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현재 40여 곳의 SSM에 대한 사업조정이 신청되어 있고 자율조정협상이 결렬된 22곳이 중소기업청의 강제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하지만 이미 강제조정이 끝난 SSM 4곳이 대부분 담배‧쓰레기봉투 등 일부 품목의 판매 제한 등의 경미한 조정에 그쳐 중소상인들의 반발을 샀다. 특히 서울 송파 가락동의 롯데슈퍼의 경우 롯데 측이 강제조정 결과를 이유로 입점을 강행해 인근상인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다.
"서울시 의견, 사전자율조정협의 결과와는 딴판"
SSM의 입점을 규제할 수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 논의가 지지부진한 지금 중소상인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제도적 장치는 사업조정이다. 지난해 중소기업청이 사업조정 권한을 각 시‧도로 위임하면서 지자체가 대형 유통업체와 중소상인 사이의 갈등을 조정하는 역할을 맡아왔다.
민주노동당 이수정 서울시의원은 9일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몇 번에 걸쳐 진행된 사전자율조정협의는 대체로 기득권을 가진 대기업이 양보안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며 "대기업 측 입장을 전하러 나온 협의위원조차도 상인들을 살려야 한다는 방향에 동의해 시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열띤 논의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조정협의는 결국 접점을 찾진 못했지만 협의위원들은 이 같은 의견을 모아 서울시에 조정 의견으로 제출했다. 하지만 서울시가 조정협의 의견을 정리해 중기청에 전달할 것이라는 기대와 달리 중기청에 접수된 의견은 딴판이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의원이 9일 공개한 중소기업청 문건에 따르면 서울시는 "(송파구 가락동) 롯데슈퍼는 사회적인 상생방안 도출 및 지역사회 발전을 통해 성장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신청인들이 입점유예 3년만을 주장하여 기업의 활동과 자유경쟁체제를 제한하는 등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축시키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는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나 송파구청 등이 입점 지역 변경이나 영업시간 제한 등을 제안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시의원은 "수차례의 협의과정에서 '국민경제'를 언급한 발언은 한 번도 나온 적이 없다"며 "이런 내용을 버젓이 서울시 의견이라고 제출한 것에 대해서는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일이고 자율협의에 참여한 협의위원과 서울시 의회를 기만한 행위"라고 분개했다.
신규철 사업조정지역 전국연석회의 집행위원장도 "사업 연기나 영업활동 축소 등의 조치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중소상인이 요구할 수 있는 당연한 권리"라며 "서울시가 법의 취지를 이해하지도 못하고 '자유경쟁' 운운하면 우리들이 도대체 뭘 주장하란 말인가"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중소상인 전국네트워크 등 중소상인 단체들이 9일 서울시청 별관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민주노동당 이수정 서울시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
"서울시 의견, SSM에 대한 오세훈의 의지인가"
사전조정이 신청된 각각의 SSM에 대한 서울시 사업조정 의견에서도 시의 이 같은 태도는 마찬가지였다. 서울시는 중소상인과 유통기업 측의 요구사항을 각각 나열하고 자율조정이 계속되는 것은 상호 실익이 없다고 판단해 중기청의 사업조정심의회에 상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각각의 SSM이 위치한 상권의 특성을 반영해 입점 시기와 품목, 영업시간 규제 등의 의견을 상세히 밝힌 부산시의 사업조정 의견과는 명백한 차이가 있다.
심 위원장은 "부산은 협의회에서 나온 의견을 고스란히 시 의견으로 전달한 반면 서울시는 협의 결과와는 무관한 별도의 의견을 낸 것"이라며 "사업조정의 최종 권고 권한을 쥔 오세훈 시장이 SSM 진출에 대한 의지를 보여준 것이 아니라면 강제조정 자체가 무효라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 역시 "사업조정 의견이 SSM을 시내에 진출시키겠다는 오 시장의 의견을 보인 것인지 서울시는 진상을 밝히고 당사자들에게 사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소상인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오 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대해 서울시 경쟁력강화본부의 이종범 생활경제담당관은 "서울시 의견은 양측의 입장을 모두 반영해 중립적인 입장에서 낸 것이고 이와 관련해 회의록까지 모두 중기청에 제출한 상태"라며 "사업조정을 떠나 시에서 서울 내 8400여 슈퍼마켓의 경쟁력 강화방안을 궁리하고 있는 만큼 조만간 구체적인 계획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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