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장급 협의, 예정된 평행선만 긋고 종료

입장차 재확인…정부 "두 세번 만나고 끝낼 일 아냐"

한일 군사 정보 보호 협정(지소미아, GSOMIA) 종료 통보와 한국에 대한 일본의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 이후 한일 양국이 국장급 협의를 통해 상호 의견을 교환했으나 이렇다할 접점을 찾지는 못했다.

29일 외교부는 "김정한 아시아태평양국장은 29일 오후 방한한 가나스기 겐지(金杉憲治)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과 한일 국장급 협의를 갖고, 강제징용 문제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이 협의에서 "김 국장은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한 데 대해 강한 유감과 항의의 뜻을 전달하고, 조속한 철회를 재차 촉구했다"며 "김 국장은 해당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특히 수출관리 당국 간 무조건적이고 진지한 대화가 조속히 성사되어야 함을 강조하고, 일본 측의 협조를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어 외교부는 "김 국장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관련 우리 정부와 국민의 엄중한 인식을 재차 전달하면서 정확한 사실관계 및 조치 계획 등 관련 구체적인 정보를 우리측과 상시 공유해 나갈 필요가 있음을 지적했다"고 덧붙였다.

▲ 29일 방한한 가나스기 겐지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이 한일 국장급 협의 참석을 위해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협의에서는 지소미아 관련한 언급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협의 종료 이후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지소미아 불연장에 대해 일본 측에서 이야기가 있었고 저는 저희 의견을 피력했다"며 "저희는 일단 다른 것을 논하기 전에 (일본의) 수출 규체 철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가 먼저 풀리면 지소미아 종료를 재검토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오갔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 측에서) 지소미아 재검토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 당국자는 "일본은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기존 입장을 이야기했는데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재검토를 희망한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번 협의에서 일본 측과 진전된 합의를 이루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당국자는 "(일본은) 기본적으로 (이전과) 거의 똑같은 상태"였다면서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대화 의지가 있다는 부분에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있다고 본다"고 답했다.

이 당국자는 현재 한일 갈등이 "두 세 번 만나고 협상해서 결과 나올 그럴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주변의 환경 변화에 맞춰야 하는 부분도 있다"며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이번 협의는 한일 중 어느 쪽에서 먼저 만나자고 한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누가 먼저 (만나자고) 했다고 말씀드릴 수는 없고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결정 시행 후에 한 번 봐야하지 않겠냐는 공감은 있었다"며 구체적으로는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 발표된 이후에 확정된 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부가 최근 실시한 동해 영토 수호 훈련에 대한 언급이 있었냐는 질문에 이 당국자는 "훈련 자체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이 없었다"고 전했다.