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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이긴 다윗"…오스카 주인은 이라크戰 다룬 '허트 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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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리앗 이긴 다윗"…오스카 주인은 이라크戰 다룬 '허트 로커'

비글로 감독의 무명 영화, 前남편 대작 '아바타' 누르고 승리

82돌을 맞은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이라크 전쟁을 다룬 영화 <허트 로커>의 승리였다. 이 생소한 영화가 전 세계 흥행 기록을 다시 쓴 <아바타>를 누르고 작품상과 감독상을 휩쓸었다. <LA타임스>는 "다윗이 골리앗을 무너뜨렸다"고 표현했다.

<허트 로커>를 만든 캐슬린 비글로 감독은 이로써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1929년 이래 감독상의 영예를 안은 최초의 여성이 됐다

골리앗 이긴 다윗

▲ <허트 로커>의 캐슬린 비글로 감독 ⓒ로이터
7일(현지시간) 오후 미국 로스앤젤레스 할리우드 코닥 극장에서 성대하게 열린 아카데미 시상식은 일찍이 <아바타>와 <허트 로커>의 대결로 좁혀졌었다. 두 영화는 각각 아홉 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아바타>는 국내에서만 <괴물>이 4년째 고수하던 최고 흥행 영화 1위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돈을 벌어들인 영화로, 극장가의 '골리앗'이었다.

이에 반해 <허트 로커>는 미국에서 1200만 달러를, 해외에서 600만 달러를 벌어들이는 데 그쳐 흥행력은 '다윗'에 비견됐다.

이와 함께 두 영화의 대결구도를 재밌게 만든 것은 <아바타>의 제임스 캐머런 감독과 <허트 로커>의 비글로 감독이 1989년부터 91년까지 부부였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이 대결에서 비글로는 전 남편이 세운 흥행기록을 누르고 <허트 로커>의 작품성을 입증했다.

영화는 작품상과 감독상 외에도 각본상, 음향 편집상, 음향 효과상, 편집상 등 6개 부문에서 수상해 트로피 숫자로도 미술상, 촬영상, 시각효과상 등 3개 부문을 수상한 <아바타>를 앞섰다.

<허트 로커>는 이미 지난달 22일 열린 제 63회 BAFTA(영국 영화 및 TV예술 아카데미)시상식에서도 <아바타>를 누르고 작품과 감독, 각본 등 6개 부문 상을 휩쓸며 파란을 예고했었다.

기사 바탕으로 만든 '전장 리얼리티'

그러나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허트 로커>엔 악재가 겹쳐 일어났다.

영화의 각본을 쓴 작가 마크 볼은 '이 영화의 주인공이 자신을 모델로 했다'고 주장하는 제프리 사버 미 육군상사로부터 제소를 당했다.

또 영화의 프로듀서 니컬러스 카르티에는 아카데미상 심사위원에게 '잘 봐달라'는 메일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아카데미상 조직위원회로부터 시상식 참여를 금지당하기도 했다.

영화 배급사 서밋엔터테인먼트는 사버 상사의 소송에 <허트 로커>가 전장의 병사들에 관한 가상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나리오를 쓴 볼은 기자 출신으로, 2004년에 이라크 바그다드 폭탄제거반에 합류해 폭탄 제거 과정을 취재한 바 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쓴 시나리오가 영화의 리얼리티를 한층 살렸다는 평가다.

영화에 나온 폭탄 제거 장면을 본 실제 직업 병사들 가운데서는 '말도 안 된다'며 현실성에 이의를 제기한 이들도 많았으나,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은 "사실적이고 아주 흥미롭다"며 참모들에게 추천했다는 후문이다.

▲ <허트 로커>의 한 장면

<뉴욕타임스>는 <허트 로커>가 "소수만이 갈 수 있는 길을 성공적으로 간 영화"라고 평가했다.

"전쟁은 마약과도 같아서 치명적인 중독을 일으킨다"는 강렬한 문구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오로지 전장에서만 삶의 의미를 찾게 된 폭탄제거반 멤버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전쟁의 폐해를 그리고 있다.

주로 롱 쇼트와 핸드헬드 등 다큐멘터리적 특성을 보여주는 기법을 사용했으며, 유명한 할리우드 스타는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단역은 연기 수업을 받지 않은 이라크 난민들이 맡았다.

또 이라크 전쟁이라는 덜 대중적인 소재를 감안하면, <아바타>가 일약 돌풍을 일으키고 있을 때 라이벌격인 이 영화가 아직 국내에 개봉되지 않은 점도 이상하지 않다.

이라크 전쟁을 소재로 해 브라이언 드 팔마 감독이 <리댁티드>를, 폴 해기스 감독이 <엘라의 계곡>을 만들었지만 모두 흥행에 참패했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한지 만 7년이 되는 이번 달 <허트 로커>의 수상으로 이라크 전쟁에 대한 여론이 환기될지 주목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시상식에서는 별다른 이변이 발생하지 않았다. 남우조연상은 일찍이 예견된대로 <바스터즈: 거친 녀석들>의 크리스토프 왈츠에게, 여우조연상은 <프레셔스>의 모 니크에게 돌아갔다.

또 앞서 할리우드 도박사들이 수상 가능성을 가장 높게 친 <크레이지 하트>의 제프 브리지스와 <더 블라인드 사이드>의 샌드라 블럭이 각각 남·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제 82회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

▲작품상 = <허트 로커>
▲감독상 = 캐슬린 비글로<허트 로커>
▲남우주연상 = 제프 브리지스<크레이지 하트>
▲여우주연상 = 샌드라 블럭<더 블라인드 사이드>
▲각본상 = <허트 로커>
▲각색상 = <프레셔스>
▲남우조연상 = 크리스토프 왈츠<바스터즈: 거친녀석들>
▲여우조연상 = 모 니크 <프레셔스>
▲편집상 = <허트 로커>
▲촬영상 = <아바타>
▲미술상 = <아바타>
▲의상상 = <더 영 빅토리아>
▲분장상 = <스타트렉>
▲시각효과상 = <아바타>
▲음악상 = <업>
▲주제가상 = <크레이지 하트>
▲음향편집상 = <허트 로커>
▲음향효과상 = <허트 로커>
▲외국어영화상 = <스크릿 인 데어 아이스>
▲장편애니메이션상 = <업>
▲단편애니메이션상 = <로고라마>
▲단편영화상 = <더 뉴 테너츠>
▲장편다큐멘터리상 = <더 코브>
▲단편다큐멘터리상 = <뮤직 바이 푸르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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