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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적 성적조작에 압수수색...학생 탓하는 영남공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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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적 성적조작에 압수수색...학생 탓하는 영남공고

[영남공고, 조폭인가 학교인가] 상습에 가까운 성적조작

허선윤 이사장 체제의 영남공업고등학교에서 체육특기생 성적조작은 일도 아니었다. 학교는 이미 학생 500여명의 성적을 조작한 경험이 있다.

영남공고는 체육특기생 성적조작 문제로 지난 7월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았다. 사건에 관련된 교사들은 경찰에 불려가 수사를 받고 있다.

이들의 성적조작 수법은 과거와 비슷했다. 영남공고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나이스)에 불법으로 접근해, 이미 입력이 끝난 체육특기생의 성적을 멋대로 만졌다. 해당 학생에게는 이런 사실을 은폐했다.

체육특기생이 학업성적 미달로 대회경기 출전이 어려워지자, 학교 측이 조직적으로 꾸민 일이다. 성적조작은 성범죄, 금품 수수, 체벌과 함께 ‘교원 4대 비위’에 해당한다.

이런 중대 범죄에 해당 하는 일을 영남공고 교장, 부장 교사, 교과 담당교사, 체육특기생 지도교사 등이 조직적으로 진행했다.

체육특기생 성적조작은 학생 500여명 성적 조작 이후 약 1년 만에 이뤄졌다. 영남공고를 감사한 대구시교육청도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상습에 가까운 영남공고의 성적조작 진행은 이렇다.

▲ 영남공고 카누부 사진.(기사와는 관련없습니다) ⓒ셜록

2016년 12월 22일, 영남공고는 대구시교육청에서 공문을 받았다. 공문은 '학생선수 학습권 보장을 위한 최저학력제(학교체육 진흥법 제11조) 엄격 적용'을 안내했다.

최저학력제는 학습권 보장 차원에서 체육특기생들이 최저학력에 미치지 못할 경우, 대회경기 출전을 제한하는 제도다.

최저학력제는 고등학생의 경우 국어, 영어, 사회 과목이 해당된다. 학생선수는 해당 교과별로 평균 성적의 30%를 넘어야 대회에 출전을 할 수 있다. 최저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 선수는 따로 기초학력보장프로그램을 이수해야 한다.

교육청에서 공문을 보낸 시점은 최순실 딸 정유라의 체육특기자 부정입학 사건이 한창 논란이었던 때다. 정유라는 고교 재학 중 허위 공문을 제출해 출석을 인정받는 등 부적절한 수단을 이용해 이화여대에 체육특기자로 입학했다.

영남공고는 1985년부터 카누 체육특기생을 양성하는 ‘카누부’를 운영하고 있다. ‘카누’는 작고 좁은 배를 노로 저어, 속도를 겨루는 수상 경기다. 영남공고 카누부는 2015년, 2016년 전국체육대회에서 각각 동메달, 은메달을 수상할 정도로 실적이 좋았다.

카누부 지도 담당은 김OO 체육 부장교사였다. 그는 10년 가까이 카누부를 지도해왔다. 김 부장은 허선윤 이사장과 오랫동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사이로 알려졌다.

김 부장은 교육청 공문대로 최저학력제를 적용하자, 카누부 소속 1학년 A학생이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는 걸 알아차렸다. A학생의 2016학년 2학기 사회 교과 점수는 22.4점으로 최저학력 기준(23.8점)에 미달했다.

영남공고는 과감했다. 학교 측은 성적조작을 곧바로 시작했다.

김 부장은 박OO 대외협력부장 교사에게 "A학생의 사회 교과 점수를 높여달라"고 요구했다. 박 교사는 A학생의 사회 과목 담당 교사다.

이후 박 교사는 2016년 당시 성적 업무 책임자인 안OO 교육연구부장(현 방과후학습부장), 이상석 교장 등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다.

이때부터 윗선이 성적조작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이상석 교장, 안 교육연구부장, 김 체육부장, 박 대외협력부장이 주축이 되어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안 부장은 2016년 12월 28일에 작업을 실시했다. 당일은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확정된 성적을 입력해야하는 성적 마감일이었다.

성적 마감은 교과 담당 교사가 성적 입력 후 1차 마감을 하고, 전산 담당 교사가 전체 마감을 해서 이중으로 접근을 제한한다. 이후 교과 담당교사 – 교육연구부장 – 교감 – 교장의 결재를 받으면, 봉인된다. 봉인된 성적을 인위적으로 손대면 사문서 위조·변조죄나 공무집행 방해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

당시 1학년 사회 과목은 교과 담당교사를 거쳐, 교육연구부 전산담당자가 마감을 한 상황이었다.

