고 하여 면죄부를 주었습니다. 이건희 회장은 조세포탈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의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으나 곧 사면복권되었습니다.

그리고 십년이 흘러 2017년에는 서초동 법원 앞에서 노숙농성을 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박영수 특별검사의 분투에도 법원은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입니다. 권영국 변호사가 혼자라도 노숙농성을 하겠다고 했지요. 분노한 법대 교수들과 함께 추운 겨울 노숙농성으로 설날을 보내기도 하였습니다. 결국 구속영장은 발부되었고 1심 재판에선 징역5년이 선고되었으나 2심에선 일부 무죄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석방되었지요. 그러나 최근 대법원은 2심 무죄판결은 잘못이라면서 파기환송하였습니다. 파기환송심에서 법정구속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매우 안타깝습니다. 얼마나 힘들지 짐작할 뿐입니다.

이재용 부회장, 수십 년 삼대에 걸친 인연입니다. 악연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프레시안(최형락)

지난 7월 10일 동틀 무렵 강남역 사거리에서 철탑을 보았습니다. 60살 생일을 맞는 김용희를 멀리서라도 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아무런 힘도 쓸 수 없어 한숨 쉬며 돌아서 왔습니다. 철탑 밑에서 김용희를 지키는 이재용 해고노동자도 생각합니다. 이들은 "내 눈에 흙이 들어오기 전에 노조는 안 된다"는 이병철 회장 경영철학(?)의 희생자입니다. 무노조경영, 비노조경영이란 그 말 자체로 헌정질서를 파괴하는 범죄행위입니다.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권을 부정한다면 헌법파괴 아닌가요.

성균관대학교 재단 복귀, 삼성비자금 조준웅 특검은 삼성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국정농단 촛불과 박영수 특검은 삼성도 감당하지 못할 힘이었습니다. 삼성공화국이란 말 들어 보았나요. 검찰공화국이란 말도 있지요. 공화국이라니. 과거 유신체제에선 공화국이란 말은 금기어였습니다. 북에서 우리 공화국이란 말을 쓰기 때문에 그랬을 겁니다. 세월이 흘러 공화국이란 말도 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삼성공화국, 검찰공화국이란 말은 공화국 모독입니다. 적확하게 쓰려면 '이병철왕국'이라 하던가, 검찰국가라던가 해야겠지요.

최근 조국사태, 조국대전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보았습니다. 윤석렬검찰과 언론 그리고 우리들.

2017년 2월 노회찬 의원은 "정유라가 돈도 실력이라고 말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분노한 것은 그것이 거짓이어서가 아니라 사실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의 적나라한 치부에 대한 조롱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라고 연설하였습니다. 권력과 부의 세습, 기득권, 불평등, 불공정을 갈파한 것입니다. 나나 이재용 부회장이나 부모를 골라 태어나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민주공화국이라면 특권과 반칙은 사라져야 합니다. 이제는 떡값으로 국가 권력을 오염시킬 수 없습니다. 삼성도 삼대에서는 달라져야겠지요.

날이 추워집니다. 강남역사거리 철탑 위에 눕지도 못하고 새처럼 앉아 있는 사람, 김용희가 있습니다. 한때 삼성에서 일했던 삼성맨입니다. 이제 이부회장이 선택하고 응답해야 합니다. 눈 감고 귀 막고 무시하여도 좋습니다. 그러나 선대가 한 일이라거나 연좌제라는 말은 하지 마세요. 선대의 재산을 세금 적게 내고 상속받으려 범죄까지 저질렀지요. 그렇다면 재산은 물론 채무 등 법률적 책임도 상속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2년 전 서울구치소에서 보냈던 겨울을 상기해 보세요.

강남역 사거리 삼성 본사 앞 철탑에 사람새가 떨고 있습니다.

부디 맘 편안 몸 건강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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