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가 오는 15일 경남 거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17대 총선에서 거제시 선거구에서 무소속출마를 선언키로 했다. 그동안 공천포기를 희망했던 김기춘 한나라당 의원(64)이 공천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4.15 거제 총선에서는 현철씨에 대한 적극지원 의사를 밝혀온 YS와 김기춘 의원간 정면격돌 가능성이 높아졌다. '우리가 남이가?'를 외쳤던 과거 주군(主君)의 정면격돌 양상이다.
***등돌린 YS와 김기춘**
YS는 그동안 자신의 집권기간중 핵심측근이었던 김기춘 의원에 대해 불출마를 강력히 희망해왔다. 그러나 김기춘 의원이 공천 출마신청을 함으로써 양측 관계는 험악해졌고, 앞으로 총선기간중 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YS는 현재 지역내 김현철씨 지지율이 높지 않은 것으로 판단, 선거운동기간중 거제에 체류하다시피 하면서 선거운동을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현철 출마를 둘러싼 YS와 김기춘 의원간 갈등은 그동안 여러차례 표출됐었다.
한 예로 지난해 8월26일 김현철씨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지난 4월경 경남 거제가 지역구인 한나라당 김기춘 의원이 아버지(YS)를 찾아와 지역구를 포기하고 전국구 비례대표로 옮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고 주장했었다. 김현철씨 측근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지난 4월 YS를 찾아와 김 의원이 ‘현철씨와 둘다 정치를 할 방법을 찾아보겠다’며 비례대표로 옮기겠다는 의사를 전한 바 있다”면서 “YS도 지역신문과 인터뷰 등을 통해 ‘김 의원이 여러차례 약속을 했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김기춘 의원은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런 사실이 없다”면서 “포기 안하고 지역구로 출마할 것”이라고 현철씨의 주장을 전면 부인했다. 김 의원은 이어 “우리 거제 시민과 당원들이 후보를 결정하는 것이지 위에서 몇 사람의 결정으로 되는 게 아니다”며 YS의 후광으로 공천권을 따내려는 현철씨의 움직임을 강력비판했었다.
이밖에 거제지역내 시민단체등도 김현철 출마를 저지한다는 입장이어서, YS의 선거지원 운동이 과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현철씨는 지난 2002년 8.8 경남 마산-합포 재선거에도 출마하기 위해 주소지를 마산으로 옮기고 지역인사를 두루 접촉하는 등 선거운동을 하다가 시민단체들이 출마 반대운동을 대규모로 전개하고, 이에 믿었던 한나라당이 공천불가 입장을 밝힘에 따라 좌절된 바 있다.
***YS-김기춘, 과거에는 "우리가 남이가?" 사이**
이처럼 4월 총선을 앞두고 YS와 김기춘의원은 더없는 적대관계로 돌아섰으나, 10여년전만 해도 두사람 사이는 "우리가 남이가?"라는 유행어로 대변될 정도로 끈끈한 주군 관계를 유지했었다.
92년 14대 대선 당시 YS 선거참모였던 김기춘 전 법무장관은 "우리가 남이가? 이번에 안되면 영도다리에 빠져죽자!"고 지역감정을 부추긴 '초원복집사건'의 주역으로, YS 집권후 15대-16대 국회의원을 계속하며 승승장구를 거듭해왔었기 때문이다.
대선 투표직전인 지난 92년 12월11일 당시 김기춘 전 법무장관은 부산기관장들을 모아놓고 'PK(부산경남) 지역감정'을 부추키는 노골적 지역감정 발언을 해 물의를 빚었었다.
"부산 경남 사람들 이번에 김대중이 정주영이 어쩌냐 하면 영도다리 빠져 죽자. 남들이 비웃을 것이다. 당락을 불구하고 표가 적게 나오면 우리는 멸시받는다. 바보라고. 이번에 거제도 가서 물어보니까 거제도 생긴 이래 처음이라는 건데 자기 고향에서 많이 지지를 안 하면 무슨 저 사람은 고향에서도 제대로 인심이 없느냐고 그런다고. 제대로 해 주지도 않고 다음에 가서 거제도 봐 달라 그럼 말이 되느냐……. 지역감정이 유치한지 몰라도 고향의 발전에 긍정적……"
"하여튼 민간에서 지역감정을 좀 불러일으켜야 돼.부산 경제가 잘 돼야 부산일보 국제신문이 잘 되지. 부산 상공업계가 다 망하고 부산이 망하는데 신문인들 온전하겠어요. 그런 것을... 광고주들 있잖아요. 경제인들 모아가지고 신문사 간부들 밥 사주면서 은근히 한 번 좀……. 상공인들과 업계가 광고주 아니오? 그러니까 좀 모아가지고 '서울을 죽이고 우리를 살려야지 너희들은 고향 애향심도 없는 놈들이냐', '일본 아사히가 그렇게 일본 정부를 욕해도 미국하고 싸울 때는 전부 일본 정부 편을 든다'고. 이것이 성숙한 언론의 그런 것 아닙니까. 지금 광주 가 봐라. 무등일보다 전남일보다, 김대중이 욕하는 것 있는가. 어쩌든지 자기고장 대통령 만들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데 너희들은 뭐하는 놈들이냐. 강회장, 좀 한 번 바쁘더라도 편집국장 사회부장 정치부장 이런 놈들 뭐 주면서... 돈 거둬 뭐 할라요? 명세서 끊어주면서……. 이게 운동이라. 지역이 잘돼야 상공인이 잘 돼고 그래야 신문도 잘 될 거 아닌가 말이야. 광주하고 너무 판이하다. 너희는 대선이 끝나면 비판을 해도 좋지만 이 기간 중 좀 도와주어야 사람의 도리다 말이지."
이처럼 대선 필승을 위해 '지역감정'을 주창했던 김기춘 의원과 YS가 과연 이번 선거에서는 어떤 화두로 유권자들에게 표를 호소할지, 그리고 거제 지역민들은 어떤 선택을 할지 예의주시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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