성적 마감일 이전에 입력된 성적이라도, 수정은 불가능에 가깝다. 교육연구부 자체 검사 결과, 중대한 문제가 발견됐을 때에만 수정하는 게 원칙이다. 그럼에도 안 부장은 박 교사에게 A학생의 사회 과목 성적조작을 지시했다.

당일 박 교사는 외부 출장 중이었다. 성적 마감일이 지나기 전에, 무조건 성적을 조작해야 했던 안 부장은 부당한 지시를 다시 한 번 내렸다.

그는 박 교사를 대신해 권효민(가명) 교사에게 성적을 조작하도록 지시했다. 권 교사는 사회 과목 담당 교사도 아니었다.

나이스에 입력된 성적은 해당 교과담당 교사만 접근할 수 있다. 권한 없는 사람이 권한자를 대리해 접속하는 것과 권한자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일 자체가 불법이다.

당시 성적 조작 지시를 받았던 권효민 교사는 이렇게 고백했다.

"박 교사 컴퓨터에 앉아 박 교사가 알려주는 대로 인증서 아이디와 패스워드로 로그인해 나이스에 접근했습니다. 윗선의 지시로 이유도 모른 채, A학생의 사회 과목 수행평가 성적을 올려줬습니다."

권 교사는 A학생의 사회 과목 수행평가 성적을 높여줬다. ‘학습준비 태도’(20점 만점) 점수를 10점에서 20점으로 수정했다. 그 자리에는 안 교사와 최승용(가명) 교사도 함께 있었다.

교육연구부에서 평가계를 담당한 최승용 교사는 “안 교사가 체육특기생 A학생의 사회 과목 성적을 올려야 하니, 최종 마감된 성적 서류를 봉합하지 말고 기다리라고 지시했다”고 털어놓았다. 평가계는 성적 수합 및 성적 처리 전반을 담당한다.

영남공고에서 학사 문제는 최종 책임자인 이상석 교장을 거치지 않고선, 진행될 수 없다. 체육특기생 성적 조작은, 허선윤과 이상석의 의지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이 영남공고 교사들 사이에서는 암묵적으로 통한다.

결국 체육특기생 A학생의 중간-기말고사, 수행평가 점수를 다 합친 2016학년도 2학기 사회 과목 총 점수는 22.4점에서 최저학력 기준(23.8점)을 넘는 24.4점으로 조작됐다.

▲ 영남공고. ⓒ셜록

영남공고는 당사자인 체육특기생 A학생에게도 이 사실을 숨겼다. 성적 조작은 교장, 부장교사, 교과 담당교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은밀하게 진행됐다.

하지만 성적 조작 사건이 올해 수면 위로 올라오자, 책임자들은 학생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이들은 올해 대구시교육청 감사에서 "체육특기생 A학생이 성적 이의신청을 해 사회 과목 수행평가 점수를 올려줬다"는 식의 진술을 한 걸로 알려졌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체육특기생 A씨(졸업생)에게 연락을 했다. 지난 7월 19일, A씨는 취재진에게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사회 과목 수행평가 점수를 높여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 ‘제가 성적을 높여달라’고 했다는 박 교사의 주장을 들으니 어이가 없습니다."

더구나, 수행평가 성적 이의신청 기간은 성적 조작 시점과 일치하지 않는다. 성적 조작은 기말고사 이후에 이뤄졌지만, 성적 이의신청은 기말고사 이전에 마감됐다.

대구교육청은 체육특기생 성적 조작 사건의 중대성을 인지하고, 올해 대구 수성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대구 수성경찰서는 올해 5월부터 영남공고의 체육특기생 성적 조작 사건을 수사하고 있다. 대구교육청이 수사의뢰한 대상자 중 일부 교직원은 범죄 혐의점이 인정돼 입건됐다. 지난 7월 18일에는 수성서에서 영남공고를 방문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기도 했다.

반면, 영남공고는 성적조작 사건에 깊이 연루된 실무자들에게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았다.

김OO 카누부 지도 담당교사는 "박 교사에게 ‘A학생의 사회 과목 성적을 올려 달라’고 부탁한 적 없다"며 청탁 사실을 부인했다. 김 교사는 9월 10일 참고인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박OO 사회 교과 담당교사는 체육특기생 성적 조작 관련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게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그는 기자의 전화번호도 차단했다. 그의 모친 유두식 씨는 영남공고 이사다.

안OO 교육연구부장 교사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 어떤 답변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상석 교장은 수차례 전화, 문자에도 아무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이상석 교장은 8월 31일 정년퇴임했다. 그는 현재 해외여행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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