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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공장 라인이 생지옥이었단 걸 몰랐다"

삼성 반도체 노동자 추모 문화제, 삼성 본관 앞에서 열려

금속노조와 인권단체 반올림 등이 5일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으로 사망한 노동자들을 추모하는 문화제를 삼성 본관 앞에서 열었다.

2007년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유미 씨의 3주기를 맞아 선포한 '반도체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주간' 마지막 날인 이날 한국과 중국·대만·미국 등에서 온 IT산업 노동자와 시민운동가들은 희귀병에 걸린 노동자들을 산업재해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정부 당국과 삼성을 규탄하며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5일 삼성 본관이 있는 서울 강남역 4번 출구 앞에서 열린 '반도체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문화제'에서 참가자들이 촛불을 들고 노래를 따라부르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사회를 맡은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추모주간 중에도 언론기사는 삼성에 대한 시덥지 않은 홍보성 기사로 채워지고 우리들의 소식은 찾을 수 없었다"며 "이것이 오늘날 삼성이 언론을 장악하는 방법"이라고 비판했다.

추모제에 참석한 민주노동당 홍희덕 의원은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존재하는 근로복지공단 등 정부 당국이 오히려 '삼성의 산업재해 소식이 알려지면 국가 경제가 거덜 난다'는 식의 말도 안되는 사고를 가지고 있다"며 "친재벌 정권이 반노동자·반서민 정책을 추진하는 한 이같은 산업재해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여러분들이 끝까지 싸워야 하고 저도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이 현장에 마련된 영정에 향을 붙이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2008년 삼성의 하청업체인 동우화인캠에서 비정규직 노조를 만들려다 해고당했던 최현기 금속노조 동우화인캠 비정규직 분회장은 "삼성 출신의 경영자가 있는 동우화인캠도 지난해 수차례 가스누출 사고가 일어났지만 산업안전관리공단 담당자는 회사의 압력 때문에 제대로 된 역학조사를 하지 못했다고 고백했다"며 "정상적인 노조가 있다면 우리가 만들어 삼성에 납품하는 화학물질이 삼성 노동자들의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것에 진지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제가 시작되고 1시간이 지난 후 붉은 띠로 차단한 삼성 본관 앞 공간을 60여명의 경찰이 채우기 시작했다. 경찰은 집회 시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해산을 요구했지만 참가자들은 추모제를 끝내지 않았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기술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국제운동(ICRT)의 테드 스미스는 "세계적으로 힘있는 회사인 삼성이 우리의 소식이 세계 곳곳으로 퍼져나가는 것을 두려워해 경찰을 데려온 것 같다"며 "한국에서 삼성이 노동자들을 계속 이런 식으로 대한다면 미국에서 엄청난 돈을 들여가며 선전하고 있는 친환경 기업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 2005년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 황민웅 씨의 부인 정애정 씨(왼쪽 사진)가 발언 도중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삼성 LCD 공장에서 2001년 퇴사한 후 뇌종양에 걸려 수술 후유증으로 1급 장애를 입은 한혜경 씨의 모친 김시녀 씨가 삼성 본관을 향해 소리치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추모제 2부에서는 피해자 가족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고 황유미 씨와 마찬가지로 백혈병으로 숨진 고 황민웅 씨의 아내 정애정 씨는 "남편이 삼성에 취직했을 때 마냥 행복하기만 했지 삼성이 그런 곳이었고 그 공장 라인이 생지옥이었다는 사실을 몰랐다"며 눈물을 흘려 주위를 숙연케 했다.

정 씨는 "숨진 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은 언론에 등장하지 않았고, <MBC> 'PD수첩'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찾아와 다시는 보고 싶지 않았던 유품을 꺼내 취재에 응했지만 또 속았다"며 "현장에서 개같이 부림당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고 황유미 씨의 부친 황상기 씨는 "투병 당시 삼성 관계자들이 찾아와 백지 시작서를 내밀며 서명하면 병원비 400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해 어쩔 수 없이 응했지만 그들은 이후에 말을 바꿔 회사에서 줄 수 있는 돈이 500만 원 밖에 없다고 하더라"며 "푸아그라에 곁들여 1000만 원짜리 와인을 마신다는 이건희가 노동자에게 쓸 돈은 없나 보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발언을 마친 후 숨진 노동자들의 영정에 조화를 바치고 해산했다. 경찰은 행사 도중에 몇 차례 경고방송으로 해산을 요구했지만 물리적 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 추모제를 마친 참가자들이 숨진 노동자들의 평안을 비는 소지(燒紙)를 올리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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